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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데이터’ 벽에 막힌 금융권 AI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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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라 기자

승인 : 2026. 08. 04.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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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지주 전경
4대 금융지주 전경./각 사
(아시아투데이_이보라) 증명사진
"AI 기술은 준비됐는데, 데이터를 못 씁니다."

최근 영업점 업무 효율화를 위해 AI 에이전트 도입을 추진 중인 한 금융사 관계자의 말입니다. AI 모델을 개발하고 서비스를 구축하는 기술 자체가 부족한 것은 아니지만, 금융그룹 내 흩어진 고객정보를 AI가 활용하는 과정에서 제도적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금융권이 AI 경쟁에서 풀어야 할 첫 번째 과제로 데이터 활용 문제가 떠오르고 있습니다. 금융사들이 AI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다양한 서비스를 내놓고 있지만, 정작 AI가 활용할 수 있는 데이터를 확보하고 연결하는 과정에서는 예상보다 복잡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금융사가 데이터를 갖고 있지 않아서가 아닙니다. 은행·증권·카드·보험 등 각 계열사가 오랜 기간 축적해온 고객 데이터가 있지만, 이를 AI가 하나의 정보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제도적 장벽이 있습니다.

금융그룹 내 계열사 간 고객정보는 내부 경영관리 목적 외에는 자유롭게 공유하기 어렵습니다. AI가 여러 계열사의 데이터를 활용해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정보 제공·이용에 대한 고객 동의가 필요하고, 동의를 받더라도 활용 목적과 제공 범위, 정보 항목 등 정해진 범위 안에서만 이용할 수 있습니다.

마케팅 목적의 제3자 정보 제공 동의를 받더라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자본시장법과 신용정보법상 공동영업은 제한적으로 허용돼 단순 상품 소개·안내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은행 심사정보나 고객 심층정보처럼 AI 서비스 고도화에 활용 가치가 높은 데이터일수록 계열사 간 공유와 활용은 쉽지 않습니다.

다만 데이터를 확보한다고 해서 곧바로 AI 활용으로 이어지는 것도 아닙니다. 방대한 원시 데이터를 AI가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는 형태로 구조화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합니다.

결국 생성형 AI 시대 금융권의 경쟁력은 어떤 AI 모델을 도입하느냐를 넘어, 보유한 데이터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연결하고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추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금융사 내부의 데이터 관리 체계 고도화뿐 아니라 개인정보 보호와 AI 활용 사이의 균형을 맞추는 제도 개선 논의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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