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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매년 로펌에 은행 돈 수백억원…아깝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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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욱 기자

승인 : 2026. 08. 13.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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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미지는 AI를 통해 생성했습니다.
한상욱 사진 - 복사본
은행은 로펌의 단골고객입니다. 금융상품을 만드는 일부터 채권을 발행하고 해외에서 사업을 벌이는 일까지, 법률 검토가 필요하지 않은 업무를 찾기 힘들 정도로 많기 때문이죠. 이에 주요 시중은행들은 해마다 수백억원에 달하는 적지 않은 비용을 외부 법률자문에 지출하고 있습니다.

주목할 점은 이 돈의 성격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과거에는 금융사고가 터지거나 소송에 휘말린 뒤 은행의 손실과 책임을 줄이기 위한 '수습 비용'의 성격이 강했다면, 최근에는 사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법적 위험을 찾아내고 문제를 막기 위한 '예방 비용'으로서 중요성이 한층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간 은행의 법률자문비는 대형 금융사고나 분쟁이 불거질 때마다 크게 늘어나는 흐름을 보였습니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법률자문비는 2023년에 443억원 수준이었지만, 이듬해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불완전판매 사태가 터지면서 618억원으로 급증했습니다. 이들 은행은 지난해에도 최소 400억원 이상을 법률자문비로 사용한 것으로 추산됩니다.

비단 국내에서뿐만이 아닙니다. 은행들의 해외 영업망이 넓어지면서 현지에서 소송에 휘말리거나 감독당국의 제재를 받는 사례도 잇따르면서 법률 자문을 받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최근 3년간 5대 금융그룹의 해외법인·점포가 현지 당국으로부터 받은 제재는 100건에 달했고, 이 가운데 은행 관련 제재만 83건이었습니다. 한 대형은행은 지난해 한 해외 지점에서만 3000만원이 넘는 외화 법률자문수수료를 지불하기도 했습니다.

법률자문비가 늘어나는 건 금융사고나 분쟁 발생 시 소비자 배상 문제부터 민·형사 소송, 금융당국의 검사와 제재 대응까지 동시다발적으로 법률 수요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고객의 자금을 기반으로 영업하는 은행들이 사고가 터진 뒤 책임을 줄이거나 제재에 대응하기 위해 거액의 법률자문비를 쓴다는 데 곱지 않은 시선도 있습니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은행의 막대한 법률비용을 두고 "잘못은 은행이 하고, 비용은 국민이 부담하는 구조"라는 쓴소리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잇따른 금융사고와 소비자 분쟁으로 비싼 수업료를 치르자 은행들도 달라진 분위기입니다. 문제가 터진 뒤 대응책을 찾기 보다는, 상품과 서비스를 설계하는 단계부터 소비자에게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은 없는지를 먼저 따져보는 쪽으로 법률 검토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전언이죠. 특히 2024년 홍콩 H지수 ELS 사태를 계기로 상품 판매 전반에 대한 소비자보호 책임이 커지면서 사전에 법적 위험을 걸러낼 필요성은 더욱 높아졌습니다.

은행의 법률자문비가 늘어나는 것을 나쁘게만 볼 일은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은행이 로펌에 얼마를 쓰느냐보다 그 돈을 어디에 쓰느냐입니다. 사고가 터진 뒤 은행의 책임을 줄이고 제재를 피하기 위해 쓰는 비용과, 상품을 내놓기 전에 위험을 찾아내고 소비자 피해를 막는 데 쓰는 비용은 같은 법률자문비라도 의미가 다릅니다. 은행의 로펌 비용이 늘어나는 것을 무조건 아까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그 돈이 은행 잘못을 방어하는 비용이 아닌,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는 비용으로 더 많이 쓰이고 있는지는 계속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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