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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대통령의 ‘일베 폐쇄’로 엿본 ‘절차적 민주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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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찬 기자

승인 : 2026. 06. 01. 04:30

김홍찬 (1)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4일 자신의 엑스(X) 계정을 통해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라는 사이트의 폐쇄 필요성을 직접 언급했습니다. 이와 함께 징벌적 배상과 과징금 등의 조치에 대한 공론화와 검토가 필요하다며, 국무회의에도 이를 지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대통령이 일베에 대해 노골적인 분노를 드러낸 이유는 분명합니다. 일베는 2010년 설립된 극우 성향 커뮤니티 사이트입니다. 이제껏 이 사이트 회원 일부는 세월호 등 참사 희생자들을 조롱하거나, 고인이 된 특정 정치인들을 희화화하는 등 만행을 저질러 왔습니다. 이 대통령의 게시글에도 故노무현 전 대통령 17주기 추도식에서 일베 회원으로 보이는 방문객이 조롱성 행동을 하며 사진을 찍었다는 기사가 첨부됐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특정 사이트 폐쇄'를 검토하겠다는 의지는 단순한 분노와 그 무게가 다릅니다. 개별 글은 삭제 등 이미 제재를 하고 있지만, 사이트 자체를 폐쇄하려면 그 운영 목적 자체가 불법이어야 합니다. 도박이나 성착취물 유통 등이 대표적이죠. 이 대통령은 엑스 게시글에서 일베에 대해 "조롱 모욕으로 사회분열 갈등을 조장"한다고 했습니다. 일베를 우리 민주주의 사회를 해하는 세력 중 하나로 본 것입니다.

이런 와중에 내달 7일부터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이른바 '허위조작정보 근절법'이 시행됩니다. 여전히 모호한 기준에 대한 의문이 풀리지 않은 채로 말입니다. 법안에는 정부가 심의, 제재할 수 있는 불법정보에 공공연하게 특정 개인, 집단에 대해 '차별을 선동하는 정보'와 '증오심을 조장하는 정보'를 명시했습니다. 물론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풍자와 패러디는 제외'라는 조항 역시 포함됐죠. 기존 '거짓의 사실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정보'에서 범위를 상당히 넓힌 것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이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은 불분명합니다. 법안 시행 전에도 '공권력의 자의적 판단'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법안은 통과됐고 여전히 이를 구체화한 후속 조치는 없습니다. 결국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식 법안이 될 우려가 있습니다.

물론 모호한 기준이 적용되더라도, 합의제 기관인 방미통위와 방미심위의 독립성만 보장된다면 사회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판단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 기관 역시 최고 권력자의 의지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김종철 방미통위원장은 지난해 국회 청문회에서 "대통령이 포괄적 업무 지휘를 할 수 있다"고 말했고, 고광헌 방미심위원장 역시 국회 청문회에서 대통령이 특정 언론에 사과를 요구한 것에 대해 "원론적인 지적일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방미심위는 그간 사이트 폐쇄에 '불법정보 비율 70%'라는 내부 기준을 활용했지만, 이 역시 어디까지나 명시되지 않은 관례에 그칩니다.

이 대통령의 '일베 폐쇄' 언급은 단순히 '혐오 표현' 또는 '가짜뉴스'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는 최고 권력자 개인의 판단과 말 한마디만으로 특정 집단에 대한 정책적, 사법적 제재가 가능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그리고 올 7월부터는 이 독단적 결정이 절차적 정당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는 일베라는 일개 사이트만의 문제에 그치지 않습니다. 합법적 절차를 통해 당장은 '민주적' 조치로 포장할 수 있겠지만, 특정 공론장을 제재하는 것은 결국 '위헌'일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회는 재작년 겨울에 겪었던 아픔을 통해 '민주주의의 가치'에 대한 권력자의 판단을 경계할 필요성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반민주주의-반사회적 세력을 개인이, 그것도 최고 권력자가 정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설령 지금까지 일베의 70%가 넘는 게시글이 혐오와 조롱으로 가득하더라도, 이에 대한 제재는 훨씬 더 복잡한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할 것입니다.
김홍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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