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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한미훈련 줄이고 항모는 중동으로…서태평양 안보 공백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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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6. 08. 19.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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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워싱턴 중동행에 서태평양 미 항모 '0'…중국, 영향력 확대 기회
미 정치권·전문가 "훈련 축소, 한일 약화하고 북중 대담하게 해"
WSJ "대북 억지 약화·한국 핵무장론 자극"…미 안보공약 신뢰 흔들
미국 국방부, 트럼프 '한미훈련 축소' 지시에
한·미 연합훈련 '을지 자유의 방패(UFS)'가 진행 중인 18일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가 전날(아래 사진)에 비해 한산한 모습이다./연합
미국이 이란전쟁에 군사자원을 집중하면서 서태평양 항공모함 공백이 현실화한 가운데 한·미 연합훈련 대폭 축소 지시까지 나오면서 인도·태평양 동맹국 사이에서 미국의 안보 공약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주요 외신들은 18일(현지시간) 한·미 훈련 축소가 대북 억지와 연합 대비태세를 약화할 수 있으며 중동으로의 미군 자산 이동까지 겹치면서 대중국 억지 의지를 둘러싼 동맹국의 의문도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함
미국 해군 조지 워싱턴 항공모함이 서중국해를 항행하고 있는 모습으로 미국 해군이 8일(현지시간) 공개한 사진./미 해군 홈페이지 캡처
◇ 조지 워싱턴, 링컨 교대 위해 중동행…서태평양 미 항모 공백 현실화

일본에 전진 배치됐던 미국 해군 조지 워싱턴 항모강습단(CSG)은 지난 13일 싱가포르 해협과 믈라카 해협을 통과해 중동으로 이동했으며 미국 해군도 당시 항해 사진과 영상을 공개했다. 워싱턴함은 이란전쟁 지원으로 배치가 연장돼 9개월째 해상 작전을 수행한 에이브러햄 링컨함을 교대한다.

링컨함에서는 장기간 임무에 따른 정신건강과 보급 문제가 제기됐다. 조지 워싱턴함의 이동으로 서태평양에는 미군 항모가 없는 상태가 됐으며 이런 공백은 2024년에도 발생했지만, 그전까지는 수십년간 드문 일이었다고 미국 군사전문매체 워존이 전했다. 미국 해군은 항모 11척을 보유하고 있다.

브라이언 클라크 허드슨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중동에 항모 2척을 계속 유지하면 매년 몇 달씩 태평양 항모가 없는 기간이 생길 수 있다고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에 말했다. 마크 캔시안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선임고문은 중국이 전면 침공에 나서지 않더라도 이 공백을 이용해 태평양에서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고 분석했다.

클라크 연구원은 대만·필리핀·일본이 미군 항모가 없는 상황에서 중국의 군사력 과시를 지켜보게 될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미국이 실제 위기 때 지원에 나설지 의문을 가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이 주변국에 "미국은 실제로 그들을 위해 오지 않을 것"이라고 설득할 수 있다면 "전쟁을 할 필요조차 없다"고 말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조지 워싱턴함의 이동과 한·미 훈련 축소가 겹친 상황에서 중국이 역내 국가들에 미국의 방위공약을 믿을 수 없다는 주장을 펼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 국방부, 트럼프 '한미훈련 축소' 지시에
한·미 연합훈련 '을지 자유의 방패(UFS)'가 진행 중인 18일 경기도 평택시 캠프 험프리스에서 아테나-R 정찰기가 이륙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연합
◇ 미 정치권·전문가, UFS 축소 비판…"동맹 억지력·미 안보공약 신뢰 약화"

한·미 훈련 축소를 둘러싼 미국 정치권의 반응도 갈렸다. 영 김 공화당 하원 외교위원회 동아시아태평양 소위원장은 17일 엑스(X·옛 트위터)에 한미동맹과 합동 안보훈련이 "지역 안정과 적대세력 억제에 필수"라면서도 한국 정부의 미국 기업·시민 대우에 깊이 우려한다고 밝혔다.

반면 아미 베라 민주당 동아태소위 간사는 이날 성명에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지난 6월 청문회에서 미국의 한반도 안보태세가 "그대로 유지된다"고 자신에게 말했다며 "무엇이 바뀌었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개인적 관계 때문에 억지태세를 약화하는 것은 '민주적 동맹국에 대한 배신'이며 인도·태평양에서 미국의 신뢰를 더 훼손한다고 비판했다.

공화·민주 행정부에서 일했던 전직 당국자들의 비판도 이어졌다.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국무부 유럽 담당 차관보를 지낸 댄 프리드는 "내가 볼 수 있는 미국의 국익은 하나도 없다"며 한국과 일본을 약화하고 대만을 두렵게 하며 나토를 불안하게 하고 중국과 북한을 대담하게 한다고 AP통신에 말했다.

찰스 쿱챈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은 동맹국들이 미국의 안보 우산이 계속 유지되기를 기대하면서도 '미국이 자신들을 위해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현재까지 미국의 전진기지와 핵심 동맹관계 자체는 유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국기업연구소(AEI)의 잭 쿠퍼 아시아 안보 전문가는 트럼프 행정부가 아시아에서 억지력을 꾸준히 강화한다고 강조하면서도 실제로는 핵심 탄약과 해군 자산을 중동으로 보내고 한·미 훈련까지 줄이고 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지적했다.

