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미레 미용실' 국내 초연…재일동포 삶과 역사 조명 아비뇽서 세계 초연한 '새', '알테르 에고'도 한국 관객과 첫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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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스미레 미용실'의 출연 배우 서동갑(왼쪽부터)·최지연, 정의신 연출, 배우 김동원. /세종문화회관
올가을 공연계에 쉽게 지워지지 않는 기억과 상처를 무대에 올린 초연작들이 잇따른다. 재일동포의 삶과 역사를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온 극작가 정의신의 작품부터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한강의 소설을 무대화한 낭독극, 인간의 기억과 정체성을 파고드는 심리극까지 다양한 작품이 관객을 만난다.
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재일동포 극작가 정의신의 연극 '스미레 미용실'이다. 세종문화회관이 선보이는 국내 초연작으로, 이달 12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세종M씨어터에서 공연한다. 정의신의 '재일 코리안 3부작' 마지막 작품으로, '이를테면 마치 들에 피는 꽃처럼'과 '야끼니꾸 드래곤'에 이어 재일동포의 삶과 역사를 다시 무대에 올린다.
'스미레 미용실'은 1965년 일본 규슈의 탄광 마을 '아리랑 고개'를 배경으로 한다. 이발소를 운영하는 재일 조선인 수미와 탄광에서 일하는 가족이 탄광 폭발 사고를 겪으며 상실과 아픔, 회복의 과정을 그린다. 수미 역은 최지연, 아버지 홍길 역은 전무송이 맡는다. 탄광 폭발 사고는 1963년 후쿠오카현에서 수백 명의 희생자를 낸 미이케 탄광 사고에서 모티프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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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스미레 미용실' 연습 장면. /세종문화회관
정의신은 직접 규슈의 탄광을 찾아 사고 경험자와 유가족을 만났다. 그는 최근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1960년대 일본 탄광에 대한 이야기이지만, 한국 관객도 충분히 자신의 이야기라고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가난한 일본인과 재일 한국인들이 일본의 경제를 지탱했다는 것을 알았을 때 감동을 받았고 이들의 역사를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비극을 다루지만 작품의 결은 무겁기만 하지 않다. 탄광촌 사람들의 사랑과 가족애, 삶의 희망을 유머와 함께 풀어낸다. 정의신은 "비극적인 사건에도 희극적인 면은 있다"며 "기본적으로는 다른 사람을 웃게 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작품을 "급격한 경제 성장을 이룬 한국 사회에서 쇠퇴하고 있는 사랑과 가족에 대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재일동포의 역사에서 출발하지만 가족과 상실,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감정으로 이야기를 확장한 것이다.
[붙임2] 제26회 서울국제공연예술제_해외초청작_한강 원작 낭독극_새_공연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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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소설을 무대화한 낭독극 '새'. /예술경영지원센터
한강의 소설을 무대화한 낭독극 '새'도 주목할 만하다. 한강의 장편 '작별하지 않는다' 1부를 무대화한 작품으로, 지난 7월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세계 초연됐다. 아비뇽 페스티벌과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가 공동 제작하고 줄리 델리케가 연출했다.
프랑스 배우 이자벨 위페르와 한국 배우 이혜영이 각각 소설가 '경하'와 제주 4·3 피해 가족인 '인선'을 맡아 프랑스어와 한국어로 작품을 읽는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 두 사람이 기억과 상처를 나누며 우정을 쌓아가는 이야기다. 아비뇽 페스티벌의 교황청 명예극장에서 초연됐으며, 당시 한강이 무대에 올라 소설 후반부를 직접 낭독했다. 공연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개최하는 서울국제공연예술제의 일환으로, 10월 10∼11일 서강대 메리홀 대극장에서 열린다.
기억과 정체성을 소재로 한 연극 '알테르 에고'도 국내 초연을 선보이고 있다. 11월 22일까지 예스24스테이지 3관에서 공연하는 작품으로, 2018년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초연된 뒤 유럽 등에서 공연돼왔다. 해리성 정체감 장애로 기억의 공백을 겪는 스탠리와 그의 여러 인격을 끄집어내려는 정신과 의사 윌버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의 내면과 자아의 본질을 탐구한다.
스탠리 역에는 이재균·이휘종·정휘, 윌버 역에는 김정민·황은후·손지윤이 출연하며 김연민이 연출한다. 김연민 연출은 이 작품에 대해 "우리의 내면은 어떻게 구성되는지, 인격들은 왜 나타나야만 했는지, 그리고 서로를 어떻게 보호하는지를 탐구하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