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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를 그리는 내내 눈부신 시어들이 빚어내는 가슴 저린 감동에 환호와 회한, 때론 황홀과 비탄의 세계를 넘나들었던 기억이 있다. 특히 내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던 것은 소외된 사물을 바라보는 시인의 섬세하고 자애로운 시각이었다. 고위 공직을 역임했던 시인은 재직 시에도 온화한 리더십으로 많은 후배들의 존경을 받았던 분이다.
시집 '뱀의 환생'에는 무심코 지나치는 소소한 일상과 주변 사물들을 시인의 충만한 감성으로 재해석해 빚어낸 주옥같은 시들이 수록되어 있다. 삽화를 그리던 어느 날, 작가의 눈물을 쏙 빼놓은 시 '시멘트 벽에서 자라는 풀'을 소개한다. 잡초 같은 우리네 인생을 이토록 무심한 듯 적어낸 글 몇 줄로 절묘하게 표현해낼 수 있다니… 내 작품활동에 큰 영감을 준 대선배 이기선 시인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뽑지도 꺾지도 마라, 잎도 건들지 마라 / 시멘트가 힘겨워 손을 놓아 버린 틈 / 햇살도 스밀 수 없는 곳에 / 줄기를 세웠다 / 먼지를 모아서 뿌리를 내리고 / 바람의 숨결로 목을 축였으리 / 내 걸음 멈추게 한 풀 / 내 심장 멎게 한 풀 /
/화가·대한체육회 사무총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