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⑦130년 쌀창고, 관광명소로…日야마가타, ‘낡은 농업시설’서 지방재생 답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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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재 도쿄 특파원

승인 : 2026. 09. 09.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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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감소 지방소멸 韓日기획] 日대표 쌀산지 야마가타서 韓쌀농업을 보다.
1893년 지은 사카타 산쿄창고, 2022년까지 쌀 9개동 1만800t 보관
쌀창고 관광시설 연 수십만명 찾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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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8일 일본 야마가타현 사카타시 산쿄창고. 1893년 건립된 쌀창고 뒤편에 여름철 직사광선을 막아 내부 온도를 낮추기 위해 심은 느티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다. /사카타=최영재 특파원
[日사카타=아시아투데이 최영재 도쿄 특파원] 일본 야마가타현 사카타시 중심부에 있는 산쿄창고에 들어서자 흰 벽의 창고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창고 뒤편에는 수령 100년을 훌쩍 넘긴 느티나무가 벽처럼 줄지어 서 있었다. 겉모습만 보면 오래된 일본 건축물을 보존한 관광지 같지만 불과 4년 전까지 이곳에는 실제 쌀이 쌓여 있었다.

사카타의 '산쿄창고(山居倉庫)'다. 1893년 옛 쇼나이번 영주였던 사카이 가문이 쌀을 보관하기 위해 세운 뒤 약 130년 동안 본래 용도로 사용됐다. 흰 회벽으로 된 12개 창고 가운데 9개 동은 2022년까지 현역 쌀창고였다. 한꺼번에 저장할 수 있는 쌀은 1만800t, 60㎏들이 약 18만 가마에 이르렀다.

이 오래된 창고는 이제 사카타를 대표하는 관광자산으로 역할을 바꾸고 있다. 지방에서 쓸모를 다한 산업시설을 허물지 않고 그 지역에서만 볼 수 있는 관광상품으로 전환한 사례라는 점에서 인구감소와 지방소멸에 직면한 한국 농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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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8일 일본 야마가타현 사카타시 산쿄창고 인근에 전시된 '고카이부네(小?飼船)'. 모가미강과 지류에서 쌀 등 물자를 실어 나르던 소형 운반선으로, 사카타가 쌀 집산·유통 거점으로 성장했던 당시 수운의 흔적을 보여준다. /사카타=최영재 도쿄 특파원
지난 7월 28일 현장에서 만난 사카타관광물산협회의 사토 쓰네오 가이드는 산쿄창고를 단순히 쌀을 쌓아두던 건물로 설명하지 않았다. 그는 "단순한 쌀창고가 아니라 여러 의미를 가진 창고"라며 냉방시설조차 없던 시대에 쌀의 품질을 지키기 위한 "선인들의 지혜가 가득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창고 뒤 느티나무 행렬은 장식용 조경이 아니었다. 여름 햇볕이 창고 벽을 직접 달구는 것을 막았다. 지붕은 이중으로 만들어 내부에 습기가 차는 것을 줄였다. 자연의 바람과 그늘을 이용한 일종의 저온 저장시설이었다. 100여년 전 만들어진 건물이 21세기까지 쌀창고로 쓰일 수 있었던 배경이다.

산쿄창고의 더 중요한 역할은 쇼나이 쌀의 품질을 표준화하고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었다. 당시 이곳으로 들어온 쌀은 등급별로 엄격하게 검사했다. 사토 가이드는 농민이 자신이 생산한 쌀을 상위 등급이라고 생각해 가져와도 검사 결과가 낮게 나오면 그대로 낮은 등급을 받을 정도로 관리가 엄격했다고 설명했다. 등급별 쌀은 다시 모아 품질과 중량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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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8일 일본 야마가타현 사카타시 산쿄창고의 '오싱 갤러리'에 전시된 NHK 연속 TV소설 '오싱' 관련 자료. 오른쪽에는 어린 오싱 역의 고바야시 아야코가 모가미강 뗏목을 타고 내려가는 장면이 전시돼 있다. 산쿄창고는 1983~1984년 방영돼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오싱'의 촬영지로도 알려져 있다. /사카타=최영재 도쿄특파원
이 과정에서 산쿄창고가 발행한 쌀 관련 증서는 금융거래의 담보로도 인정될 만큼 신뢰를 얻었다. 사토 가이드는 철저한 품질관리가 쇼나이 쌀의 평가를 높였으며 산쿄창고가 일본 쌀 산업을 이끄는 곳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았다고 설명했다. 창고에는 당시 민간으로서는 드물었던 쌀 연구 기능까지 갖춰져 보관기술과 병충해 대책 등을 지역 농민에게 보급했다.

