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주식과 회사채 공모 발행액은 126조575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6% 감소했습니다. 주식 발행은 29.6%, 회사채 발행은 15.2% 줄었습니다. 반면 기업어음(CP)과 단기사채 발행액은 1272조8483억원으로 68% 늘었습니다. 주식과 회사채를 통한 자금 조달은 위축된 반면, 단기 유동성 시장은 오히려 확대됐습니다.
특히 일반회사채 발행의 72.9%가 기존 채무를 갚기 위한 차환 목적이었고, 시설투자 자금은 3.6%에 그쳤다는 점은 의미심장합니다. 기업들의 자금 수요가 신공장 건설이나 신사업 확대보다 당장 만기가 돌아오는 채무를 관리하는 데 더 쏠린 모습으로도 읽힙니다.
기업들의 체감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서도 기업들은 주식과 회사채 발행 등 직접금융을 통한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된 데다 시중은행 차입 부담까지 커졌다고 응답했습니다. 결국 기업들은 미래를 위한 투자보다 당장의 유동성을 먼저 고민하는 상황에 놓였습니다.
그렇다고 자금을 더 공급하는 것만으로는 해답이 되기 어렵습니다. 중요한 것은 기업의 성장을 뒷받침하는 방식으로 자금이 흘러가도록 만드는 일입니다.
중견·중소기업의 자금조달 숨통을 틔우는 방안도 필요합니다. 대표적인 수단이 중견·중소기업의 회사채 발행을 지원하는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입니다. 올해 상반기 P-CBO 발행액은 1조902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1.5% 감소했습니다. 신용도가 낮아 회사채 시장 접근이 어려운 기업을 위한 신용보강 장치인 만큼, 기존 채무를 갚는 차환보다 설비투자와 사업재편 등 성장 자금에 우선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합니다.
은행 대출과 공모 회사채 사이의 빈틈을 메우는 것도 과제입니다. 기업들은 발행어음과 종합투자계좌(IMA)를 활용한 증권사 기업금융 확대도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냈습니다.
기업들이 미래보다 '급한 불'부터 끄게 된 것은 미래를 포기해서가 아닙니다. 미래를 준비할 여유가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공장을 짓고 신기술을 개발하는 데는 결국 시간이 필요합니다. 기업들이 다시 긴 호흡의 투자를 선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그것이 지금 산업 경쟁력을 지키는 첫걸음인지도 모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