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가 부추기는 경향도 상당히 농후
국지전 발발해도 괜찮은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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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계엄령이 해제된 이후부터 지난 40여년 동안에도 대만이 태평성대를 구가한 것은 아니었다. 특히 금세기 들어 '대만 독립'을 주창하는 현 집권당인 민주진보당(민진당)이 정권을 잡았을 때에는 계엄령 시대에 못지 않게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는 아주 위험했다고 해도 좋았다. 준전시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나의 중국' 원칙과 '대만 독립'의 슬로건이 치열하게 충돌했던 총통 선거 때에는 더욱 그랬다.
기자는 직업상 대만에 자주 체류하면서 이런 아슬아슬한 상황을 수도 없이 겪었다. 우선 1996년 3월 23일 사상 최초의 총통 직선제 실시 직전의 준전시 때에는 중국의 바로 코앞 섬인 마쭈다오(馬祖島)에까지 취재를 위해 들어갔다 대만 해군이 제공한 군함을 타고 겨우 탈출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또 2024년 1월 13일 총통 선거를 전후해서는 타이베이(臺北) 등지에서 취재를 하면서 중국의 무력시위가 여차 하면 국지전을 불러올 수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목도했다.
당시 민진당의 라이칭더(賴淸德) 후보가 압도적으로 당선된 만큼 지금도 분위기는 살벌하기 그지 없다. 아니 모든 대화와 교류가 꽉 막힌 상황에서 중국이 대만에 대한 무력시위와 강경 입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행보를 보면 사상 최악의 위기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해도 틀리지 않을 듯하다. 베이징 일부 외교 소식통들이 "현재 양안의 대치 국면은 진짜 심각하다. 지난 세기 80년대 전후의 계엄령 때보다 더한 위기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분위기가 심각하다고 강조하는 것은 역시 정곡을 찌른 것이라고 해야 한다.
진짜 그런지는 양안이 한발도 물러서지 않은 채 보여주는 현재의 대치 국면을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먼저 중국의 경우 지난달 중순에 항모인 푸젠(福建)함과 공무선을 대만해협 동부 해역에 파견, 무력시위를 재개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어 지난 2일에는 대만 주변 공·해역에 군용기 30대와 군함 7척 및 공무선 5척을 각각 보내 대놓고 반응을 타진했다.
거의 협박에 가까운 메시지를 발신하는 것 역시 거론할 수 있다. 시진핑(習近平) 총서기 겸 국가주석과 왕이(王毅) 당 중앙정치국 위원 겸 국방부장(장관·중앙외사공작위원회 판공실 주임 겸임)이 지난 1일의 당 창당 105주년을 맞아 마치 약속이나 한 듯 피력한 입장을 대표적으로 꼽아야 할 것 같다. '대만 독립'을 입에 올리는민진당 같은 분열 세력을 "단호히 타격해 응징하겠다"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에 반대하는 언행은 죽음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대만도 지지 않고 있다. 라이 총통의 최근 행보를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중국의 무력시위와 압박이 예사롭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면 즉각 대응, 위협에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여기에 일방적으로 열세인 군사력 증강을 위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위력이 확인된 드론의 전력을 대대적으로 확충하는 현실까지 더할 경우 대만의 기세도 대단하다고 할 수 있다. 양안의 극단 대치가 국지전을 불러 일으킬 수준이라고 단언해도 진짜 괜찮을 듯하다.
만에 하나 국지전이 일어날 경우 상황은 정말 복잡해진다. 무엇보다 미국은 지난 1979년 대만과 단교한 후 중국과 수교하면서 부랴부랴 만든 '대만관계법'에 의거, 참전하는 길을 무조건 선택해야 한다. '대만 유사시'에 군사적 개입을 한다는 조항이 있는데도 가만히 있는다는 것은 말이 안되기 때문이다.
일본 역시 지난해 11월 6일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리가 국회에서 "대만 유사시에 개입해야 한다"는 요지의 연설을 한 만큼 현실을 그저 수수방관하기는 어렵다. 어떤 형태가 되든 간에 미국의 편에 서야 한다. 미국과는 일본 이상의 특수 관계인 한국은 입장이 아주 난처해질 수 있다.
그러나 최종적으로는 중국을 적으로 돌려야 한다. 베이징의 대만인 사업가인 렁유청(冷有成)씨가 "한국은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양안에 국지전의 전운이 짙어질 경우 참전까지는 몰라도 그 수준으로 미국에 전폭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양국의 동맹은 아무 의미가 없어진다"면서 양안의 국지전이 한국을 외통수로 몰아갈 것이라고 분석하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해야 한다.
현재의 양안 위기는 사실 언제인가는 자국을 뛰어넘을 G1이 될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미국이 조장하는 측면이 없지 않다고 해야 한다. 중국이 단호하게 대응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해야 한다. 양안의 국지전 발발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분명 괜한 게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이 진짜 정신을 바짝 차린 채 양안의 최악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결론은 아주 자연스럽게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