◇쌀 빠져나간 창고에 관광객이 들어왔다
산쿄창고가 주목되는 것은 여기서부터다. 쌀 보관이라는 산업적 기능이 쇠퇴했다고 건물을 철거하지 않았다. 사카타시는 창고 일부를 관광·물산시설로 바꾸면서 과거 쌀 유통의 역사를 새로운 수요로 연결했다. 산쿄창고는 1983~1984년 방영돼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NHK 드라마 '오싱'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관광명소로 부상했다. 2021년 3월에는 일본 국가사적으로 지정됐다. 사카타시는 2004년 쌀창고 일부를 개조해 관광물산시설 '사카타 유메노쿠라'를 조성하는 등 일찌감치 창고와 관광을 결합했다. 일본관광진흥협회 자료에서는 산쿄창고를 연간 약 70만명이 찾는 사카타의 대표적인 관광거점으로 평가했다.

쌀을 보관하는 기능이 완전히 끝난 것은 2022년 9월이었다. 129년간의 쌀창고 역할이 막을 내렸지만 건물의 생명은 오히려 연장됐다. 지난해 4월에는 12호동 일부에 '산쿄창고 인포메이션센터'가 문을 열어 창고의 역사와 쌀 유통문화를 관광객에게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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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8일 일본 야마가타현 사카타시 산쿄창고에서 사카타관광물산협회 해설사 사토 쓰네오 씨가 산쿄창고의 역사와 쇼나이 쌀 유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카타=최영재 도쿄특파원
사카타시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있다. 올해 3월 산쿄창고를 향후 10년 동안 보존·활용하기 위한 정비 기본계획을 확정했다. 기간은 2026년 4월부터 2036년 3월까지다. 단순히 문화재를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관광객 유입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민간 기업과 단체의 활용을 적극 끌어들이는 방향이다. 창고 특성을 이용한 체험·문화공간 등 새로운 활용도 검토하고 있다. 올해 사카타시가 편성한 산쿄창고 정비 관련 예산만 약 9246만엔이다. 건물 상태 조사와 내진 설계, 전시계획 등을 진행해 역사적 형태는 보존하면서 사람이 계속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韓농촌에도 '산쿄창고'가 있다
산쿄창고가 한국의 지방소멸 대책에 던지는 메시지는 거창한 관광시설을 새로 지으라는 것이 아니다. 지역에서 오래 사용하다 기능을 다한 시설을 '낡은 건물'이 아니라 그 지역에서만 복제할 수 없는 자산으로 볼 수 있느냐는 문제다. 한국 농촌에도 쌀과 농업의 역사를 간직한 오래된 양곡창고와 농업시설이 남아 있다. 인구가 줄고 산업구조가 바뀌면서 쓰임을 잃은 건물도 적지 않다. 이를 철거하고 새로운 관광시설을 짓는다면 어느 지역에서나 볼 수 있는 건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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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28일 일본 야마가타현 사카타시의 산쿄창고. 1893년 건립된 이곳은 약 130년 동안 쇼나이 지역에서 생산된 쌀을 보관·유통하는 거점으로 사용됐으며, 2022년까지 실제 쌀창고 기능을 이어갔다. 현재는 국가사적으로 지정돼 지역의 역사·관광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사카타=최영재 도쿄특파원
사카타는 반대로 갔다. 쌀이 빠져나간 자리에 관광객을 넣었다. 창고의 흰 벽, 쌀을 서늘하게 만들던 느티나무, 이중지붕, 쌀의 등급을 검사하던 역사까지 관광 콘텐츠로 만들었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 지방을 살리는 것이 아니라 이미 그곳에 있는 것을 다시 발견해 경제적 가치를 입힌 것이다.

농민 감소에 대응하는 드론과 로봇, 기후변화에 맞춘 신품종, 쌀겨와 쌀가루를 이용한 새로운 식품기술이 아마가타 쌀의 '미래'를 보여줬다면 산쿄창고는 쌀의 '과거' 역시 지역의 미래 산업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지방소멸 시대에는 사람만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떠난 뒤 학교와 공장, 창고도 용도를 잃는다. 사카타의 선택은 그때부터가 지역재생의 시작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최영재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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