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의 육성과 움직임, 피아노·빛 어우러져 강렬한 무대 만들어
|
올해 70세인 김아라 연출은 한국 실험극의 흐름을 이끌어온 대표적인 연출가다. 공간과 신체, 소리 등 연극의 기본 요소를 해체하고 다시 조합하며 자신만의 무대 언어를 만들어왔다. 이번 작품에서도 그는 '맥베스'의 이야기를 충실히 재현하는 대신 셰익스피어의 언어에서 소리를 끄집어냈다. 익숙한 고전을 낯설게 바라보게 만드는 과감한 시도는 때로 당혹스럽지만, 동시에 강렬하고 매력적이다.
특히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문 쿼드의 구조는 작품의 힘을 배가한다. 관객은 사방에서 무대를 둘러싸고, 배우들은 그 사이를 가로지른다. 객석보다 낮은 위치에서 배우들의 연기를 가까이 지켜보면서 눈앞에서 터져 나오는 육성과 숨소리를 생생하게 듣는다. 배우와 관객 사이의 물리적 거리가 좁혀지면서 어느 순간 관객 역시 연극의 일부가 된 듯한 느낌을 받는다.
|
정동환이 연기하는 맥베스는 이 복잡한 무대의 중심을 단단하게 잡는다. 왕좌를 향해 질주하는 야망과 그 밑바닥에 깔린 공포를 목소리와 몸으로 표현한다. 김성녀의 맥베스 부인과 맞물리는 장면에서도 두 배우의 육성은 가까운 거리에서 관객에게 직접 꽂힌다.
맥베스의 내면을 별도의 인물로 구현한 송용진의 설정은 흥미로운 시도다. 피아노 연주와 독백으로 맥베스의 심리를 드러내는데, 다른 배우들의 연기와 비교하면 다소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순간도 있다.
극 중반 히틀러, 무솔리니, 스탈린 등 역사 속 독재자들의 이미지를 보여주는 장면 역시 작품의 주제인 권력과 폭력의 반복을 확장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다만 배우의 몸과 목소리로 쌓아온 긴장 속에 다소 갑작스럽게 등장해 흐름이 잠시 끊기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
이는 서울문화재단이 '쿼드, 연극의 질문들: 진화하는 텍스트'를 통해 던지는 질문과도 맞닿는다. 인공지능과 첨단기술이 인간의 영역을 빠르게 대신하는 시대에 오히려 배우의 몸과 목소리, 관객과 배우가 같은 공간에 존재한다는 연극의 가장 원초적인 조건을 다시 들여다보는 것이다.
결국 무대에서 가장 오래 남는 것은 소리다. 배우의 숨소리와 절규, 피아노 건반을 두드리는 소리, 마녀들의 속삭임이 뒤엉키며 욕망에 사로잡힌 인간의 내면을 흔든다. 셰익스피어가 말한 '소리와 분노'가 400여 년의 시간을 건너 오늘의 무대에서 새로운 형태로 울린다. 그리고 그 울림은 고전이란 박제된 텍스트가 아니라, 지금도 얼마든지 낯설고 강렬하게 다시 태어날 수 있는 살아 있는 연극임을 보여준다. 공연은 오는 13일까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