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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달콤한 수사(修辭) 뒤에 숨은 '현실성'을 따져보면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미국의 성인 시민 약 2억4000만명에게 5000달러씩 지급하려면 약 1조2000억 달러(약 1600조원)가 필요하다. 트럼프는 관세 수입을 재원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현재 미국의 연간 관세 수입은 2000억 달러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한 해 관세 수입을 모두 쏟아부어도 필요한 돈의 6분의 1이 채 안 된다. 행정부에서 다른 방안까지 거론되고 있지만,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는 여전히 분명하지 않다.
그럼에도 '670만원'이라는 숫자가 가진 직관적인 유혹은 쉽게 외면하기 어렵다. 부부가 모두 지급 대상이면 한 가구에 1만달러다. 고물가와 생활비 부담에 지친 중산층과 서민층에게는 몇 달치 생활비의 무게로 다가올 수 있다. 재원에 의문이 있다고 해서 당장 손에 쥘 수 있는 이 돈의 매력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유권자는 국가의 재정만큼 자신의 가계부에도 민감하다. 1조2000억 달러의 재정 부담은 멀게 느껴져도 매달 빠져나가는 식료품비와 주거비, 카드 대금은 바로 눈앞의 현실이다. 거대한 국가부채보다 내 통장에 들어올 5000달러가 먼저 보이는 유권자가 있다고 해도 이상할 게 없다.
여기에 트럼프는 이 돈을 '지원금'이 아닌 '배당금'이라고 이름 붙였다. 정부가 어려운 사람에게 베푸는 돈이 아니라 '미국 우선주의'로 벌어들인 성과 가운데 내가 받을 몫이라는 의미를 입힌 것이다. 특히 트럼프 지지층이라면 5000달러를 단순한 현금 살포가 아니라 자신들이 선택한 정책의 결실로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달콤한 현금의 유혹 뒤에는 반드시 청구서가 따라오기 마련이다. 미국인들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대규모 경기부양금 지급 이후 가파른 물가 상승을 경험했다. 현금 지급만이 인플레이션의 원인은 아니었지만 막대한 재정 지출이 물가를 자극했다는 기억은 남아 있다. 나라 살림도 문제다. 국가부채가 이미 40조 달러를 넘어선 상황에서 재원을 마련하지 못하면 결국 적자와 부채가 더 늘어난다.
게다가 지급 방식 자체에 거부감을 느낄 유권자도 있다. 자신의 한 표에 가격표가 붙었다고 느끼는 순간 현금의 매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작은 정부와 재정 절제를 핵심 가치로 삼아온 보수 유권자들에게 이번 공약이 오히려 강한 거부감과 반발을 부르는 이유다.
당장 내 통장에 들어올 현금의 온기와, 시간이 흘러 찾아올 경제적 여파 사이에서 유권자들의 셈법은 복잡할 수밖에 없다. 현실의 고단함과 내일의 불안함 중 어느 쪽에 더 무게를 둘 것인가. 11월, 미국 유권자들의 선택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