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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고가도로 붕괴조짐에도…‘안전조치’ 선행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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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은 기자

승인 : 2026. 05. 27. 17:47

전문가들 “안전진단 패러다임 전환해야"
"토목시설 해체 별도 규정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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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서울 서소문고가도로 철거공사 붕괴사고 현장에서 소방 당국과 경찰 관계자들이 오가고 있다. /이하은 기자
3명의 사망자를 낸 서소문 고가도로 철거현장 붕괴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 경찰이 조사에 착수했다. 붕괴 조짐 후 안전진단 과정에서의 사고로 진단 방식과 과정 등을 두고 논란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사전 안전 조치 미비 등이 사고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평가한다. 이에 안전을 위한 보다 전문적인 규정 마련과 이에 대한 준수 등이 과제로 제시된다.

경찰은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장을 팀장으로 하는 50여 명 규모의 전담수사팀을 구성해 27일 현장 정밀 감식을 벌이고 철거공사를 담당한 서울시로부터 관련 서류를 제출받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은 철거공사와 안전진단 과정에서 안전 매뉴얼을 준수했는지, 사고 예방 의무를 다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사고가 발생한 안전진단 과정에 문제가 있었을 것으로 관측했다. 붕괴 조짐이 있는 상태에서 점검 인력이 직접 구조물에 진입하는 방식의 진단이 이뤄졌는데, 이 과정에서 안전 조치가 제대로 선행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의심했다.

특히 사고가 난 서소문 고가도로가 노후된 위험 시설이었던 만큼 신중을 기울여 접근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소문 고가도로는 1966년 준공 후 66년이 경과한 노후 시설물로, 2019년부터 콘크리트 탈락 등 안전 문제가 있어 왔다. 당시 진행된 정밀 안전진단에서도 D등급 판정을 받으며 철거 필요성이 제기됐다. 그러나 하루 평균 4만대가 넘는 차량들이 오가는 등 많은 교통량을 담당하고 있었기에 도심 교통체증 등의 우려로 임시 조치만 반복되다 지난해에서야 철거공사가 시작됐다.

이번 사고는 철거 작업 중 구조물에서 침하 현상이 나타나자 작업 후 안전진단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서울시 도시기반시설본부 관계자는 전날 브리핑에서 "26일 새벽 작업 중 2.9cm 단차가 주저앉아 2시 30분 공사를 중단했고, 오후 2시에 안전점검을 실시했다"며 "안전진단 참석자들이 구조물 안으로 들어갔는데, 중간에 구조물이 무너져 안에 있던 사람들과 그대로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미 붕괴 조짐이 나타났던 것인데, 이후 안전진단 과정이 다수 인원이 구조물 안으로 올라가는 등 무리를 줄 수 있는 방식으로 진행된 것이다. 결국 안전진단 과정에서조차 안전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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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서울 서소문고가도로 철거공사 붕괴사고 현장에서 구조당국 관계자가 상황판을 보고 있다. /이하은 기자
위험 구조물에 섣부르게 인력을 투입한 것부터 무리한 것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설령 필요에 따라 인력이 구조물에 진입하더라도 사전에 안전 조치를 충분히 취했어야 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견해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기본적으로 로봇이나 드론, 카메라 등을 집어넣어서 외부적인 점검을 먼저 하고 구조물에 계측기를 설치해서 변형 여부도 확인해야 했다"며 "그 후 구조물 보강 조치를 한 후에 사람이 투입되는 방식으로 진행했어야 했는데, 이런 과정 없이 사람이 바로 구조물에 올라간 것"이라고 했다.

최 교수는 "침하 발생은 이미 구조물이 무너지고 있다는 것인데, 위험한 상황에서 그냥 들어가 버린 것"이라며 "그동안은 무너짐 사고가 없었어서 이렇게 한 듯한데, 안전점검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고 평가했다.

안형준 건국대 건축학과 교수는 "안전진단을 하려면 안전 장치가 확보돼 진단하는 사람들의 안전 상태가 확인된 상태에서 해야 하는데, 그게 안된 상태에서 진단을 하다가 사고가 난 것"이라고 봤다.

붕괴 조짐 후 반나절이 지나고 나서야 안전진단을 시작한 것도 위험을 키운 지점으로 지목됐다. 안 교수는 "붕괴 조짐이 있었으면 바로 긴급하게 조치를 했어야 하는데, 12시간 후에야 안전진단을 시작한 점도 아쉬운 점"이라고 했다.

최 교수도 "침하가 발생했다는 것은 사실 이후 계속 붕괴가 되고 있었다는 이야기"라며 "조금 더 빨리 안전진단을 했으면 이렇게 완전히 무너져 내리는 일은 없었을 수도 있었겠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향후 과제로는 토목 시설물 해체 과정에 대한 전문적인 규정 마련 등이 꼽힌다. 최 교수는 "건축물을 해체할 경우 건축물관리법에 따라 해체계획서 등을 작성해야 하는데, 도량이나 터널 등 토목 구조물의 경우 그런 제도가 없다"면서 "이번 사고를 계기로 토목 분야도 해체계획서 작성, 해체감리 제도 등을 도입해야 한다. 안전진단과 관리 과정에 대한 매뉴얼도 별도로 마련돼야 하겠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토목 분야 건설과 해체, 안전진단 등에 대한 별도의 제도가 마련을 촉구했다. 최 교수는 "기존 법을 개정해 토목 관련 조항을 추가하든, 새로 법을 제정하든 안전을 위한 규정과 법적인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하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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