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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기업들은 왜 미래 투자보다 ‘급한 불’부터 끄게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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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강훈 기자

승인 : 2026. 08. 0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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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강훈
기업이 미래를 준비하려면 오랜 기간 안정적으로 활용할 자금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최근 기업 자금조달 관련 자료를 살펴보다 보니 산업 현장의 분위기는 조금 달라 보였습니다. 미래를 준비할 여유보다 당장의 유동성을 먼저 고민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어서입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주식과 회사채 공모 발행액은 126조575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6% 감소했습니다. 주식 발행은 29.6%, 회사채 발행은 15.2% 줄었습니다. 반면 기업어음(CP)과 단기사채 발행액은 1272조8483억원으로 68% 늘었습니다. 주식과 회사채를 통한 자금 조달은 위축된 반면, 단기 유동성 시장은 오히려 확대됐습니다.

특히 일반회사채 발행의 72.9%가 기존 채무를 갚기 위한 차환 목적이었고, 시설투자 자금은 3.6%에 그쳤다는 점은 의미심장합니다. 기업들의 자금 수요가 신공장 건설이나 신사업 확대보다 당장 만기가 돌아오는 채무를 관리하는 데 더 쏠린 모습으로도 읽힙니다.

기업들의 체감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서도 기업들은 주식과 회사채 발행 등 직접금융을 통한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된 데다 시중은행 차입 부담까지 커졌다고 응답했습니다. 결국 기업들은 미래를 위한 투자보다 당장의 유동성을 먼저 고민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그렇다고 자금을 더 공급하는 것만으로는 해답이 되기 어렵습니다. 중요한 것은 기업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방식으로 자금이 흘러가도록 만드는 일입니다.

중견·중소기업의 자금조달 숨통을 틔우는 방안도 필요합니다. 대표적인 수단이 중견·중소기업의 회사채 발행을 지원하는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입니다. 올해 상반기 P-CBO 발행액은 1조902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5% 감소했습니다. 신용도가 낮아 회사채 시장 접근이 어려운 기업을 위한 신용보강 장치인 만큼, 기존 채무를 갚는 차환보다 설비투자와 사업재편 등 성장 자금에 우선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합니다.

은행 대출과 공모 회사채 사이의 빈틈을 메우는 것도 과제입니다. 기업들은 발행어음과 종합투자계좌(IMA)를 활용한 증권사 기업금융 확대도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냈습니다.

기업들이 미래보다 '급한 불'부터 끄게 된 것은 미래를 포기해서가 아닙니다. 미래를 준비할 여유가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공장을 짓고 신기술을 개발하는 데는 결국 시간이 필요합니다. 기업들이 다시 긴 호흡의 투자를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그것이 지금 산업 경쟁력을 지키는 첫걸음인지도 모릅니다.
손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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