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Advertisements

빗장 거는 글로벌 방산 시장… 가성비 공장에서 글로벌 안보 파트너로 진화하라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60712010004185

글자크기

닫기

구필현 국방전문기자

승인 : 2026. 07. 12. 11:26

구글 검색 선호 출처 추가 Google 검색에서 아시아투데이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Advertisements

Advertisements

3.5% 치솟는 국방비와 유럽 EDIS 장벽 진단…
‘가성비 무기 공급망만으론 한계”…글로벌 군비 증강과 무역 장벽의 파고
족쇄 차고 뛰는 한국 방산… 내부의 법과 제도를 파괴하라
0712 이용배사장 K2PL현지생산 사인
아르뚜르 쿱텔(오른쪽) 폴란드 군비청장과 이용배 현대로템 대표이사 사장이 지난해 8월 1일(현지시간) 폴란드 글리비체에서 진행된 폴란드 K2 전차 2차 이행계약 서명식에서 서명을 하고 있다.이번 계약을 기점으로 폴란드에서의 첫 현지 전차 양산이 개시되는 만큼 폴란드와 지상무기체계 공동 개발을 위해 향후 폭넓은 파트너십을 구축이 예상된다. 이번 계약에서 PGZ 산하 방산 업체인 부마르(Bumar)는 폴란드형 K2 전차, 계열 전차의 현지 생산을 담당한다. 최근 폴란드 K2 전차 3차 실행계약(EC3) 계약이 논의중이다. / 사진=현대로템 제공
전 세계가 냉전 종식 이후 향유해 온 군비 축소의 달콤한 열매인 '평화배당금(Peace Dividend)' 시대가 완전히 막을 내렸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와 지정학적 위기 고조는 무한 군비 경쟁을 의미하는 '전쟁배당금(War Dividend)' 시대를 강제하고 있다.

대한민국 방위산업(K-방산)은 특유의 신속한 납기와 뛰어난 가격 대비 성능을 앞세워 글로벌 틈새시장을 성공적으로 공략해 왔으나, 미래 생존을 확약하기엔 국·내외적 도전 과제가 엄중하다.

특히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한 방산 블록화 장벽이 견고해지는 가운데, 국내 국방 획득 시스템의 경직성은 혁신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에 본지는 9일 서울 여의도의 FKI(전경련)에서 한국방위산업진흥회가 주최하고 방위사업청(DAPA)과 국방과학연구소(ADD)가 후원한 '2026년 제2회 국제 방위산업 세미나'에서 발표된 글로벌 방산 전략 분석을 바탕으로, K-방산의 지속 가능한 도약을 위한 세 가지 핵심 축을 진단한다.

국내외 방산 전문가 3인의 발표를 통해 글로벌 안보 패러다임의 변화와 유럽의 EDIS 장벽을 심층 분석하고, 내부 제도 개혁 방안을 집중 조명한다.


0712 남기헌 KIDA 실장
남기헌 국방연구원 획득방산연구실장이 유럽 방산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구필현 기자
◇ 남기헌 국방연구원 획득방산연구실장, "GDP 3.5% 치솟는 국방비… 글로벌 전장의 문법이 바뀐다"

최근 글로벌 안보 지형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현상은 전 세계적인 국방비 지출의 폭발적 증가다. 남기헌 실장의 분석에 따르면, NATO(북대서양조약기구)를 비롯한 주요국들은 과거 국내총생산(GDP) 대비 2.0% 안팎에 머물렀던 국방 예산을 최근 앞다투어 많게는 3.5% 이상으로 수직 상승시키는 메가 트렌드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군비 증강은 단순히 무기의 수량을 늘리는 양적 팽창에 그치지 않는다. 현대 전장은 인공지능(AI), 드론, 우주·사이버 전술이 결합한 고도의 '다영역 작전(MDO)'과 수백만 발의 포탄이 소모되는 '재래식 소모전'이 동시에 수행되는 전례 없는 양면성을 띠고 있다.

이에 남 실장은 K-방산이 특유의 '신속 납기' 강점을 극대화하되 동종 재래식 전력을 생산하는 독일·영국과는 철저한 시장 경쟁을 벌이고, 첨단 소프트웨어와 강점을 가진 네덜란드·스웨덴과는 '첨단 SW-제조 협력' 시너지를 내야 한다는 정밀한 다각화 전략을 제안했다. 기존의 단순 제조 공장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전장의 새로운 문법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경고다.


