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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열전] “최고의 성과는 사고 없는 하루”…도로 위 ‘잔소리꾼’ 광진경찰서 박욱환 경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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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기자

승인 : 2026. 09. 1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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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나기 전 위험 살피는 '능동성' 강조
관할 밖 이륜차 민원에도 직접 나서
고령자·청소년 찾아 사고 예방…"작은 습관이 사고 막아"
박욱환 광진경찰서 교통과 경위
박욱환 광진경찰서 교통과 경위가 11일 아시아투데이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성일 기자
"교통경찰에게 최고의 성과는 사고가 없는 하루죠."

교통경찰의 성과는 역설적으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때 완성된다. 사고가 발생하면 현장을 수습하는 것도 교통경찰의 일이지만, 사고가 나기 전 위험을 줄이고 시민들이 별 탈 없이 도로를 오갈 수 있도록 하는 것 역시 이들의 몫이다. 눈에 잘 띄지 않아도 시민의 일상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업무는 이어진다.

서울 광진경찰서 교통과 박욱환 경위는 '아무 일 없는 하루'를 만들어가는 교통경찰이다. 2008년 입직해 올해로 19년차다. 음주운전·법규 위반 단속부터 교통사고 처리, 안전교육과 시설 개선까지 경찰 생활 대부분을 교통과에서 보냈다. 현재는 교통안전 계획 수립과 홍보 등을 중점적으로 담당하고 있다.

박 경위가 오랜 교통경찰 생활을 거치며 중요하게 여기게 된 것은 '능동성'이다. 신고가 들어온 뒤 움직이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도로에서 사고 위험을 발견하면 먼저 살피고, 같은 불편이 반복되면 원인을 찾아야 한다. 필요하다면 단속에 나서고 시설 개선까지 끌어내는 것도 교통경찰의 일이라고 봤다.

◇관할 밖 민원에도 움직였다…금요일 밤 동일로로

박 경위가 강조하는 '능동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동일로의 이륜차 단속이다. 동일로는 남쪽으로 강남권, 북쪽으로 노원권을 잇는 도로다. 이륜차 통행이 잦은 만큼 늦은 밤 굉음으로 잠을 이루기 어렵다는 주민 민원이 이어졌다.

문제는 이륜차 소음과 불법개조 단속이 본래 지자체 소관이라는 점이었다. 소음이나 불법 부품 등을 확인하려면 심야시간 현장에서 차량을 직접 세워 살펴야 했다. 구청 직원들이 경찰처럼 야간근무를 이어가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있었다.

그렇다고 주민들에게 관할 업무가 아니라는 말만 되풀이할 수는 없었다. 광진서 교통과는 이륜차 문제를 자체 특수시책으로 가져왔다. 박 경위는 민원이 집중되는 시간과 장소 등 실제 데이터를 토대로 단속 계획을 만들었다.

박 경위의 계획에 광진서 교통과 전체가 움직였다. 광진서는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4개월간 매주 수요일·금요일 심야 시간 동일로 일대에서 집중 단속을 벌였다. 특히 금요일에는 현장 직원뿐 아니라 교통과장과 평소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내근 직원들까지 동일로로 나섰다. 박 경위 역시도 매주 금요일 저녁을 반납하고 현장을 찾았다.

새벽까지 이어진 단속에는 오성훈 광진경찰서장도 직접 현장을 찾았다. 오 서장은 "더운 날 밤늦게까지 직원들이 고생하는데 자신이 오지 않을 수 있겠느냐"는 취지로 직원들을 격려했다.

박 경위는 "실적을 위해서라기 보다는 주민들이 자신의 목소리에 경찰이 귀를 기울이고 실제 현장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믿음을 갖게 하는 데 의미를 뒀다"며 "교통과 전체가 동일로로 나선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박욱환 광진경찰서 교통과 경위
박욱환 광진경찰서 교통과 경위가 11일 아시아투데이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성일 기자
◇"한 번만 더 살폈다면"…사고 나기 전 움직이는 경찰

최근 광진서가 가장 신경 쓰는 것은 고령자 교통사고 예방이다. 광진구에서 최근 노인 교통사고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사고 현장을 접할 때마다 박 경위에게는 유독 아쉬움이 남았다. 길을 건너기 전 차가 오는 방향을 한 번만 더 살폈다면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서다.

사고 현장에서 남은 아쉬움은 예방 활동으로 이어졌다. 그는 노인회와 경로당 등을 직접 찾아 어르신들에게 교통안전 수칙을 알리고 있다. 교육시설이 갖춰진 곳에서는 시청각 자료를 활용하고, 작은 경로당에서는 안전용품과 안내문을 나눠준다. 길을 건너기 전 좌우를 한 번 더 살피라는 말도 만날 때마다 되풀이한다. 반복해서 들은 말 한마디가 어르신의 습관으로 남아 사고 하나라도 피하게 하기 위함이다.

브레이크 없는 '픽시자전거'도 새롭게 등장한 과제다. 지난 3월 영등포구 한강공원에서 청소년들의 픽시자전거 이용 문제가 불거지자 광진서도 관내 한강공원 등을 살폈다. 청소년들이 자주 모이는 곳을 중심으로 순찰구역을 정하고 단속과 홍보 활동을 벌였다.

나아가 박 경위는 여성청소년과 직원들과 함께 관내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시청각 교육과 가정통신문, 현장 캠페인 등을 진행했다. 도로에서 청소년을 단속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학교와 가정까지 예방 활동의 범위를 넓혔다.

◇작은 변화의 가능성 믿으며…"계속 '잔소리꾼'으로"

박 경위는 작은 변화의 가능성을 믿는다. 길을 건너기 전 좌우를 한 번 더 살피는 작은 습관 하나가 사고를 막을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귀찮게 들릴 한마디가 한 사람을 무사히 집으로 돌려보낼 수도 있다. 그 가능성 때문에 같은 당부를 되풀이하는 일을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그는 "화려하지 않아도 괜찮다. 우리가 건넨 말 한마디가 누군가의 습관을 만들고, 그 사람이 사고 없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며 "앞으로도 시민들에게 계속 '잔소리꾼'으로 남겠다"고 다짐했다.
김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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