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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엽의 법과 경제] 지방 국립대 등록금 0원, 지방 살릴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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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09. 01.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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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엽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교육은 경제학에서 긍정적 외부효과의 대표적인 사례다. 교육받은 사람이 많아지면 다른 근로자의 생산성도 높아질 수 있고 새로운 지식과 기술의 확산도 빨라진다. 나아가 혁신과 창업이 촉진되고 사회 전체의 생산성도 향상될 수 있다. 교육을 받은 개인의 활동이 자신을 넘어 다른 사람에게까지 편익을 가져오는 것이다.

하지만 대학 진학을 결정하는 개인이 이러한 사회 전체의 편익까지 고려하지는 않는다. 그래서 시장에만 맡겨두면 교육투자가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수준보다 적어질 수 있다. 따라서 정부가 장학제도를 통해 교육비를 낮추어 더 많은 사람이 대학에 가도록 장려한다. 그런데 정부가 내년부터 비수도권 국립대 신입생의 등록금을 사실상 전액 지원하는 '지역균형장학금'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장학금이 교육의 긍정적 외부효과를 늘리는 수단이라는 점에서 그 자체를 반대할 이유는 없다. 문제는 이 정책의 목적이 단순한 교육지원이 아니라 지방대학을 살리고 우수한 인재를 지역에 유치해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는 데 있다는 점이다.

최근 수험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지방 국립대 등록금을 전액 지원하더라도 진학할 의사가 없다는 응답이 60%를 넘었다. 더욱 주목할 대목은 등록금을 지원받아 지방 국립대에 진학하더라도 해당 지역에 취업하거나 정착할 의향이 없다는 응답 역시 절반을 훨씬 넘었다는 사실이다.

지역균형장학금이 일반적인 국가장학금과 다른 정책적 정당성을 가지려면 지방 국립대에 진학한 학생이 졸업 후 그 지역에 남아 일하고 창업하고 소비하면서 지역에 추가적인 외부효과를 만들어야 한다. 지역에 인적자본이 축적되면 기업은 필요한 인력을 쉽게 구할 수 있고, 기업과 인재가 다시 다른 기업과 인재를 불러들이는 집적효과도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지방대학에 입학하는 것과 지방에 정착하는 것은 전혀 다른 선택이다.

학생이 대학을 선택할 때 계산하는 비용과 편익은 4년간의 등록금에 그치지 않는다. 어느 대학을 나와 어떤 직장을 얻을 수 있는지, 해당 지역에 어떤 기업이 있는지, 어떤 인적 네트워크와 창업기회를 얻을 수 있는지, 주거·교육·문화환경은 어떤지를 함께 본다. 정부는 대학 4년의 등록금을 계산하지만, 학생은 졸업 후 40년의 삶을 계산한다. 등록금을 0원으로 만들어도 좋은 일자리와 경력 기회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면 학생이 지방 국립대를 선택하지 않거나, 설령 진학하더라도 졸업 후 수도권으로 이동하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

관련 법령인 '지방대학 및 지역균형인재 육성에 관한 법률'은 지방대학에 대한 장학금 지원과 별도로 지역인재의 취업기회를 확대하고 사회·경제적 환경을 조성하며, 해당 지역 정착을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법도 지방대를 지원하면 지역 정착을 유도할 수 있다는 인과관계를 가정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다소 무리한 논리이다. 지방대 선호가 떨어져 지방이 쇠퇴하는 것이라기보다, 지방의 일자리와 생활기반이 약해지면서 지방대의 매력도 함께 떨어지는 측면이 더 크기 때문이다. 원인과 결과의 방향을 거꾸로 보면 등록금 지원만으로 지역소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

더 큰 문제는 이 정책의 효과가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가 기대하는 것은 수도권 대학에 갈 학생이 등록금 혜택을 보고 지방 국립대로 내려오는 것이다. 하지만 수도권 대학과 지방 국립대 사이의 취업기회, 평판, 생활환경 등의 차이가 등록금 몇백만 원보다 크다면 이런 이동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오히려 지방 국립대의 가장 가까운 경쟁자는 같은 지역의 사립대학이다.

같은 지역에서 비슷한 수준의 국립대와 사립대 중 한쪽은 등록금이 0원이고 다른 쪽은 매년 수백만 원을 내야 한다면 애꿎은 사립대만 학생을 놓치게 된다. 결국 정책이 만들어내는 주된 이동이 '수도권 대학에서 지방 국립대'가 아니라 '지방 사립대에서 지방 국립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지역 내 학생의 수는 늘지 않고 어느 대학에 다니는지만 바뀐다. 수도권 집중은 그대로인데 지방 사립대의 학생 모집난만 심화되는 것이다. 국가 재정을 투입하고도 지역 간 인재 이동은 일으키지 못한 채 같은 지역 대학들 사이의 학생만 재배분하는 셈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이미 어려움을 겪는 지방 사립대 입장에서 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국립대의 교육서비스 가격을 정부가 사실상 0원으로 만들어주면 사립대는 정부가 가격을 대신 지불해 주는 경쟁자와 싸워야 한다. 지방대학을 살리겠다는 정책이 지방 국립대를 보호하는 대신 지방 사립대를 고사시키는 결과를 낳는다면 이를 지역균형정책이라고 부르기 어렵다. 지방대학 지원과 지방경제 활성화를 같은 것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지역균형의 목표가 청년의 정착이라면 정책은 청년이 지역을 떠나는 원인을 직접 겨냥해야 한다. 양질의 일자리와 기업, 연구개발과 창업기회, 주거와 교육, 문화적 편의와 같은 정주여건이 그것이다. 대학은 지역경제를 살리는 중요한 인프라일 수 있지만, 지역경제 자체를 대신할 수는 없다.

교육에는 긍정적 외부효과가 있으므로 장학금에는 경제학적 근거가 있다. 지역의 인적자본 축적에도 외부효과가 있으므로 지역인재 지원에도 근거가 있다. 그러나 이 두 효과는 같은 것이 아니다. 교육에 대한 보조금이 곧 지역 정착에 대한 보조금이 되는 것은 아니다. 지방 국립대 등록금을 0원으로 만든다고 지역의 미래까지 0원에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람을 대학에 묶어둘 것이 아니라, 사람이 그 지역에 남을 이유를 만드는 것이 먼저다.

지인엽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

※본란의 칼럼은 본지 견해와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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