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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수첩] 친동생 죽음 뒤 감춰진 수년간 학대…檢 보완수사가 찾아낸 ‘5000쪽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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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정민훈 기자

승인 : 2026. 08. 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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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영 춘천지검 원주지청 검사
폭행한 후 방치해 급성 복막염 사망
구원해 준다며 신체적, 정서적 학대
보완수사로 5000쪽 분량 일기 확인
춘천지검 원주지청 강우영 검사
강우영 춘천지검 원주지청 검사. /정민훈 기자
친동생을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 송치된 70대 남성이 수년 전부터 동생을 상습적으로 학대해 온 사실이 검찰의 보완수사로 드러났다. 경찰 수사에서 확인되지 않았던 공범도 새로 밝혀졌다. 강우영 춘천지검 원주지청 검사(변호사시험 12회)가 범행의 전모를 밝혀낸 결정적 단서는 피의자의 집에서 압수한 USB에 저장된 5000쪽 분량의 일기였다.

사건은 지난해 9월 6일 오전 1시께 벌어졌다. 친형 노모씨(71)와 동거녀 신모씨(58)는 중증 정신장애가 있는 노씨의 동생 A씨(54)가 숨지자 119에 신고했다. 이들은 119 공동대응요청으로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들에게 A씨가 숨지기까지 있었던 폭행 사실을 제대로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경찰 수사 과정에서 A씨가 숨지기 이틀 전인 9월 4일 노씨로부터 심한 폭행을 당한 사실이 드러났다. 노씨는 이날 오후 7시께 약 20분 동안 A씨의 복부를 10차례 이상 강하게 걷어찼다. 폭행 이후 A씨는 극심한 복통을 호소했고 몸의 자세를 바꾸기조차 어려워했다.

그럼에도 노씨 등은 119에 신고하거나 병원으로 데려가지 않았다. A씨는 24시간 넘게 방치됐다가 결국 창자 천공에 따른 급성 복막염으로 숨졌다.

경찰은 지난 5월 20일 노씨를 학대치사 혐의로 검찰에 넘겼다. 강 검사는 수사 기록에서 석연치 않은 대목을 발견했다. A씨의 복강 내부가 심각하게 손상돼 있었던 데다 몸 곳곳에서 멍과 상처가 발견됐는데도 노씨 등은 A씨가 사망하기 불과 수시간 전부터 구토 등 이상 증세를 보였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노씨가 "동생이 말을 듣지 않아 효자손으로 체벌하기도 했다"고 진술한 점도 강 검사의 의심을 키웠다. 사망 직전 폭행뿐 아니라 이전부터 A씨를 상대로 반복적인 학대가 있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곧바로 보완수사에 착수했다.

강 검사는 노씨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하며 USB 하나를 확보했다. 그곳에는 노씨와 신씨가 약 9년간 거의 매일 작성한 일기가 담겨 있었다. 강 검사는 수사관들과 함께 방대한 기록을 처음부터 들여다봤다. 특히 최근 2년간의 기록에는 노씨가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귀신을 퇴치한다', '악한 영을 다스린다'며 A씨를 신체적·정서적으로 학대한 내용이 등장했다.

강 검사는 일기 내용을 토대로 노씨가 2024년 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A씨를 때리거나 물속에 집어넣는 등 학대한 사실을 추가로 밝혀냈다. 지난해 2월에는 A씨의 머리를 때린 뒤 달아나는 동생을 붙잡아 넘어뜨려 귓바퀴가 찢어지는 상처를 입힌 사실도 확인했다.

5000여쪽의 일기는 공범을 찾아내는 단서도 됐다. 사건 당일 기록에는 노씨가 A씨를 때리는 동안 신씨가 도망가려는 A씨를 끌어다 앉혀 폭행을 계속할 수 있도록 했다는 내용이 남아 있었다.

강 검사는 이를 토대로 노씨와 신씨를 다시 조사해 신씨가 폭행에 가담한 경위와 역할에 관한 구체적인 진술을 확보했고, 신씨를 공동정범으로 입건했다. 경찰에서 노씨 한 명의 학대치사 사건으로 송치됐던 사건에서 공범의 존재까지 새롭게 드러난 것이다.

아울러 강 검사는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관들의 진술 등을 분석해 노씨 등이 A씨의 사망 경위를 숨기려 한 정황도 밝혀냈다. 강 검사는 이 같은 보완수사를 토대로 지난 6월 8일 노씨를 살인 및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신씨를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강 검사는 "경찰의 면밀한 초동 수사와 검찰의 신속한 보완수사, 그리고 모든 과정을 아우르는 검·경간 협력이 있었기에 신속하게 사건의 전모를 규명하고 실체적 진실을 밝힐 수 있었던 사례"라고 말했다.
정민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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