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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중의 삶’을 새긴 오윤, 판화 뒤에 남은 생각까지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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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6. 09. 09.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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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작고 40주기 맞아 '오윤'전
판화 원판·습작·드로잉·노트 등 300여점 한자리에
1986년 첫 개인전 담은 영상기록도 처음 공개
09. 《오윤》 전시전경, 전시실2_5장, 사진 남기용, 제공 서울시립미술관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에서 열리고 있는 '오윤' 전시 전경. /서울시립미술관
1980년대 민중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오윤(1946~1986)의 예술세계를 작품뿐 아니라 그가 작업을 고민하고 완성해간 과정까지 살펴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는 오윤의 작고 40주기를 맞아 내년 2월 14일까지 '오윤'전을 연다. 2024년 유족으로부터 기증받은 오윤 컬렉션 860여 점 가운데 주요 작품과 자료를 선별해 선보이는 전시다. 판화와 회화 등 작품 31점과 판화 원판, 습작, 드로잉, 메모 등 300여 점의 아카이브 자료를 함께 공개한다.

이번 전시는 완성된 작품만으로 오윤의 예술세계를 설명하는 데서 벗어나 작품이 어떤 고민에서 출발해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를 보여준다. 전시는 오윤이 남긴 메모와 기록에서 가져온 문장을 제목으로 삼아 6개 주제로 구성했다. '개도치 오윤'에서는 서울대 조소과 시절 서구 현대조각을 공부하면서도 한국 전통연희에 관심을 기울였던 초기 작업과 1969년 현실동인 활동을 살핀다. '땅에 넋이 있지라'에서는 어머니와 아이, 가족 등을 소재로 민중의 삶과 역사적 상처를 바라본 시선을 '대지'와 '애비와 아들' 등의 작품을 통해 보여준다.

2_작가소개_1965~1970년 서울대학교 재학 시기 사진 모음
서울대학교 재학 시기의 오윤 작가. /서울시립미술관
'관자재보살행심반야바라밀다시'에서는 경주와 고양에서 벽돌을 만드는 일을 하며 노동자와 이웃의 삶을 관찰했던 경험 등을 통해 현실과 예술의 관계를 고민했던 흔적을 소개한다. 1979년 '현실과 발언'에 참여한 이후의 작업을 다룬 '응당 무엇을 표현하는가'에서는 무엇을, 왜, 누구를 위해 표현하는가라는 질문과 함께 '마케팅' 연작, '안전모' 판화 원판 등을 선보인다.

전시 후반부에서는 한국 전통문화에서 발견한 공동체적 에너지가 오윤의 조형언어로 발전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1984년 진도 체류 이후 굿과 무가, 구전문학과 전통연희 등을 탐구한 그는 '집단적 흥'에 주목했고, '일의 놀이화, 놀이의 일화'라는 생각을 작업으로 풀어냈다. 1985년작 '도깨비'는 이러한 관심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나두야 간다'에서는 고등학생이던 1961년 부산에서 양산·울산·경주로 떠났던 여행 기록을 비롯해 평생 이어진 걷기와 관찰, 기록의 흔적을 살핀다.

3-5-2_〈도깨비〉, 1985, 광목에 고무판, 채색, 87.5 × 207 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오윤의 1985년작 '도깨비'. /서울시립미술관
책과 출판물을 통한 활동도 주요하게 다뤄진다. 오윤은 45건의 표지와 제호, 삽화를 제작했으며 출판물에 판화와 드로잉을 꾸준히 실었다. 문학과 미술이 사회와 역사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던 당시 출판문화 속에서 그의 출판미술은 부수적인 작업이 아니라 자신의 예술관을 펼치는 중요한 장이었다.

특히 1986년 그림마당 민에서 열린 첫 개인전 '오윤 판화전'을 기록한 약 60분 분량의 영상이 이번에 처음 공개된다. 전시장 풍경과 관람객, 당시 공연과 행사뿐 아니라 세상을 떠나기 얼마 전 오윤의 모습까지 담겨 있어 작품과 기록만으로는 확인하기 어려운 작가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최은주 서울시립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오윤의 대표작을 다시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판화 원판과 습작, 드로잉, 메모 등 기증받은 아카이브를 함께 살펴보며 작품이 만들어진 과정과 그 안에 담긴 작가의 생각을 새롭게 조명하는 자리"라며 "오윤 아카이브가 앞으로 다양한 연구와 해석으로 확장되는 기반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12_《오윤》 전시전경, 2F A라운지2_6장, 사진 남기용, 제공 서울시립미술관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에서 열리고 있는 '오윤' 전시 전경. /서울시립미술관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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