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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AI 패권 전략 ‘엇박자’…자국 기업 막고 中 추격엔 35개국 편가르기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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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6. 08. 17.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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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공군, 앤트로픽 퇴출 지침 한 달 만에 유예…국가안보국, 미토스 시험 지속
국무부, 팍스 실리카 참여국에 중국 AI 구상과 '양다리' 차단 추진
중국 AI 기대감 84%·미국 38%…기술 추격에 사회적 수용 격차도
아모데이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가 2025년 1월 23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 인공지능(AI) 세션에서 연설하고 있다./AFP·연합
미국 공군이 인공지능(AI) 기업 앤트로픽 제품을 군사 시스템에서 제거하라는 지침을 내린 지 한 달 만에 이를 일시 유예했지만, 국가안보국(NSA)은 앤트로픽의 첨단 사이버 AI 모델 미토스를 계속 시험하고 있다고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이 최첨단 AI 모델에서 미국과의 격차를 6개월 이하까지 좁힌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미국 정부는 자국 AI 기업 규제와 군사 활용,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통제 사이에서 잇따라 정책을 바꾸고 있다. 미국은 대외적으로는 우방·파트너국에 미·중 AI 생태계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앤트로픽
3월 1일(현지시간) 찍은 일러스트레이션에 앤트로픽 로고가 보인다./로이터·연합
◇ 미 공군, 앤트로픽 퇴출 지침 한 달 만에 유예…국가안보국은 미토스 시험 지속

미국 공군은 7월 중순 주요 방산업체들에 9월 1일까지 무기와 지휘통제 시스템에서 앤트로픽 제품을 제거하라고 통보했다. 이를 따르지 않으면 국방부(전쟁부)와의 사업이 위험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한 달 뒤 공군은 다시 업체들에 현재로서는 공군 시스템·네트워크와 연결된 앤트로픽 제품과 서비스를 제거할 필요가 없다며 기존 지침을 사실상 유예했다고 NYT가 전했다. 공군은 소송 결과에 따라 지침이 다시 바뀔 수 있다고 밝혔다.

갈등의 핵심에는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과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CEO)가 있다. 앤트로픽은 당초 25쪽에 달했던 군사적 사용 제한을 협상 과정에서 2개로 줄였다. 아모데이는 2월 헤그세스 장관에게 미국인에 대한 국내 감시와 인간의 최종 통제를 받지 않는 완전자율무기에 자사 AI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보장을 요구했다. 양측은 이후 수개월간 충돌했고, 아모데이가 물러서지 않자, 국방부는 앤트로픽을 '공급망 위험(supply chain risk)'으로 지정해 군사적 사용을 금지했다.

국방부는 기밀망용 '정부용 클로드'를 사용했던 군 시스템의 거의 100%를 다른 최첨단 AI 모델로 교체했다고 밝혔다. 이란 전쟁에서 정보를 분석하고 공습 표적을 제안하는 메이븐(Maven)에서도 앤트로픽 제품 사용을 중단했다.

하지만 NSA는 미토스를 '실험적'으로 계속 사용하고 있다. NSA는 미토스로 미군 네트워크 방어력을 시험하고, 중국·러시아·북한·이란 네트워크의 잠재적 취약점을 찾고 있다. 최근 정부를 떠난 한 고위 관리는 미토스 사용 중단은 사이버 경쟁에서 '일방적 무장해제'에 해당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국방부와 중앙정보국(CIA)·NSA는 이미 AI를 이용해 인간 통제를 줄인 무기를 개발하고 군사 네트워크와 핵무기 관련 암호가 적대국 AI에 뚫릴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데 수십억달러를 투입했다. NYT는 앤트로픽을 제재하면서 군의 안보 임무는 약화시키지 않아야 하는 국방부의 딜레마가 드러났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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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객들이 7월 17일(현지시간) 중국 상하이(上海)에서 열린 세계인공지능대회(WAIC)에서 '키미 K3' AI 모델을 홍보하는 문샷 부스를 방문하고 있다./AFP·연합
◇ 미 정부, AI 안전심사·대중국 반도체 수출통제 잇단 변경…중국 추격에 정책 혼선

이 같은 혼선은 국방부에 그치지 않고 백악관의 AI 규제와 대중 수출통제로 이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이달 오픈AI와 앤트로픽 등 최첨단 AI 개발업체들에 새 모델이 생물무기 제조나 미국 기밀 시스템, 핵무기 통신망 침투에 사용될 수 있는지를 정부가 심사하겠다고 통보했다.

그러나 사용자가 코드를 수정할 수 있는 '개방형' 모델은 심사 대상에서 제외했다. 중국 기업들이 이런 모델을 다수 내놓고 있다. 새 정책을 설명받은 한 업계 고위 임원은 개방형 모델도 같은 수준의 위험을 가질 수 있다며 이런 예외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수출통제도 여러 차례 방향이 바뀌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2025년 4월 엔비디아의 중국용 AI 반도체 판매를 중단했다. 그러나 같은 해 7월 트럼프 대통령과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백악관 회동 뒤 판매를 다시 허용했다.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가 최첨단 반도체 판매를 가까운 동맹국 중심으로 제한했던 규정도 폐기했지만, 대체 규정은 아직 마련하지 못했다고 NYT는 전했다.

