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통과 한국행 유조선 6척…휘발유·경유는 전쟁 전보다 10~16% 높아
브렌트유 88달러·아시아 LNG 21달러…공급 차질보다 가격 부담이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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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국제유가와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전쟁 이전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에너지 위기의 무게중심이 '물량 확보'에서 '비용 부담'으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국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도 하루 단위로는 소폭 하락했지만 지난 2월 말과 비교하면 각각 10%, 16% 이상 높은 수준이다.
산업통상부는 21일 '중동전쟁 대응본부 일일 브리핑'을 통해 7~8월 원유 도입 물량을 전년 평균의 110% 이상 확보했다고 밝혔다. 9월 도입 예정 물량도 전년 대비 약 90% 이상 확보한 상태로, 추가 계약에 따라 물량이 계속 늘고 있다.
유조선 운항도 현재까지는 정상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17일 이른바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한국행 유조선은 총 6척이다. 이 가운데 3척은 이미 국내에 도착했고 나머지 3척도 이번 주 안에 입항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단기간 내 국내 정유사의 원유 투입이나 석유제품 생산이 중단될 가능성은 낮아진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가 원유 도입선을 점검하고 선박 운항 상황을 일 단위로 관리하면서 실제 공급 차질로 번지는 상황은 피하고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가격이다. 이날 오전 7시 기준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88.81달러로 전날보다 0.5% 하락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82.96달러로 0.3% 내렸다. 이란이 중재국들로부터 10일간의 휴전 제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날 급등했던 유가가 일부 되돌림을 보인 영향이다.
그러나 전쟁 이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브렌트유는 지난 2월 27일보다 22.5%, WTI는 23.8% 올랐다. 두바이유도 최근 확인 가능한 가격이 배럴당 79.71달러로 같은 기간 대비 11.9% 높은 수준이다.
천연가스 가격 상승 폭은 원유보다 더 크다. 아시아 LNG 현물가격 지표인 JKM은 지난 20일 기준 100만BTU당 21.26달러로 직전 거래일보다 2.5% 올랐다. 2월 27일과 비교하면 98.7% 급등했다. 유럽 천연가스 지표인 TTF도 19.67달러로 같은 기간 77.9% 상승했다.
중동의 해상 물류 불안도 가격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산업부에 따르면 예멘 후티 반군의 해상 봉쇄 선언으로 20일 유가가 상승했다가 이란을 둘러싼 휴전 기대가 다시 확산하면서 21일 하락했다. 전쟁 자체뿐 아니라 호르무즈·바브엘만데브 등 주요 해상 운송로와 관련한 소식에 따라 가격이 크게 출렁이는 구조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국제 가격 상승분은 국내 주유소 가격에도 반영되고 있다. 21일 오전 7시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872.79원, 경유는 1856.99원으로 집계됐다. 전날보다는 각각 0.01%, 0.03% 하락했지만 2월 27일과 비교하면 휘발유는 10.6%, 경유는 16.3% 높은 수준이다.
특히 경유 가격 상승 폭이 휘발유보다 큰 만큼 화물·물류업계와 제조기업의 운송비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원유 도입 물량을 충분히 확보하더라도 고유가가 지속되면 정유사의 원료비뿐 아니라 산업용 연료와 물류비, 전력·가스 요금 전반에 시차를 두고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도 소비자 가격 부담은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지난 20일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4.003달러, 경유는 5.108달러로 2월 27일보다 각각 34.33%, 35.85% 상승했다. 캘리포니아주는 휘발유 5.497달러, 경유 6.701달러로 미국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일본은 정부 보조금으로 가격 상승을 일정 부분 억제하고 있지만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2월 말보다 각각 7.93%, 10.25% 높다. 각국이 세금 인하와 보조금, 가격 안정 조치를 동원하고 있지만 국제 원유·가스 가격 상승을 완전히 차단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산업계에서는 향후 에너지 시장의 핵심 변수를 실제 원유 부족보다 전쟁위험보험료와 운임, LNG 도입단가 등 간접비용으로 보고 있다. 국내에 들어오는 원유 물량은 현재 확보됐지만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과 해상 운송 위험이 장기화할 경우 운송·보험 비용이 누적되고, 수개월 뒤 국내 석유제품과 가스 가격에 추가 반영될 수 있어서다.
결국 정부의 에너지 대응도 물량 확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호르무즈 통항과 유조선 입항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동시에 국제유가와 가스 가격 상승이 산업용 에너지 비용과 소비자 물가로 번지는 것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는 관측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