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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샹을 다시 읽는 250개의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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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6. 09. 0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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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동 마이어리거울프 ‘파리지앵 컬렉션’展
희귀 자료 50여점 포함…출판·사진·포스터 등 선봬
Marcel Duchamp
마르셀 뒤샹(Man Ray, A countertype created by Man Ray in the 1940s, at the request of Marcel Duchamp, based on the portrait of Marcel Duchamp taken by Heinrich Hoffman, Private Collection, Paris). /마이어리거울프
개념미술의 선구자 마르셀 뒤샹(1887~1968)의 예술 세계를 작품 자체보다 출판물과 사진, 포스터 등 아카이브를 통해 들여다보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마이어리거울프 서울은 '마르셀 뒤샹: 파리지앵 컬렉션'을 오는 11월 5일까지 개최한다. 파리의 한 컬렉터가 약 30년에 걸쳐 수집한 뒤샹 관련 작품과 자료 250여 점을 선보이는 자리다. 이 가운데 50여 점은 쉽게 접하기 어려운 희귀 자료다.

전시의 핵심 키워드는 '에디션'이다. 뒤샹은 자전거 바퀴와 눈삽, 소변기 같은 기성품을 예술로 제시하는 '레디메이드'를 통해 작품의 유일성과 작가의 손이 예술적 가치를 결정한다는 기존 관념에 질문을 던졌다. 동시에 복제와 반복, 유통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하나의 작품이 다른 형태와 맥락으로 확장되는 가능성을 탐구했다.

뒤샹
'마르셀 뒤샹: 파리지앵 컬렉션' 전시 전경. /마이어리거울프
이번 전시는 서적과 카탈로그, 포스터, 초대장, 엽서, 사진, 잡지, 콜로타이프 등을 통해 뒤샹의 아이디어가 작품에 머물지 않고 출판과 전시를 통해 확산된 과정을 보여준다.

1913년 뉴욕 아모리 쇼에서 논란을 일으킨 '계단을 내려오는 누드 No. 2'와 관련해서는 당시 제작된 출품 기념 인쇄 카드가 전시된다. 작품의 이미지가 전시장 밖으로 퍼져나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자료다. 만 레이가 촬영한 '삭발'에서는 뒤샹이 뒷머리를 오각별 모양으로 깎은 모습을 볼 수 있다. 자신의 몸과 정체성을 예술의 재료로 삼은 작업이다.

'여행가방 속 상자'에 수록하기 위해 제작한 '커피 분쇄기'와 '체스를 두는 사람들'의 재현작도 눈길을 끈다. 기존 작품을 다른 매체와 크기로 다시 제작한 사례로, 작품의 복제와 변주를 예술적 실천으로 받아들인 뒤샹의 태도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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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셀 뒤샹·만 레이의 '삭발'. /마이어리거울프
출판물도 주요 전시품이다. 1945년 발간된 '뷰' 뒤샹 특집호는 100부 한정 디럭스 에디션 가운데 하나로, 뒤샹이 표지를 직접 디자인하고 작품에 채색과 번호, 서명을 남겼다. 조셉 코넬, 막스 에른스트, 앙드레 브르통, 만 레이 등 당대 예술가들의 서명도 포함돼 있다. 초현실주의 잡지 'VVV'와 뒤샹의 글을 일본어로 번역한 다키구치 슈조의 '뒤샹 어록' 등도 소개된다.

뒤샹은 회화에서 출발했지만 1913년 레디메이드를 선보인 이후 '예술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 자체를 작업의 중심에 놓았다. '샘'을 비롯한 그의 실천은 이후 팝아트와 개념미술에 큰 영향을 미쳤다. 여성 페르소나 '로즈 셀라비'를 만들어 예술가의 정체성과 성별에 대한 질문을 던졌으며, 출판과 전시 기획 등으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조슬린 울프 마이어리거울프 공동 설립자는 "화려한 시각적 연출보다 예술적·학술적 접근에 무게를 뒀다"며 "배움을 통해 즐거움을 찾을 수 있는 전시"라고 말했다.

마르셀 뒤샹의 커피 분쇄기
마르셀 뒤샹의 '커피 분쇄기'. /마이어리거울프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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