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화미술관서 20년 만에 국내 미술관 개인전…타계 전 직접 준비 초기작부터 ‘골드 페인팅’까지 회화·드로잉·조각 46점 선봬
10_세화미술관, 《게오르그 바젤리츠》 전시 전경, 세화미술관, 2026. 세화미술관 사진 제공. 사진 홍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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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현대미술의 거장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청동 조각 '1965' 전시 전경. /세화미술관
세화미술관 야외에 놓인 3m가 넘는 청동 조각 '1965'는 거칠고 투박한 표면으로 시선을 붙잡는다. 전시장 안에서는 잘린 소와 뒤집힌 인물, 거친 붓질이 이어지고, 마지막에는 금빛 화면 위에 가느다란 인간의 형상이 떠오른다. 독일 현대미술의 거장 게오르그 바젤리츠(1938~2026)가 60여 년간 밀어붙인 회화의 궤적이다.
서울 종로구 세화미술관에서 회고전 '게오르그 바젤리츠'가 열리고 있다. 2007년 이후 약 20년 만에 국내 미술관에서 열리는 개인전으로, 지난 4월 타계한 바젤리츠가 생전에 직접 논의하고 준비한 전시다. 1960년대 초기작부터 생의 마지막 시기에 제작한 작품까지 회화·드로잉·조각 46점을 선보인다.
바젤리츠를 대표하는 '거꾸로 된 그림'은 관람객을 놀라게 하기 위한 장치만은 아니었다. 그는 생전 마지막 인터뷰에서 "관람객과 접촉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계속해서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뒤집기를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기존 회화가 따르던 상하좌우의 방향 자체가 자의적이라는 생각에서 출발했다. 1969년 이후 뒤집힌 인물과 풍경을 그린 것도 익숙한 이미지의 규칙과 맹목적인 추종을 깨기 위해서였다.
나뉜 소 두 마리 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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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오르그 바젤리츠의 '나뉜 소 두 마리 I'. /세화미술관
바젤리츠가 말하는 '새로움' 역시 같은 맥락에 있다. 타시즘과 미국 추상미술, 팝아트 등 당대의 새로운 미술에 강하게 끌렸지만, 그 흐름에 편입되면 "할 말이 없어지고 길을 잃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신에게 먼저 새로운 것, 낯설고 주관적이며 때로는 우스꽝스럽기까지 한 것을 찾아야 했다.
전시장에서는 이런 태도가 초기작 '나뉜 소 두 마리 I'(1966)부터 드러난다. 분할된 화면 속 잘린 소의 형상은 전후 독일 사회의 익숙한 이미지를 낯설게 만든다. 1969년부터 본격화한 '뒤집힌 그림'에서는 인물과 풍경의 방향을 뒤집어 회화의 관습 자체를 흔든다. 아내 엘케를 반복해서 그린 작업과 '리믹스' 연작, 독일을 상징하는 독수리 등 작가가 오랫동안 변주한 도상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바젤리츠의 작업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열쇠는 전쟁과 분단을 직접 경험한 성장 배경이다. 바젤리츠는 인터뷰에서 전후 독일에서 미국 미술을 접한 경험을 떠올리며 "훨씬 더 자유롭고 훨씬 더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동시에 유럽의 전쟁과 역사적 전통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도 없었다. "현실에 반기를 드는 건 중요하지만, 그 반기를 세상에 보이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그의 말처럼 회화는 자신의 생각을 실제 형상으로 만드는 수단이었다.
6_〈나중에 구두가 발견되었다〉, 2023. 캔버스에 유화 물감, 250 × 160 cm. 세화미술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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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오르그 바젤리츠의 '나중에 구두가 발견되었다'. /세화미술관
전시 후반부에서는 2000년대 이후의 작업과 '골드 페인팅'을 만난다. 바젤리츠는 금빛 바탕 위에 자신과 아내를 단순하고 소박하게 그린 작업을 두고 처음에는 "뻔뻔한 짓"이라고 생각했지만, 이후 최근 작업에서 가장 본질적인 부분임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금빛 화면은 기존의 거칠고 강렬한 회화와는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
전시장에서는 미술관 측이 지난 4월 초 독일에서 촬영한 22분 분량의 마지막 인터뷰 영상도 상영 중이다. 한국 관람객에게 그는 "놀라거나 흥미를 느낄지 무척 궁금하다"고 했다. 아시아 문화와 자신의 작업이 "꽤 거리가 있다"면서도 "멀면 멀수록 더 좋은 법"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생전에 세화미술관과 함께 구상한 결과물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바젤리츠가 세상을 떠난 뒤 그의 마지막 육성이 더해지면서, 전시는 단순한 회고전을 넘어 스스로 자신의 예술을 설명한 마지막 장면과도 맞닿는다. 전시는 12월 27일까지.
9_세화미술관, 《게오르그 바젤리츠》 전시 전경, 세화미술관, 2026. 세화미술관 사진 제공. 사진 홍철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