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Advertisements

美국채 안 팔고 달러 빌려 엔화 산다…미·일, 외환개입 ‘실탄 고갈’ 막는 새 카드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60807010002344

글자크기

닫기

최영재 도쿄 특파원

승인 : 2026. 08. 07. 10:12

구글 검색 선호 출처 추가 Google 검색에서 아시아투데이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Advertisements

Advertisements

clip20260807095652
스캇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과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연합뉴스
일본이 보유한 미국 국채를 팔지 않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서 달러를 빌려 엔화를 사들이는 새로운 외환시장 개입 방안을 추진한다. 일본은 개입 자금이 바닥날 것이라는 투기세력의 예상을 흔들고, 미국은 일본의 미국채 매각에 따른 금리 상승을 피할 수 있는 구조다.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면 한국 수출기업에는 가격경쟁력 회복이라는 호재가 되지만 일본산 장비·소재 수입비와 일본 여행비는 오를 수 있다.

7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미·일 협조 외환개입을 발표하면서 연준의 '외국·국제통화당국용 환매조건부채권 제도'인 FIMA 레포 퍼실리티를 개입 자금 조달에 활용할 방침을 밝혔다. 이 제도는 외국 중앙은행이나 통화당국이 보유한 미국 국채를 연준에 담보로 맡기고 달러를 빌리는 장치다. 연준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세계적인 달러 부족이 발생한 2020년 이를 도입했다. 각국이 달러 확보를 위해 미국채를 내다 팔면서 미국 금리가 급등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일본이 이 달러로 엔화를 사면 미국채를 처분하지 않고도 개입할 수 있다. 자금을 다시 조달할 수도 있어 일본의 외환보유액과 개입 여력이 고갈될 것이라고 보고 엔화를 공격하는 투기세력을 견제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미국도 이익이다. 일본은 미국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해외 투자자 가운데 하나다. 일본이 엔화 매입 자금을 마련하려 미국채를 대량 매각하면 채권 가격이 떨어지고 미국 장기금리는 상승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꺼리는 금리 상승을 피하면서 연준은 달러 대출에 따른 이자도 받을 수 있다.

현재 공급 한도는 600억달러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제도를 외환개입에 본격적으로 활용하려면 한도를 확대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연준에 대응을 요구했다. 다만 운용 권한은 미국 정부가 아닌 연준에 있어 실제 확대 여부는 불투명하다.
1025221760
달러화와 엔화 지폐/게티 이미지 뱅크
새로운 자금 조달 수단만으로 엔저의 근본 원인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재닛 옐런 전 미국 재무장관은 외환개입의 효과가 오래 지속되는 경우는 드물다며 금융·재정정책의 전환이 뒤따라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일 금리 차를 줄이기 위한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이 결국 필요하다는 의미다.

엔화 강세가 이어지면 한국의 자동차·자동차부품·철강·기계·선박 등 일본과 세계시장에서 경쟁하는 업종에는 유리하다. 일본 기업이 엔저를 바탕으로 낮췄던 달러 표시 수출가격을 다시 올릴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 한국무역협회는 엔화의 달러 대비 실질가치가 10% 하락할 경우 한국의 수출물량이 0.86%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반대로 엔화가 강해지면 한국 수출기업이 받아온 가격 압박은 완화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다만 한·일 수출품목의 차별화가 진행돼 전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과거보다 작다는 분석도 있다.

반면 일본에서 반도체 제조장비와 정밀기계, 핵심 소재·부품을 들여오는 한국 기업에는 부담이다. 엔화 가치 상승분이 거래가격에 반영되면 원화로 지급해야 할 수입대금이 늘어나 생산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본산 부품 비중이 높은 중소 제조업체일수록 환율 변동의 영향을 먼저 받을 가능성이 크다.

관광시장도 엇갈린다. 엔화가 오르면 한국인의 일본 숙박·쇼핑 비용이 늘어 일본 여행 수요가 둔화할 수 있다. 반대로 일본인에게 한국 여행은 상대적으로 저렴해져 방한 관광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은 일본의 주요 해외여행지이며, 일본인은 한국의 두 번째로 큰 방한시장이다.

금융시장에서는 급격한 엔화 강세가 또 다른 위험이다. 저금리 엔화를 빌려 해외 자산에 투자한 '엔 캐리 트레이드'가 빠르게 청산되면 세계 증시가 흔들리고 한국 주식·외환시장에서도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다. 미·일의 새 개입 수단은 한국 수출에는 호재가 될 수 있지만, 개입 속도와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여부에 따라 원화와 국내 금융시장에는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 될 전망이다.

최영재 도쿄 특파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Advertise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