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부동산 재평가 속…경기권 몸값 상승 배경 '분석'
단, 중견사 수주 기반 약화에…"산업 생태계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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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시장의 관심은 강남권과 한강변 재건축·재개발에 집중돼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영등포·동작·광진 등 서울 주요 생활권은 물론 용인·성남·광명·의정부 등 경기 핵심 지역으로 번지는 중이다. 서울 핵심 정비사업지의 희소성이 커진 가운데 경기권 대단지 사업이 수주 실적과 브랜드 확장 측면에서 새로운 성장 무대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은 최근 경기 군포시 금정4구역 재개발과 용인시 수지삼성4차 재건축을 잇달아 수주하며 올해 도시정비사업 누적 수주액을 5조원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여기에 공사비 1조9217억원 규모의 성남 상대원2구역 재개발사업에서도 최근 조합원 총회를 통해 새 시공사로 선정되며 경기 남부 핵심 사업지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흐름이 이어질 경우 GS건설이 지난 2015년 기록한 역대 최대 도시정비사업 수주액 8조810억원을 10년 만에 경신할 가능성도 높은 상황이다.
도시정비사업 강자로 꼽히는 현대건설 역시 경기권 대형 사업장 확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현대건설은 올해 초 경기 구리시 수택동 재개발사업을 수주했다. 이 사업은 구리시 수택동 일대 약 34만㎡ 부지에 지하 4층~지상 최고 49층, 27개 동, 7007가구 규모의 초대형 단지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로, 도급액만 1조9648억원에 달한다. 단일 재개발사업 기준 가구 수와 공사비 모두 역대 최대 수준으로 평가된다.
포스코이앤씨도 경기권 대형 사업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회사는 의정부9구역 재개발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단독 선정된 데 이어 광명 하안주공3·4단지 재건축에서도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 530억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한 포스코이앤씨는 하이엔드 브랜드 '오티에르'를 앞세워 수도권 대형 사업장 중심의 선별 수주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업계는 대형사들의 경기권 진출이 빨라지는 배경으로 서울 핵심 정비사업지의 희소성 확대와 수도권 주택시장에 대한 기대감 회복을 꼽는다. 영등포·동작·광진 등 과거 비핵심지로 분류되던 서울 권역의 주거 가치가 재평가되면서 인접 경기권 정비사업지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업 규모가 크고 수익성 확보가 상대적으로 용이한 경기권 대단지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새로운 성장 무대로 부상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지난해 도시정비사업 시장에서는 현대건설이 10조5105억원, 삼성물산이 9조2388억원의 수주 실적을 기록하며 전체 10대 건설사 수주액의 40% 이상을 차지했다. GS건설도 6조3461억원을 기록하며 뒤를 이으면서 대형사 중심의 '3강 체제'가 더욱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다만 대형사 중심의 수주 확대가 정비사업 시장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고금리와 공사비 상승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사업 초기 자금 조달 능력과 신용도, 금융 조달 역량에서 우위를 가진 대형사와 달리 중견·중소 건설사는 신규 수주 경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조합들이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브랜드 경쟁력뿐 아니라 재무 안정성과 사업 완수 능력을 핵심 평가 기준으로 삼으면서 중견사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중견 건설사 임원은 "과거에는 브랜드와 설계 경쟁력만 갖추면 중견사도 충분히 수주전에 참여할 수 있었지만, 최근 조합들은 건설사의 재무 안정성과 금융 지원 능력을 우선적으로 평가하는 분위기"라며 "사실상 대형사가 아니면 경쟁 자체가 쉽지 않은 구조로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구조적 불균형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시공능력평가 20~100위권 중견 건설사 27곳의 지난해 9월 말 기준 미청구 공사비와 공사 미수금은 약 8조1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1% 증가했다. 물가연동 조항이 없는 확정가 계약 구조에서 원가 상승분을 자체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한계가 중견사의 재무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형사 역시 책임준공과 미분양 등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리스크, 안전 및 규제 비용 증가라는 과제를 안고 있지만 위기 대응 능력에서는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정비사업 시장의 양극화가 장기화할 경우 건설산업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기업 규모와 업종 특성을 고려한 차별화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박선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경제금융연구실장은 "현재 건설업 위기는 고물가·고환율·고금리와 지정학적 불확실성 등 외부 요인에 더해 하도급 불공정, PF 의존 구조, 공사비 현실화 미흡 등 내부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며 "기업 규모별로 직면한 위기 양상이 다른 만큼 공사비 현실화와 계약제도 개선, 하도급 생태계 건전화, 중소 건설사 대상 정책금융 확대 등 맞춤형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