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묘법부터 한지·색채·신문지 작업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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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미술의 거장 박서보(1931~2023)가 생전에 남긴 말이다. 끊임없이 변화를 추구하면서도 자신의 근본은 놓지 않았던 작가의 예술 세계를 돌아보는 회고전이 열리고 있다.
국제갤러리는 작고 3주기를 맞아 서울점 K1·K3·한옥에서 박서보 회고전 '변하는 변하지 않는'을 10월 18일까지 개최한다. 1967년 시작한 '연필묘법'부터 한지를 활용한 '지그재그묘법'과 '흑백묘법', '색채묘법', 말년의 '연필색채묘법'과 '신문지묘법'까지 50여 년의 변화 과정을 보여주는 40점을 선보인다.
국제갤러리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박서보의 작업을 단순한 양식의 변화가 아니라 사유와 신체, 재료와 환경이 맞물리며 변화해온 과정으로 바라봤다"며 "끊임없이 새로운 방식을 모색하면서도 반복과 수행이라는 원칙을 지켜온 작가의 태도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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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 연필묘법은 흰 안료를 바른 캔버스 위에 연필선을 반복해 긋는 작업이다. 선을 그을 때 밀려난 안료가 쌓이면서 화면에는 작가의 호흡과 신체의 리듬이 남는다. 둘째 아들이 공책 칸에 글씨를 쓰다 뜻대로 되지 않자 삐져나온 글씨 위에 빗금을 반복해서 그었던 모습에서 착안했다는 일화처럼, 목적을 내려놓고 반복에 몰입하는 수행적 태도가 출발점이었다.
1982년부터는 한지를 본격적으로 사용했다. 젖은 한지가 도구의 움직임에 저항하면서 밀리고 뭉쳐져 화면에 골과 융기가 만들어졌고, '지그재그묘법'과 '흑백묘법'으로 이어졌다. 특히 흑백묘법의 검정은 어린 시절 어머니가 불을 지피던 아궁이에 쌓인 그을음에서 비롯된 색으로, 박서보에게 기억과 정신적 깊이를 담은 색이었다.
2000년대에는 '색채묘법'을 통해 자연의 색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였다. 반복적인 선과 화면의 구조는 유지하면서 색채에 변화를 주어 관람자의 위치와 시점에 따라 다른 인상을 만들어냈다. 이미지가 넘쳐나는 디지털 시대에 회화의 역할을 다시 고민하며 고요함과 치유의 경험을 주려는 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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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박서보에게 반복은 정지된 시간이 아니었다. 같은 행위를 되풀이하면서도 재료와 색, 몸의 상태에 따라 작업은 달라졌다. 변화 속에서도 '비우고 반복한다'는 원칙을 지켜온 그의 예술은 전시 제목인 '변하는 변하지 않는'이라는 역설을 그대로 보여준다.
한편 국제갤러리에서는 박서보 전시와 함께 김세은의 개인전 '핏월과 픽토'도 10월 18일까지 열린다. 김세은은 모터스포츠 경기에서 실시간 정보를 분석하는 공간인 '핏월'과 정보를 압축해 전달하는 '픽토그램'에서 출발해 도시 환경 속에서 개인이 자신의 위치를 감각하는 방식을 회화로 풀어낸다. '옥수'는 옥수역 사진과 유년기의 기억을 연결해 개발로 재편되는 도시 풍경을 바라본 작품이며, '터널화' 연작은 폐쇄된 터널 공간에서 신체가 원경과 근경을 인식하는 방식을 탐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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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갤러리] 박서보 작가 프로필 이미지](https://img.asiatoday.co.kr/file/2026y/09m/16d/202609060100036280001870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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