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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일담] 약사는 거리로, 환자는 배송 요구…정부 논의는 하세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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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미 기자

승인 : 2026. 09. 15.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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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 5000명 총궐기 예고
환자단체 “반쪽 진료” 비판
민관협의체 출발부터 삐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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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한 약국의 모습./연합
정부가 약배송 확대 논의를 꺼낸 뒤 약사회와 환자·소비자단체의 충돌이 장외투쟁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세부 기준과 검증자료, 중재안을 내놓지 않아 대응이 갈등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비대면진료를 제도화한 개정 의료법은 오는 12월 24일부터 시행됩니다. 이에 따라 처방약 재택 수령은 섬·벽지 주민, 장기요양급여 수급자, 등록 장애인, 감염병·희귀질환자 등 5개 환자군에만 허용됩니다. 그러나 정부는 이 제한적 배송의 시행 결과를 확인하기도 전에 전체 비대면진료 환자로 대상을 넓히는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약사단체는 기존의 합의를 뒤집는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고, 오는 20일 대한약사회를 주축으로 서울 광화문에서 5000명 결집을 목표로 전국 총궐기대회를 열기로 했습니다. 약사회는 "의약품 전달은 단순한 배달이 아닌 보건의료의 영역"이라며 오남용과 명의도용, 건강보험 재정 누수 가능성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면 한국환자단체연합회와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등이 참여한 의약주권 환자·소비자연대는 약배송 없는 비대면진료를 '반쪽짜리 제도'라고 비판합니다. 이러한 불편은 이용자 조사에서도 확인됐습니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에 따르면 비대면진료 이용자 2066명을 조사한 결과 87.5%가 약배송 확대에 찬성했고, 48.8%는 처방약을 구하기 위해 여러 약국을 방문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것이죠.

반면 건강소비자연대는 지난 13일 집회에서 약배송 확대에 반대하며 처방 건수와 중복 이용, 오남용·이상 사례, 건강보험 재정 영향과 플랫폼 수수료 자료를 먼저 공개하라고 요구했습니다. 약배송 논쟁을 단순히 약사와 소비자의 대립으로만 볼 수 없는 이유입니다. 물론 약사회가 제기하는 의료쇼핑 증가와 건강보험 재정 누수도 정부가 공개한 수치로 확인되지는 않았습니다. 찬반 양측이 서로 다른 주장과 자료를 내놓고 있지만 이를 판단할 정부 기준과 평가가 부재하면서 발생한 일입니다.

정부는 범부처 민관협의체에서 해법을 찾겠다고 했지만 약사회는 '확대를 전제로 한 협의체'라며 불참을 선언했습니다. 협의 상대가 빠진 상태에서도 정부는 대체 협의 구조나 구체적인 조정 일정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배송 가능 의약품과 운송 주체, 오배송·변질 사고의 책임, 본인 확인과 복약지도 방식도 아직 검토 단계입니다. 이런 와중 국내 공공 인프라 구축은 정책 논의보다 늦습니다. 건보공단의 공공 전자처방전·비대면진료 지원 시스템은 2027년 구축·시범운영을 거쳐 2028년에야 전국 서비스가 시작될 예정입니다. 올해 법 시행 때는 기존 시스템을 활용한 제한적인 기능만 제공됩니다.

사회적 합의는 이해당사자들에게 알아서 결론을 내라고 맡기는 일이 아닙니다. 정부가 객관적인 검증자료와 구체적인 제도안을 협상 테이블에 올리고 접점을 만들어야 합니다. 약사는 거리로, 환자는 성명전으로 향하는 동안 정부가 계속 '논의 중'이라는 말만 반복한다면 약배송보다 갈등이 먼저 확대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세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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