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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경영대학 이현석·노인준 교수 연구팀은 2015년부터 2020년까지 미국에서 발생한 의약품 부족 사례 4741건과 136개 완제의약품(FDF) 생산공장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과거 공급 부족을 해결한 경험이 많은 공장일수록 이후 유사한 위기에서 공급 회복 기간이 짧아지는 경향을 확인했다.
11일 고려대에 따르면 연구는 미국 의약품 부족 기록과 FDA 의약품 데이터베이스를 연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연구팀은 FDA 의약품 라벨, 의약품 고유 식별번호인 NDC, 승인 의약품 목록집인 오렌지북, 원료의약품 정보 등을 활용해 어느 공장이 어떤 약을 만들었고 부족 사태가 얼마나 오래 지속됐는지를 추적했다.
연구팀은 제약공장이 과거 공급 차질의 원인과 대응 과정을 일종의 '오답노트'처럼 축적할수록 다음 위기에서 문제를 더 빨리 파악하고 정상화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분석했다. 단순히 생산량을 늘리거나 재고를 많이 쌓는 것만으로는 공급 부족 문제를 충분히 해결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제조 지연·품질 문제 등 내부 요인에서 비롯된 공급 부족의 경우 이 효과가 두드러졌다. 내부 원인의 부족 사태 해결 경험이 풍부한 공장은 그렇지 않은 공장보다 공급 회복 기간이 평균 21.5%(약 36.4일) 짧았다.
연구팀은 "제약공장이 과거 공급 차질의 원인과 대응 과정을 '오답노트'처럼 축적할수록 다음 위기에서 더 빨리 정상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여러 종류의 의약품을 생산하고 다양한 원인의 부족 사태를 겪은 공장일수록 이후 위기 대응 속도가 빨랐다. 다양한 경험이 축적될수록 문제 원인을 신속하게 진단하고 상황에 맞는 대응 전략을 선택하는 조직 역량이 높아지기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반면 원료 공급업체의 생산 차질이나 예상치 못한 수요 급증처럼 외부 요인으로 발생한 부족 사태에서는 학습 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공장이 직접 통제하기 어려운 외부 변수는 원인과 해결 과정의 연관성을 파악하기 어렵고, 한 공장에서 축적한 경험이 같은 기업 내 다른 공장으로 충분히 전이되지 않는 경향도 확인됐다.
이현석 교수는 "의약품 부족 문제는 단순히 생산량을 늘리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며 "위기를 겪은 뒤 무엇을 배웠는지 기록하고 공유하는 능력이 다음 위기의 회복 속도를 좌우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기업은 복구 과정을 정기적으로 되짚고 공장 간 경험을 공유하는 디지털 지식 저장소를 마련해야 한다"며 "정부도 공급처 다양화 지원과 함께 기업의 복구 역량을 평가·보상하는 제도를 갖춰야 환자들의 고통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이번 연구는 이중희 미국 노틀담대학교 교수, 브래들리 R. 스타츠(Bradley R. Staats)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 채플힐캠퍼스 교수와 공동으로 수행됐으며, 경영학 분야 최고 권위 학술지 'Management Science'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