FT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다음 달 워싱턴 D.C. 방문을 앞두고 이런 움직임이 겹치면서 일본·한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이 미국의 대중국 억지 의지를 주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이 지난해 한·미·일 연합훈련 '프리덤 에지(Freedom Edge)'를 확대하고 필리핀과 군사협력을 강화했지만 최근 조치들은 상반된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애나 켈리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을 다시 존중받게 만들었다며 모든 외교 관계를 상호주의에 맞게 바로잡고 있다고 반박했다고 악시오스가 전했다.

커버로 덮힌 미군 장갑차들
한·미 연합훈련 '을지 자유의 방패(UFS)'가 실시 중인 가운데 18일 경기도 동두천시 주한미군 기지의 스트라이커 장갑차들이 방수 커버로 덮여 있다./연합
◇ 필리핀·미 국방부, 동맹 불안 진화…"미국, 아시아서 이탈 안 해"

다만 미국의 아시아 동맹국들이 모두 안보공약 약화를 우려하는 것은 아니다. 로이 빈센트 트리니다드 필리핀군 대변인은 조지 워싱턴함 등 미군 자산의 중동 이동에도 양국 군사활동이 줄거나 느려질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미·필리핀 방위공약은 '철통같다(ironclad)'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필리핀은 미국과 대규모 훈련과 전문가 교류 등 새로운 군사활동도 이미 승인했다.

엘브리지 콜비 국방부(전쟁부) 정책 담당 차관은 지난주 필리핀 마닐라에서 미국은 아시아에서 "이탈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하고 인도·태평양에서 미국에 유리한 세력균형을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FT는 미국이 필리핀과 군사협력을 확대하고, 한·미·일 훈련을 강화해왔다며 조지 워싱턴함의 중동 이동과 한·미 훈련 축소, 이란전쟁에 따른 무기 공급 지연이 겹치면서 동맹국에 엇갈린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로이터는 트럼프 행정부가 한미동맹을 '현대화(modernise)'해 주한미군이 한반도를 넘어 중국과 대만 등 인도·태평양의 위기에 더 유연하게 대응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고 전했다. 한국은 북한 억지를 위해 미국의 방위공약에 의존하면서도 대만 분쟁에 직접 휘말리는 상황은 경계하고 있다.

트럼프 판문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9년 6월 30일 오후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측으로 걸어갔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되돌아오고 있다./연합
◇ WSJ·NYT, 대북 유화책 비판…韓 핵무장론·북 비핵화 후퇴 우려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유화 행보를 둘러싼 비판도 커졌다. WSJ는 사설에서 한·미 훈련 축소가 북한에 미국의 억지력과 준비 태세가 약화한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WSJ는 이 결정이 아시아와 유럽에서 미국이 신뢰할 수 없는 동맹국이라는 인식을 강화하고 한국의 자체 핵무장론도 키울 수 있다고 내다봤다. WSJ는 북한이 2018년보다 핵무기와 미사일 능력을 확대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에 참여해 전장 경험까지 축적했다며 이번 훈련 축소가 당시보다 위험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란전쟁에서 교착에 빠진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김정은과의 관계에 눈을 돌리고 있다며 이란과 북한을 대하는 대조적 접근을 분석했다. 국무부 북한담당관 출신 조엘 S. 위트 스팀슨센터 석좌연구원은 현재 상황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오히려 '재앙'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빅터 차 CSIS 한국석좌는 이란전쟁이 북한에 군사 공격을 피하기 위해 핵무기를 추구한 판단이 옳았다는 교훈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훈련 축소 직후 다시 꺼낸 한국의 방위비 문제도 논란이 됐다. 그는 주한미군을 3만9000명이라고 하고 자신이 집권 1기 때 한국에 연간 30억달러(4조2387억원)를 부담하도록 했지만,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이를 없앴다고 주장했다.

CNN방송은 미국 국방부(전쟁부) 집계상 지난 3월 말 주한미군은 2만6589명이었고, 한국은 1991년부터 방위비를 분담했는데, 트럼프 행정부가 2019년 합의한 분담금도 10억달러(1조4129억원) 미만이었다고 반박했다. CNN은 바이든 행정부가 기존 합의를 철회한 것이 아니라 2021년 한국 부담을 13.9% 늘리는 새 협정을 체결했고, 2024년에도 2026년 부담액을 8.3% 높이는 협정을 맺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설명에 최소 5개의 잘못된 주장이 있다고 지적했다.

◇ CNN·AP, 트럼프 주장·UFS 축소 검증…방위비 오류·연합작전 약화 지적

AP는 '을지 자유의 방패(UFS)'가 수십년간 한미 양국 군이 유사시 원활하게 공동 작전하도록 준비해온 동맹의 핵심 훈련이라고 평가했다. 올해 UFS는 11일간 진행되며 한국군 약 1만8000명이 참가한다. 한·미는 당초 14개의 야외 기동훈련을 계획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대폭 축소 지시가 어떤 훈련에 어느 정도 적용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AP는 지휘관이 정기적으로 교체되는 상황에서 훈련 축소가 반복되면 실제 위기 때 한미 연합작전 수행 능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이 우려한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훈련 축소가 전시작전통제권을 한국군 장성이 지휘하는 연합지휘체제로 전환하는 준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김정은과의 관계와 훈련 비용을 이유로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에게 UFS를 '대폭 축소'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17일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이란 비핵화 작전에 대한 한국의 지원을 요청했지만, 이 대통령이 "사양하겠다(No thanks!)"고 거부한 것이 이번 결정의 배경임을 시사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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