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자체 부담도 복구 걸림돌…200억 피해에 20억 조달
日 기준 충족 땐 국고보조 자동 상향…대규모 재난은 국가 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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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한국행정연구원의 '재난관리체계에서 국민안전특례제 적용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피해조사부터 복구계획 수립, 예산 확보, 사업 시행이 단계적으로 이어져 있어 어느 한 단계가 늦어지면 전체 복구 일정이 밀리는 구조다.
수의계약을 둘러싼 불명확한 기준도 복구 속도를 늦추는 요인이다. 현행 제도상 응급복구는 수의계약이 가능하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수의계약이 가능한 '응급복구'의 범위와 적용 기준이 모호해 지자체 계약 담당자들은 사후 감사 지적을 우려해 경쟁입찰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원소연 한국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재해복구체계는 법과 규정에 근거해 체계적으로 설계돼 있지만 이러한 규정 중심 구조가 오히려 현장 대응의 유연성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긴급한 상황에서도 절차를 생략하거나 유연하게 조정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자체의 자체 재정 부담과 짧은 피해조사 기간도 발목을 잡는다. 대규모 수해가 발생하면 국비 등의 지원을 받더라도 지자체가 일정 부분을 자체 부담해야 한다. 한 기초지자체 담당자는 "200억원 규모 피해가 발생하면 20억원은 자체 조달해야 해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에는 상당한 부담"이라고 말했다.
피해조사 기간 역시 7~10일에 불과해 정밀한 파악이 어렵다. 침수 후 2~3주가 지나야 고사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농작물이나 현장 접근이 어려운 산악지역은 피해가 누락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 복구비가 당초 예산을 넘어서면 초과분은 지자체가 조달해야 한다.
까다로운 사전심의 절차는 행정 부담을 더한다. 시장·군수·구청장이 시행하는 복구비 30억원 이상 사업과 시·도지사가 시행하는 10억원 이상 사업은 중앙 심의를 받아야 한다. 설계 과정에서 사업비가 늘어 심의 기준을 넘으면 추가 심의를 거쳐야 해 자료 준비와 절차 이행에 시간이 소요된다.
일본은 피해 규모와 성격에 따라 대응 방식을 달리한다. 한국은 특별재난지역 선포와 국고 보조율 특례를 받기 위해 지자체 신청과 피해조사, 중앙 심사를 거쳐야 하지만 일본은 법률상 기준을 충족하면 별도 신청이나 사전 심사 없이 국고 보조율이 자동으로 올라간다. 지자체가 감당하기 힘든 대규모 재난은 국가가 사업을 직접 대행한다. 단순 원상복구에 그치지 않고 재발 방지 기능을 강화하는 '개량복구'도 활용한다.
오윤경 한국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일본의 '개량복구' 제도는 원형복구의 한계를 극복하고 재발 방지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복구사업의 기준을 높이는 방식"이라며 "한국도 재난 복구를 단순한 원상 복귀에서 '더 나은 재건'으로 전환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긴급 복구사업의 수의계약 범위를 넓히고, 하천 등 복구사업 간 예산 전용을 유연하게 허용하며, 여러 기관의 중복 자료 요구를 재난관리시스템으로 일원화하는 방안 등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재난 상황에서는 평시와 같은 절차를 일률적으로 적용하기보다 현장 여건에 따라 행정·재정 절차를 탄력적으로 운용하자는 취지다.
원 연구위원은 "신속한 복구를 제한하는 불합리한 제도가 있다면 현장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특례를 통해 허용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