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평화협정 뒤 과도기 마감하는 '자치 분수령'
무장해제 중단·씨족 정치 등 과제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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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매체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투표를 하루 앞둔 13일 마긴다나오델노르테주 코타바토시의 한 투표소 인근에서 정파 간 언쟁이 총격전으로 비화해 3명이 숨지고 15명이 다쳤다. 필리핀 선거관리위원회(Comelec)는 즉각 코타바토시를 특별 통제 구역으로 지정하고, 사전 기표 의혹이 제기된 투표용지를 전량 재인쇄하는 등 긴급 대응에 나섰다. 투표는 군경 2만여 명이 배치된 삼엄한 경계 속에 치러졌으며, 개표 지연 투표소의 경우 운영 시간을 오후 9시까지 연장했다. 선관위는 산발적인 충돌과 혼선에도 전반적인 투표 과정은 평화롭게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이번 선거는 7년간 이어진 방사모로 과도정부(BTA) 체제를 마감하고 첫 정규 자치 의회 의원 80명을 선출하기 위해 치러졌다. 의석은 정당 비례대표 40석, 지역구 32석, 여성·청년·토착민 등 직능 부문대표 8석으로 구성된다. 유권자 약 230만 명이 참여 대상이다. 방사모로는 대통령 중심제인 필리핀에서 유일하게 의원내각제를 채택한 지역으로, 새로 구성된 의회가 첫 공식 회기에서 과반 투표를 통해 행정수반인 수석장관을 호선한다.
이번 총선은 수십 년간 이어진 유혈 분쟁과 평화 정착 과정의 결실이다. 가톨릭 국가인 필리핀에서 무슬림 주민 비율이 높은 남부 민다나오 지역은 자원 배분과 토지 소유권, 자치권 등을 둘러싸고 분리주의 무장 투쟁이 이어지며 12만 명 이상이 숨지고 200만 명 넘는 난민이 발생했다. 2017년에는 '이슬람국가(IS)' 연계 반군 세력이 마라위시를 5개월간 점거하는 등 극단주의 위협이 극에 달하기도 했다.
이에 필리핀 정부와 최대 반군 조직인 모로이슬람해방전선(MILF)은 2014년 포괄적 평화협정을 체결했고, MILF는 완전 분리독립 노선을 철회하는 대신 광범위한 자치권을 보장받았다. 협정은 2018년 방사모로 조직법(BOL) 제정으로 구체화됐고, 2019년 주민투표를 거쳐 과도 자치정부가 출범한 끝에 이번 첫 정규 선거에 이르렀다.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은 영상 담화를 통해 "이번 총선은 방사모로의 영구적인 평화와 민주적 자치를 향한 역사적 이정표이자 국가 전체의 결정적 순간"이라고 평가했다. 투표에 나선 알하지 무라드 에브라힘 전 과도 수석장관(MILF 의장) 역시 "우리 민족은 스스로의 손으로 지도자를 선출하는 날을 오랫동안 열망해왔다"고 소회를 밝혔다.
하지만 이번 선거가 완벽한 평화 정착을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MILF는 지난해 필리핀 정부가 평화협정에 명시된 경제적 지원과 복지 공약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소속 대원 1만4000명에 대한 최종 무장해제 절차를 잠정 중단한 상태다.
여기에 무라드 의장파와 압둘라오프 마카쿠아 과도 수석장관파 등 MILF 내부가 두 개 정당으로 쪼개져 맞붙는 등 정치적 분열도 심화됐다. 마이클 헨리 유싱코 아테네오 정책센터 선임연구원은 "오랜 씨족 중심의 족벌 정치, 선거철마다 반복되는 폭력, 후원 관계에 얽힌 패거리 충성 구조가 신설 의회 민주주의의 최대 난제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선거 공식 개표 결과는 이르면 15일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