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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백화점 3사의 ‘아트 전쟁’…고객 지갑보다 먼저 노린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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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연 기자

승인 : 2026. 09. 01.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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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 키아프 서울 2026 VIP라운지
현대백화점 키아프 서울 2026 VIP라운지./현대백화점
"백화점에서 왜 이렇게까지 미술을 하지?"

최근 백화점에 들어서면 미술관을 연상시키는 풍경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국내외 아트페어를 후원하고 유명 작가의 작품을 전시하는 데 이어 신진 작가 발굴과 문화예술 프로그램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신세계그룹은 올해부터 5년간 프리즈 서울의 헤드라인 파트너로 참여합니다. 현대백화점은 올해까지 5년 연속 키아프 서울을 후원하고 있고, 롯데백화점도 9월을 겨냥해 대규모 미술 행사를 열었습니다. 행사의 형태는 제각각이지만 향하는 곳은 비슷합니다. 상품을 하나 더 팔기 전에 고객을 백화점으로 불러들이고 더 오래 머물게 하려는 것입니다.

온라인에서 대부분의 상품을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시대가 되면서 백화점 입장에서는 굳이 오프라인 매장을 찾아야 할 이유를 만드는 것이 중요해졌습니다. 예술은 이 같은 고민에 적합한 콘텐츠입니다. 유명 작가의 작품이나 전시는 그 자체로 방문 동기가 되고, 온라인으로는 대체하기 어려운 현장 경험도 제공합니다.

결국 백화점 3사가 미술을 앞세워 고객의 지갑보다 먼저 확보하려는 것은 '시간'에 가깝습니다. 고객이 매장을 찾고 더 오래 머물러야 식음료를 이용하거나 쇼핑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커집니다. 미술이 당장의 매출을 위한 상품이라기보다 고객의 발길과 체류시간을 확보하는 수단이 되는 셈입니다.

백화점의 주요 고객층과 미술 시장의 소비층이 겹친다는 점도 이유입니다. 아트페어를 찾는 고객을 백화점으로 끌어들이는 동시에 기존 VIP 고객에게 차별화된 문화 경험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예술은 백화점마다 다른 색깔을 보여주는 수단이기도 합니다. 명품 브랜드나 상품 구성만으로 경쟁사와 차별화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어떤 작가와 작품을 선보이고 어떤 아트페어와 손잡느냐가 백화점의 이미지를 만드는 요소가 되고 있습니다.

백화점의 미술 투자가 늘면서 예술계와의 접점도 넓어지고 있습니다. 백화점은 갤러리나 미술관보다 일상적으로 오가는 사람이 많은 공간인 만큼 대중에게 작품을 알리는 새로운 창구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유통업계의 후원도 단순 전시를 넘어 작가 지원과 신진 작가 발굴로 확대되는 추세입니다.

물론 예술을 활용한 고객 유치 경쟁이 곧바로 매출 증가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전시를 보기 위해 백화점을 찾은 고객이 반드시 상품을 구매하는 것도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당장의 구매 여부보다 고객이 백화점을 찾을 이유를 계속 만들어내는 데 있습니다. 유통업계가 예술에 지속적으로 투자하는 것도 오프라인 공간의 가치가 예전과 달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 백화점은 물건을 사는 곳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워졌습니다. 먹고, 쉬고, 보고, 배우고, 경험하는 공간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예술은 그중에서도 백화점이 온라인과 차별화할 수 있는 대표적인 콘텐츠가 됐습니다.

고객의 지갑을 열기 전에 시간을 먼저 확보하는 것. 물건을 사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공간에 가기 위해 백화점을 찾게 만드는 것. 백화점 3사가 '아트 전쟁'에 공을 들이는 가장 현실적인 이유입니다.
이창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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