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6회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에서 선보이는 낭독극 '새'에 출연하는 배우 이혜영이 15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예술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작품에 관해 말하고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
제26회 서울국제공연예술제(SPAF)가 오는 10월 8일부터 25일까지 국립극장과 아르코·대학로예술극장, 대학로극장 쿼드 등에서 열린다. 올해 축제는 '예술의 다중우주'를 주제로 국내외 창작자들의 다양한 시선과 실험을 한 무대에 펼친다. 해외 초청작과 국내 창작작을 포함해 모두 20편이 관객을 만난다.
올해 눈에 띄는 작품 가운데 하나는 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의 첫 장 '새'를 바탕으로 한 낭독공연이다. 프랑스 연출가 줄리 델리케가 연출하고 배우 이혜영과 이자벨 위페르가 출연한다. 지난 7월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에서 세계 초연한 작품으로, SPAF를 통해 국내 관객에게 처음 소개된다. 제주 4·3의 상처와 끝내 작별하지 못한 기억을 두 배우의 목소리로 마주하는 작품이다.
15일 대학로예술극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이혜영은 "한강 작가의 글을 읽고 너무 아름답다고 생각했다"며 "한국을 떠날 때부터 역할이 돼 갔고, 아비뇽에는 즐거움이나 설렘보다는 고통을 안고 갔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관객들이 이 작품을 어떻게 볼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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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의 소설 '작별하지 않는다'의 첫 장 '새'를 바탕으로 한 낭독공연 '새'의 한 장면. /예술경영지원센터
오페라 '세 번째 전쟁'도 주목할 만하다. 박본이 극작과 연출을 맡은 작품으로, 제목 때문에 제3차 세계대전을 떠올릴 수 있지만 실제 전쟁을 다룬 작품은 아니다. 이날 간담회에 함께 한 소프라노 임선혜는 "오페라에 함께 하는 댄서, 배우들이 보충적인 역할이 아니라 동등한 비율로 참여한다"며 "예술가로서 만족도가 높고 호기심을 채울 수 있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SPAF 협력예술가 김재훈의 '화성학 실습'은 음악의 원리를 사회와 역사로 확장한다. 서로 다른 음이 만나 화음을 이루듯 사람과 사람이 조화를 이루는 공동체를 상상한다. 김재훈 연출은 "전쟁과 갈등이 심화되는 시대에 사람과 사람이 조화롭게 연결되는 것을 화성학에서 찾고 싶었다"고 밝혔다.
트랜스젠더 여성 색자의 삶을 다룬 '"뺨을 맞지 않고 사는 게 삶의 전부가 될 순 없더라"'도 무대에 오른다. 구자혜가 연출하고 색자가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트랜스젠더의 밤무대 데뷔 50주년을 맞아 생계를 위해 여전히 무대와 거리에서 살아가는 시니어 트랜스젠더들의 삶을 조명한다.
이밖에도 해외 초청작과 국내 창작자들의 작품을 통해 지역과 초지역성, 무용의 새로운 언어, 창작 미학의 경계를 탐색한다. 김장호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는 "이번 축제가 예술의 경계를 넘어 서로 다른 세계와 감각이 만나는 장이 되기를 기대한다"며 "국내외 예술가들이 새로운 가능성을 실험하고 관객들이 동시대 예술의 다양한 모습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