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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국보 품은 무대’가 증명한 밀양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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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오성환 기자

승인 : 2026. 09. 15.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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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환 (1) 증명사진
오성환 전국부 기자
역대 밀양의 수많은 야외 공연장과 축제 무대들은 언제나 고질적인 아쉬움을 품어왔다.

밀양이 자랑하는 최고의 랜드마크이자 국보인 영남루를 지척에 두고도, 대다수의 공연은 무대 장치와 대형 트러스 구조물로 영남루의 수려한 자태를 정면으로 가로막은 채 진행되기 일쑤였다.

현장을 찾는 기자로서도 관객들이 밀양의 상징적인 야경과 등지거나 시야가 답답하게 차단된 구조 속에서 반쪽짜리 관람을 감내해야 하는 모습이 늘 안타까웠다. 축제의 흥겨움은 즐길지언정, 공간이 가진 '역사적 미학적 잠재력'을 온전히 살려내지 못한 뼈아픈 한계였다.

그러나 이번 밀양문화도시박람회는 그 해묵은 공식을 완전히 깨부쉈다. 이번 행사는 밀양강 둔치와 물 위의 수상특설무대를 과감하게 재배치해 영남루를 가리던 장벽을 말끔히 걷어냈다.

대신 국보를 온전한 '주 배경무대'로 전면 배치하는 파격적인 선택을 감행했다. 축제의 역사를 통틀어 가장 탁월하면서도 영리한 공간 해석이라는 찬사가 현장 곳곳에서 터져 나온 이유다.

새롭게 시도된 무대 배치의 가장 큰 미덕은 공간의 주인을 정확히 찾아주었다는 점이다. 밀양강 수면 위에 유유이 떠 있는 듯 안착한 수상특설무대와 넓게 트인 강변 둔치는 시각적 간섭을 최소화했다.

객석에 앉아 시선을 정면으로 던지면, 웅장하면서도 우아한 선을 뽐내는 국보 영남루의 전경이 밤하늘의 은은한 달빛과 함께 고스란히 시야로 파고든다. 무대 뒤편으로 가려져 있던 밀양의 얼굴이 비로소 만천하에 그 자태를 온전히 드러낸 것이다.

자연과 전통 건축물, 그리고 현대적 공연 무대가 이토록 유기적으로 합일을 이룬 풍경은 오직 밀양에서만 만날 수 있는 가을밤의 압도적인 정취 그 자체였다.

이 탁월한 공간적 배경 위에서 펼쳐진 예술가들의 호흡은 그야말로 방점을 찍었다. 밀양아리랑예술단이 선보인 '가무악극 미리미동국' 공연은 역대 어느 무대와 비교해도 단연 독보적인 완성도를 자랑했다.

영남루의 조명과 강물에 비친 물결의 반사가 입체적인 백드롭 역할을 해내는 가운데, 배우들의 대사와 몸짓은 깊은 생명력을 얻었다. 탄탄한 로컬의 서사와 예술성을 녹여낸 이들의 무대는 관객들에게 단순한 시각적 즐거움을 넘어 묵직한 '역사적 문화적' 울림을 선사했다.

공연의 절정은 밤하늘과 수면을 동시에 물들인 ‘어화 꽃불놀이’였다. 밀양강 수면 위로 흩날리는 불꽃의 궤적이 영남루의 고풍스러운 처마 선과 어우러지며, 마치 조선시대로 시간 여행을 떠난 듯한 황홀경을 연출했다.

전통의 불꽃 예술이 현대적 공연 연출, 그리고 국보의 야경과 삼위일체를 이루며 터져 나온 순간, 객석에서는 감탄사와 함께 뜨거운 함성이 터져 나왔다.

이번 밀양문화도시박람회는 그간 축제 공간 연출의 고정관념에 던지는 통렬한 해답이었다. 무대를 위해 자연과 문화재를 가리는 관성에서 벗어나, 문화재를 무대의 가장 거대하고 아름다운 주인공으로 삼는 발상의 전환. 그 대담한 기획 속에서 미리미동국과 밀양아리랑예술단, 그리고 어화 꽃불놀이가 빚어낸 시너지는 밀양시가 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문화도시로 도약하고 있는지를 언론의 눈으로 명백하게 증명해 보였다.

영남루를 품은 그날 밤의 밀양강은 단순한 공연장을 넘어, 지방시대 문화 브랜딩이 나아가야 할 가장 찬란한 이정표로 기억될 것이다.
오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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