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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주부에서 세계적 화가로…캐서린 브래드포드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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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6. 06. 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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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현대서 국내 첫 개인전 개최
삶의 전환과 자유 그린 대표작 20여 점 선보여
5. [갤러리현대] 캐서린 브래드포드, Greeting the Sun, 2023, 캔버스에 아크릴릭, 101.8 × 76.1 cm
캐서린 브래드포드의 '그리팅 더 선(Greeting the Sun)'. /갤러리현대
서울 삼청동 갤러리현대에 들어서면 붉은 치마를 입은 소녀들이 거대한 태양을 향해 걸어가는 그림이 관람객을 맞는다. '그리팅 더 선(Greeting the Sun)'이다. 짙은 남색 하늘 아래 선 인물들은 얼굴도 표정도 희미하지만 어딘가를 향해 나아가는 움직임만큼은 분명하다.

갤러리현대는 오는 7월 12일까지 미국 화가 캐서린 브래드포드(84)의 국내 첫 개인전 '리빙 어 드림(Living a Dream)'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신작을 포함한 20여 점의 회화를 선보이며 수영하는 사람들, 어머니, 슈퍼히어로 등 작가가 오랫동안 탐구해 온 주요 연작들을 소개한다.

오늘날 브래드포드는 미국 동시대 회화를 대표하는 작가 가운데 한 명으로 평가받는다. 뉴욕 현대미술관(MoMA)과 휘트니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돼 있으며 국제 미술계에서도 꾸준히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그의 이력은 전형적인 스타 작가의 성공 서사와는 다르다.

5. [갤러리현대] 캐서린 브래드포드_포트레이트 이미지.  캐나다갤러리 제공
캐서린 브래드포드. /갤러리현대
브래드포드는 결혼 후 메인주에서 가정을 꾸리고 쌍둥이 자녀를 키우며 오랜 시간 가정주부로 생활했다. 이후 이혼을 계기로 뉴욕으로 돌아와 본격적인 작품 활동에 나섰고, 비교적 늦은 나이에 미술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전시 제목인 '리빙 어 드림'은 뒤늦게 자신의 삶을 새롭게 개척한 작가의 여정을 떠올리게 한다.

전시장에 걸린 작품들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물속을 헤엄치는 수영객들이 등장하고, 밤하늘을 날아다니는 슈퍼히어로가 나타난다. 영웅처럼 보이는 인물들 역시 강인한 존재라기보다 불안과 고독을 품은 평범한 인간에 가깝다.

대표작 '러너웨이 와이프 오버 허 오운 하우스(Runaway Wife Over Her Own House)'는 집 위를 날아가는 여성의 모습을 담고 있다. 유머러스하면서도 해방감을 느끼게 하는 이 작품은 가족과 사회가 부여한 역할을 넘어 자신만의 삶을 찾아가는 여성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13. [갤러리현대] 캐서린 브래드포드
미국 화가 캐서린 브래드포드(84)의 국내 첫 개인전 '리빙 어 드림(Living a Dream)' 전경. /갤러리현대
브래드포드의 인물들은 구체적인 서사보다 상징적 존재에 가깝다. '그리팅 더 선' 속 소녀들은 거대한 태양을 향해 나아가고, 수영객들은 끝을 알 수 없는 물속을 유영한다. 화면 속 인물들은 대부분 얼굴이 지워지거나 흐릿하게 처리돼 특정 개인이라기보다 인간 존재 자체를 상징한다. 작가는 이를 통해 성장과 변화, 불안과 희망 같은 보편적 감정을 환상적인 장면으로 풀어낸다.

브래드포드 작품의 또 다른 특징은 강렬한 색채다. 형광빛 노란색과 붉은색, 깊은 남색이 어우러지며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인물은 구체적으로 묘사되지 않고 흐릿하게 번져 있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관람객은 자신의 기억과 감정을 자연스럽게 투영하게 된다.

작가가 오랫동안 그려온 수영객 연작도 눈길을 끈다. 브래드포드에게 물은 자유와 불안, 고독과 연대가 공존하는 공간이다. 화면 속 인물들은 각자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지만 같은 공간을 공유하며 서로 연결돼 있다.

갤러리현대 관계자는 "브래드포드는 인물 군상을 통해 인간 존재의 취약성과 관계의 감각, 고독과 환희를 탐구해 왔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신작을 중심으로 그의 작업 세계를 폭넓게 조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1. [갤러리현대] 캐서린 브래드포드, Winter Coats, 2025, 캔버스에 아크릴릭, 51.3 × 40.6 cm
캐서린 브래드포드의 '윈터 코츠(Winter Coats)'. /갤러리현대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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