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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입장에서 가장 직접적인 사례는 발행어음과 종합투자계좌(IMA)다. 금융당국은 초대형 투자은행(IB)이 발행어음과 IMA로 조달한 자금의 일정 비율을 국내 모험자본에 공급하도록 했다. 올해는 10%, 내년은 20%, 2028년에는 25%까지 단계적으로 높아진다. 모험자본의 범위에는 중소·벤처기업, 중견기업, 신기사, P-CBO, A등급 이하 채무증권, 코스닥벤처펀드, 하이일드펀드 등이 포함된다.
여기서부터 질문이 생긴다. 중소기업에 돈을 넣으면 생산적금융이고 대기업 회사채를 사면 아닌가. 반도체나 인공지능(AI) 기업에 투자하면 생산적 금융이고, 부동산 관련 기업에 자금을 대면 비생산적금융인가. 벤처기업에 돈을 넣으면 모험자본이고, 이미 성장한 기업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면 단순 투자로 봐야 하나. 정책 기준은 있지만 현장에서 체감하는 경계는 여전히 흐릿하다.
IMA는 증권사가 고객 자금을 받아 기업금융 등에 운용하고 만기에는 원금 지급 의무를 지는 상품이다.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먼저 상품을 내놓았고, 올해 3월 NH투자증권까지 사업자로 지정되면서 경쟁이 본격화됐다.
당국의 설명대로라면 IMA는 증권사가 모험자본을 공급하는 통로다. 하지만 투자자에게는 연 4% 안팎의 기준수익률, 만기 원금 지급 의무, 중도해지 제한 같은 상품 구조가 먼저 보인다. 증권사에는 장기 기업금융 자산을 편입해야 하는 운용 부담이 남는다. 같은 상품을 두고 당국은 생산적금융을 말하고, 증권사는 새 수익원을 말하고, 투자자는 안정적인 중수익 상품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하나의 용어가 각자 다른 의미로 읽히는 셈이다.
생산적금융이라고 해서, 모험자본이라고 해서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위험이 있다는 뜻에 가깝다. 발행어음과 IMA로 조달한 자금이 기업금융 자산으로 흘러가는 과정에서는 편입 자산의 부실이나 회수 지연 위험이 생길 수 있다. 그래서 금융감독원도 시장 확대에 맞춰 종합금융투자사업자의 유동성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다.
물론 증권사가 자본시장의 성장 자금 공급자로 더 큰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국내 금융이 담보와 부동산 중심에 오래 머물렀던 것도 사실이다. 혁신기업과 중소·벤처기업에 장기 자금이 더 흘러가야 한다는 정책 방향도 필요하다.
다만 생산적금융이라는 말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어떤 자금이 생산적인지, 어떤 투자가 모험자본인지, 어느 정도 위험까지 정책적으로 권장되는지 설명돼야 한다. 실적을 평가할 때도 공급액만 볼 것이 아니라 회수율, 손실률, 만기 구조, 유동성 부담, 투자자 설명 의무까지 함께 봐야 한다. 생산적금융이 말만 번듯한 구호로 끝나지 않으려면 자금 공급 규모보다 먼저 기준과 책임 구조가 분명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