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Advertisements

‘서·논술형 평가’ 필요하지만 ‘공정성’이 ‘관건’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60814010004992

글자크기

닫기

박지숙 기자

승인 : 2026. 08. 14. 14:27

구글 검색 선호 출처 추가 Google 검색에서 아시아투데이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Advertisements

Advertisements

AI·저출생 시대, 창의력·상상력 위해 서·논술형 필요성 인정
채점 방식 신뢰도·공정성 문제 해결해야
국교위 내부서도 "시기상조"…서논술형 확대 두고 진통중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진 지난해 11월 13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고등학교에 마련된 고사장에서 수험생들이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인공지능(AI) 시대에 필요한 것은 정답을 빠르게 고르는 능력이 아니라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는 힘이라는 공감대가 확산하면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과 내신에 서·논술형 평가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저출생으로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만큼 학생 한 명 한 명의 창의력과 상상력을 키우는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문제의식도 이런 흐름을 뒷받침한다.

이런 방향 전환은 이번 정부만의 구상이 아니다. 윤석열정부 시절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 1기 체제에서도 수능 이원화와 고교 내신 절대평가 도입이 검토됐고, 고교학점제 도입과 내신 등급을 9등급에서 5등급으로 축소한 것 역시 같은 흐름에서 나온 정책들이다. 대학 총장들 사이에서도 '수능 자격고사화'에 대한 공감대는 어느 정도 형성돼왔다. 2023년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설문에서는 응답자의 51.8%가 수능 자격고사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이런 흐름 속에 국교위는 지난 5일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수능 서·논술형 문항 도입과 내신 서·논술형 확대, 수능·내신 절대평가 전환 방안을 함께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오는 10월 말 시안을 공개하고 대국민 공론화를 거쳐 내년 3월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정작 국교위 내부에서부터 신중론이 터져 나왔다. 지난 13일 열린 국교위 제8차 회의에서 대입 제도 관련 의견 수렴 계획이 보고되자, 손덕제 위원(능소중 교감)은 "고교학점제와 내신 5등급제가 이제 막 적용된 시점에서 그 부작용을 확인하기도 전에 내신·수능 절대평가, 서·논술형 수능까지 한꺼번에 논의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지적했다. 연취현 위원(변호사)도 의견 수렴 방식의 대표성 부족을 우려하며 "이미 방향성을 설정해놓고 의견을 듣겠다는 취지로 비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 역시 "대입 개편이 가져올 교육·사회적 파장을 고려해 신중하고 또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을 냈다.

논의의 핵심 걸림돌은 채점의 '공정성'이다. 서·논술형 문항을 수십만 명이 응시하는 수능에 도입할 경우 누가, 어떻게 공정하게 채점할 것이냐는 문제가 불거진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지난해 낸 연구보고서는 "채점 방식 및 공정성 문제, 소송 및 법적 분쟁 가능성 등으로 현실적인 적용 가능성이 낮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국교위는 이 문제를 AI 채점 기술로 풀겠다는 입장이다. 차정인 국교위원장은 지난 12일 국회 교육위원회에 출석해 "수능 같은 대규모 단위의 다수 답안지를 채점할 수 있는 시스템이 확보돼야 하는데, 그것이 가능하다는 것이 지금까지 분석하고 전문가들로부터 들은 답변"이라며 "현재 이미 교육청들에서 AI 시스템을 도입해 시범 운영하고 있고 성공적인 결과가 나오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AI가 만능일 수는 없다는 게 현장의 시각이다. 한 교육청 관계자는 "선생님과 AI가 각각 평가를 해서 그 일치도를 보고, 이런 사례가 쌓일수록 일치도가 높아져 가면 평가의 공정성은 어느 정도 담보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이를 신뢰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평가원이 현장 교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도 "현재 수준으로는 교사가 재검토해야 하는 시간과 노력이 더 늘어날 수 있다"거나 "생성형 AI의 환각 현상을 해결할 가이드가 필요하다"는 우려가 나왔다.

또 AI는 문장 길이, 연결어, 어미 다양성 등 형식적 요소에 민감하게 반응한 반면, 교사는 기술 개념의 정확성이나 논리적 근거를 중시해 채점 결과의 차이가 클 수 있다. AI는 논리 등과 무관하게 문장 구조만 문법적으로 완전하면 상향 채점하는 것이다.

교육 수요자인 학생·학부모의 수용성도 변수다. 장승혁 교총 대변인은 "서·논술형 평가 도입이라는 방향 자체는 맞지만, 이를 대입 제도와 연결하는 순간 학생과 학부모의 반발이 임계치를 넘을 수 있다"며 "수용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실제 2024년 이화여대 산학협력단 연구에서도 고교생·교사·학부모 1535명 전원이 논술 전형은 학교 교육 정상화에 적합하지 않다고 응답한 바 있다.

앞선 국교위 1기에서도 수능 이원화 방안이 논의됐지만 외부 유출 논란과 내부 파행 속에 무산된 전례가 있다. 대입 제도 개편이 세 번째 시도 만에 결실을 볼 수 있을지는, 결국 채점 공정성을 둘러싼 기술적·사회적 신뢰를 얼마나 빠르게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지숙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

Advertise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