◇ 하이코 보헤르트 독일 인공지능연구소 교수, "유럽의 높은 빗장… '우리끼리 사겠다'는 EDIS 장벽 깨야"

밖에서 마주한 가장 거대한 암초는 유럽연합(EU)이 공식화한 유럽방위산업전략(EDIS)의 보호주의 장벽이다. 유럽 방산 전문가 하이코 보헤르트(Heiko Borchert) 박사는 보고서를 통해 EU가 2030년까지 역내 공동 조달 비율을 40%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방산 예산의 최소 50% 이상을 유럽 기업 제품 구매에 쓰도록 강제하는 무역 규제를 통렬히 진단했다.

이는 완성품을 국내에서 제작해 수출하는 기존 한국식 방산 비즈니스 모델의 유효 기한이 임박했음을 의미한다. 보헤르트 박사는 한국이 유럽 시장에서 튕겨 나가지 않으려면 단순한 무기 수출(Seller) 단계를 넘어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럽 현지 방산 생태계 및 공급망 내부로 직접 걸어 들어가 현지 기업들과 긴밀하게 피를 섞는 '가치 사슬(Value Chain)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것만이 거대한 대외 장벽을 정면 돌파할 유일한 당위성이라고 강력히 피력했다.


◇ 최용선 법무법인 율촌 수석전문위원, "족쇄 차고 뛰는 한국 방산… 내부의 법과 제도를 파괴하라"

대외적 거센 파고 속에서 우리 내부의 경직된 규제는 K-방산의 발목을 잡는 가장 큰 아킬레스건으로 지목된다.

최용선 수석전문위원은 미국의 '국방혁신단(DIU)', 영국의 '미사일방어센터 (MDC, Missile Defence Centre)', 이스라엘의 '국방연구개발국 (MAFAT, DDR&D)' 등 선진국들이 민간의 파괴적 혁신 기술을 발견하면 수일 만에 군에 도입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법적 면제 특례'와 패스트트랙 사례를 제시하며 대대적인 쇄신을 요구했다.

미·영·이스라엘의 3개 기관 모두 수년씩 걸리는 기존의 관료주의적 획득 절차를 깨고, 민간의 파괴적인 혁신 신기술을 빛의 속도로 안보 전선에 끌어들이기 위해 만들어진 법적 특례형 국방 조직이다.

나아가 민간 혁신 시제품이 성공하면 파격적으로 수의계약으로 연계하고, 국가가 독점하던 국방 지식재산권(IP)을 민간 기업에 전면 보장하여 민간 자본의 유입을 촉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를 위해 독자적인 예산권과 계약권을 쥔 대통령 직속의 '한국형 국방혁신단(K-DIU)' 신설이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0712 이용철 청장
9일 열린 '제2회 국제 방위산업 세미나'에서 이용철 방위사업청장은 K-방산이 직면한 안보 블록화 위기를 진단하고, 정부 차원의 과감한 규제 혁파 의지를 피력했다. 글로벌 안보 패러다임 변화와 유럽 EDIS 장벽 등의 위기 진단을 고려할 때, 단순 완제품 수출(Seller)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고 해외 현지 기업들과 공급망을 공유하는 '글로벌 가치사슬(Value Chain) 파트너십' 진입을 위한 정부 차원의 제도적·정책적 지원을 강조했다. / 사진=방사청 제공
◇ '가성비 공장'에서 동맹의 '안보 파트너'로 진화하라

지난 9일 열린 국제 방위산업 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지금 K-방산이 누리는 호황은 서구 강국들이 군비를 축소한 사이 우리 제조 역량이 우연한 기회와 맞물려 터진 '전술적 승리'일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미국과 유럽의 거대 방산 기업들이 대량 생산 라인을 복구하고 빗장을 걸어 잠그기까지 우리에게 허락된 골든타임은 고작 2~3년에 불과하다는 진단이다.

더는 지체할 시간이 없다.

정부와 군은 당장 방산 현장의 발목을 묶은 낡은 법과 규제의 족쇄를 과감히 부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의 민간 첨단 기술이 국방의 벽을 넘어 빛의 속도로 스며들도록 조달 구조를 통째로 뜯어고쳐야 할 때다. 대외적으로는 해외 현지 기업들과 피를 섞는 전략적 파트너십으로 무역 장벽을 정면 돌파해야 한다.

대한민국 방위산업이 단순히 무기를 잘 찍어내는 '가성비 공장'에 머무를 것인가, 동맹국의 안보를 함께 책임지는 '전략적 솔루션 파트너'로 도약할 것인가. 그 선택의 기로에서 규제 개혁이라는 내부 혁신은 이제 생존을 위한 최우선 과제다.
구필현 국방전문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