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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은 숫자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더 좋은 집, 조금 더 나은 환경을 바라는 대한민국 욕망의 총체가 부동산에 응축돼 있다. "절대 사대문 안을 떠나지 말라"던 다산 정약용의 조언과 맹모(孟母)의 마음도 여기에 맞닿아 있다. '내집'은 국민적 이해가 걸린 사안이자 인생의 목표가 되기도 한다. 그런 심리의 용광로에 숫자 몇 개를 넣어본들 그 본질의 온도를 바꾸긴 어렵다.
국민의 심리를 움직여야 한다는 점에서 부동산 정책은 정치와 궤를 같이한다. 복잡한 세제보다 대통령이나 장관이 내놓는 한 문장이 정책을 상징하는 구호로 작용할 때가 많다. 대선 공약집에 담긴 수많은 숫자보다 '적폐청산'과 같은 한 줄의 구호가 표심을 더 강하게 움직이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민주당 정부가 부동산을 대하는 시각을 보면 '가진자'들이 집값을 올린다는 적대적 인식이 드러난다. 그래서 '부동산과의 전쟁'이라는 용어가 나왔고, 정책은 시장을 안정시키는 과정이 아니라 이기고 지는 문제로 치환됐다. 실제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20년 신년사에서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부동산 문제를 가진자와 대결의 관점에서 다루면서 민주당 정부가 부과한 부동산 관련 세금은 국민에게 세금이 아니라 '벌금'으로 인식됐다. 이재명 정부 역시 좋든 싫든 이러한 정치적 부채를 안고 정책을 풀어가야 한다.
임기 1년을 넘긴 이재명 대통령의 부동산 관련 어록 중에서는 "부동산 투기를 방치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말이 첫손에 꼽힌다. 최근 부동산 세제 개편 발표에서 이 대통령이 내세운 핵심 표현은 "정상화"다. 주거 목적과 투자 목적을 구분하고, 실거주 여부와 자산 가치를 과세에 보다 충실히 반영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부동산 정책에서 대통령의 말은 수단이 아니라 정책의 일부다. '투기와의 전쟁'이라고 선언하는 순간 정부와 시장 사이에는 전선이 그어진다. 이번에 정부가 시장을 향한 대결적 태도에서 벗어나 제도의 왜곡을 바로잡겠다는 의미로 '정상화'를 제시한 것은 이전보다 세련된 접근법에 가깝다. "다 끌어오라"는 발언도 공급 확대를 통해 시장을 달래려는 '어록 등재' 일환으로 읽힌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는 거대한 대책 하나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대통령의 발언과 시장의 고통을 이해하려는 태도 등이 간밤에 내린 눈처럼 쌓여 형성된다. 국민은 방대한 정책 자료집 속 숫자보다 정부가 어떤 상황에서 무슨 말을 했고, 그 말을 실제로 지켰는지를 기억한다.
때마침 정부는 집권 2년 차 개각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늘 그래왔듯 새로 임명될 인사들의 부동산 보유 실태가 시장에 큰 울림이 될 수밖에 없다. 그동안 주요 정치인과 고위공직자, 대통령 참모들은 정부 정책의 방향과 어긋나는 부동산 보유나 거래로 위선을 드러냈다.
정치와 맞물린 부동산 세계에선 정책보다 말의 파장이 크고, 말보다 행동의 힘이 더 강하다. 다음 고위공직자 재산 공개에서 '과반이 다주택자'같은 논란성 보도가 이어지면 정부가 강조한 "정상화"도 공허한 메아리가 될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