미국 싱크탱크 외교협회(CFR)의 크리스 맥과이어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수출통제 정책을 '일관성이 없다(incoherent)'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이 중국의 AI 발전을 막던 조치를 완화하면서 정작 가장 강력한 제한을 중국 기업이 아닌 미국 기업 앤트로픽에 적용했다고 지적했다.

AI의 군사적 위력에 대한 경계도 커지고 있다. 존 래트클리프 CIA 국장은 AI 능력을 '디지털 핵무기(digital nuclear weapons)'에 비유하는 것이 잘못된 표현은 아니라고 말했다. 미국 전문가들은 중국이 최첨단 AI 모델에서 미국보다 6개월 또는 그 이하로 뒤처졌다고 추산했다. 첨단 AI 반도체 자체 제조 능력에서는 중국이 수년 뒤처진 것으로 평가됐다.

일부 중국 관리들도 비공개로 AI 군비통제 방안을 거론하고 있다. 에번 메데이로스 조지타운대 교수는 중국이 핵무기 군비통제나 미사일 방어 논의에는 응하지 않지만, AI에는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9월 말 워싱턴 D.C.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만날 때 AI를 다시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중 정상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왼쪽)이 5월 15일 중국 수도 베이징(北京) 중난하이(中南海)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맞이하고 있다./신화·연합
◇ 미 국무부, 35개국에 미·중 AI 진영 선택 요구 준비…카자흐스탄 동시 참여 겨냥

미국은 내부 정책 혼선과 별개로 대외적으로는 중국을 배제한 AI 공급망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6월 미국의 'AI 기회 성명(AI Opportunity Statement)'에 서명한 35개국에 중국 주도 구상에 동시에 참여하면 미국 중심 AI 연합에서 제외될 수 있다는 내용의 서한을 준비하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지난 14일 트럼프 행정부 관리와 내부 초안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은 지난해 AI 모델과 반도체, 핵심광물 공급망을 확보하는 '팍스 실리카(Pax Silica)'를 출범시켰다. 한국·일본·호주·카자흐스탄 등 20여개국이 참여했다. 중국은 7월 자국의 가중치 공개형(open-weight) AI 기술을 내세운 '세계 인공지능 협력기구(World Artificial Intelligence Cooperation Organization)'를 출범시켰다.

특히 카자흐스탄은 두 구상에 모두 참여한 것으로 알려진 유일한 국가다. 미국은 6월 카자흐스탄이 중앙아시아 국가 가운데 처음으로 팍스 실리카에 참여했다며 첨단기술에 필요한 상당한 핵심광물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무부의 서한 초안은 "모든 것의 일부가 되는 것은 아무것의 일부도 아닌 것과 같다(To be part of everything is to be part of nothing)"며 팍스 실리카 참여는 단순한 회원 가입이 아니라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관리는 서한의 목적이 "양쪽을 모두 가질 수는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하는 것이라고 로이터에 말했다.

다만 서한 초안에는 날짜가 없었다. 미국이 언제 이를 보낼지는 확인되지 않았고 발송 전에 내용이 수정될 가능성도 있다. 주미 중국대사관은 무역과 기술 문제의 정치화에 반대한다며 이런 조치는 세계 AI 발전을 억누를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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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6일 찍은 중국 동부 안후이(安徽)성 허페이(合肥)의 창신메모리기술(CXMT) 본사./AFP·연합
◇ 중국, AI 기대감 84%로 미국 38%의 두 배 넘어…'내권' 경쟁문화가 채택 촉진

미·중 AI 경쟁은 양국 국민의 기술 수용성에서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미국 스탠퍼드대 AI 지수 조사에서 AI 제품과 서비스에 기대감을 나타낸 중국인은 84%로 조사 대상 주요국 가운데 가장 높았지만, 미국인은 38%에 그쳤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3일 전했다. 별도 조사에서 AI를 신뢰한다는 응답도 중국은 72%, 미국은 32%였다.

블룸버그는 중국과 미국의 지난 20년간 기술 경험이 이런 차이를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중국에서는 모바일 결제와 온라인 쇼핑, 음식 배달, 스마트폰 등이 상품과 정보, 경제적 기회에 대한 접근을 확대했다. 반면 미국에서는 소셜미디어(SNS)의 부작용과 허위정보, 거대 기술기업의 권력 집중 등이 기술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는 것이다.

고용 구조도 다르다. 미국 노동자의 거의 80%가 서비스업에 종사하지만, 중국은 약 46%이고, 중국 노동자의 5분의 1은 여전히 농업에 종사한다. 이에 따라 현재 AI로 직접 영향을 받는 노동자의 비중도 중국이 미국보다 작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다.

중국 특유의 경쟁 문화인 '내권(involution·內卷)'도 AI 수용을 촉진하는 요인으로 제시됐다. 내권은 더 노력하면서도 제자리에 머물 수밖에 없는 과열 경쟁을 의미한다. 블룸버그는 중국에서는 변화에 대한 두려움보다 뒤처지는 데 대한 두려움이 더 강해 AI에 대한 불안이 거부보다 빠른 채택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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