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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출입권 놓고 트럼프·언론 정면충돌…3사 소송·5대 방송 공동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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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6. 09. 22.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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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 등 "보도 내용 이유로 취재권 박탈"…수정헌법 1조·적법절차 침해 주장
5대 방송 CNN 배제에 공동취재 중단…신문사도 대통령 사진 게재 유보
백악관 "출입, 권리 아닌 특권"…과거 판례와 정면충돌
US-POLITICS-MEDIA-TRUMP
AP통신과 CNN·MS NOW·폴리티코를 지지하는 전단이 21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브리핑룸 안에 걸려 있다. CNN과 MS NOW, 폴리티코는 이날 공동 성명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행정부에 비판적인 언론을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암(Cancer)'이라고 주장하며 백악관 출입을 금지한 데 맞서 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AFP·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지시로 백악관 출입을 금지당한 CNN과 MS NOW, 폴리티코가 21일(현지시간) 연방법원에 위헌 소송을 제기했다.

ABC·CBS·NBC·CNN·폭스뉴스도 CNN의 대통령 공동취재 배제에 맞서 TV 풀(pool) 취재를 중단하면서 백악관과 주요 언론의 충돌이 법정과 취재 현장으로 확산했다.

세 언론사는 보도 내용을 이유로 출입을 박탈한 조치가 수정헌법 제1조의 언론 자유와 수정헌법 제5조의 적법절차(due process)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백악관은 출입이 "권리가 아니라 특권"이라고 맞섰고,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에게 불리한 법원 결정이 나오면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USA TRUMP MEDIA
본 힐리어드 미국 MS NOW 기자가 21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밖에서 리포트를 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MS NOW와 CNN, 폴리티코 기자들의 백악관 브리핑룸 출입을 금지했다. 세 매체는 백악관 출입 자격을 회복하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EPA·연합
◇ 백악관 출입 금지 CNN 등 3사, 수정헌법 1·5조 침해 소송…5대 방송 TV 풀 중단

CNN과 MS NOW, 폴리티코는 이날 워싱턴 D.C. 연방지방법원에 소송을 내고 백악관 출입을 즉각 복구해달라는 임시금지명령도 신청했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에게 비판적인 보도를 문제 삼아 아무런 통지나 절차 없이 기자들의 출입을 제한했다고 지적했다. 소장에는 이번 조치가 수정헌법 제1조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direct assault)'이며 '관점 차별(viewpoint discrimination)'이라는 주장도 담겼다

소송과 함께 방송사들의 집단 대응도 시작됐다. CNN과 함께 TV 풀을 운영해 온 ABC·CBS·NBC·폭스뉴스는 CNN이 예정된 취재 순번에서 제외되자 대통령 행사에 대한 TV 풀 취재를 중단했다. 5개 방송사는 "어떤 행정부도 특정 언론사의 보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그 언론사를 제한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다만 인쇄·라디오·통신·사진 기자들의 풀 취재는 계속됐다.

그 여파는 곧바로 대통령 취재 현장에 나타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백악관 남쪽 잔디밭에서 새 헬기장 완공식을 열었지만, TV 풀 카메라와 음향 장비가 빠지면서 대통령 발언을 제대로 들을 수 없었다. AP통신에 따르면 헬기장 공사비는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최대 600만달러(82억5000만원)로 추산했다.

다만 TV 풀 취재 중단이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총회 연설 자체를 볼 수 없게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백악관 TV 풀이 뉴욕 방문에는 카메라를 제공하지 않지만, 유엔이 자체 카메라로 총회를 중계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직접적인 영향은 백악관이나 대통령 이동 과정처럼 접근이 제한된 장소에서 독립적인 영상과 음성 기록이 줄어드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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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인근 엘립스에서 전용 헬기 마린원에 탑승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AP·연합
◇ 5대 방송 공동 대응에 NYT·WP도 연대…대통령 사진 게재 유보...외신 "언론 접근 제한 격화"

악시오스는 경쟁 관계인 5대 방송사가 공동 행동에 나선 것을 행정부의 취재 통제에 대한 이례적인 대응이라고 평가했다. 방송사들의 움직임은 이후 신문사들의 연대 행동으로도 이어졌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와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이날 백악관 사진 풀에서 촬영한 대통령 행사 사진의 게재를 미국 동부시간 자정(한국시간 22일 오후 1시)까지 유보하기로 했다. NYT는 독립 언론이 정부의 위축 압력 없이 대통령을 취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주요 외신은 이번 사태를 트럼프 행정부와 언론 간 충돌이 한 단계 확대된 사례로 평가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출입금지를 공익적 행사와 장소에 대한 언론 접근을 제한하려는 행정부 움직임의 '중대한 격화'라고 평가했다. AP도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문제 삼는 보도를 제한하려는 장기간의 시도가 '명백히 격화'된 사례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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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의 제임스 S. 브래디 프레스 브리핑룸 모습./AFP·연합
◇ 트럼프 "가짜뉴스, 국가안보 위협"…백악관 자체 영상 공급 확대

방송사들의 대응이 이어지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출입금지 방침을 철회하지 않았다. 그는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서 "백악관은 내가 소중히 여기는 자유 언론을 공격하는 것이 아니다"며 "미국에서 암처럼 자라난 가짜뉴스를 공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가짜뉴스가 "부패했고 의도적이며 만연해 있다"며 국가안보의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백악관도 별도 자료를 통해 "백악관 출입은 특권이지 권리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수정헌법 제1조는 언론사의 보도 권리는 보장하지만, 백악관 상시 출입증인 '하드 패스(hard pass)'나 브리핑룸 좌석, 풀 취재 참여까지 보장하지 않는다는 논리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도 세 매체에 특별한 백악관 접근권을 주지 않는 것이지 보도 자체를 금지한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번 출입금지 결정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 나탈리 하프 보좌관이 전달한 언론 보도 보고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CNN이 전했다. 우파 성향 TV 진행자 출신인 하프 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을 밀착 수행하면서 언론 보도를 출력해 보고하고, 그의 구술을 받아 트루스소셜에 게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독립 TV 풀이 중단되자, 백악관은 자체 영상 공급도 확대했다. 백악관은 웹사이트에 대통령 주요 발언과 영상을 24시간 제공하는 '트럼프 TV: 디 에센셜스 스테이션(The Essentials Station)'을 출범시키겠다고 밝혔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백악관 웹사이트와 유튜브가 헬기장 행사를 생중계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음성이 제대로 잡히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CNN 아코스타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11월 7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짐 아코스타 CNN 백악관 선임출입기자의 추가 질문에 대한 답변을 거부하면서 백악관 여성 인턴이 아코스타 기자로부터 마이크를 빼앗고 있는 가운데 그를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다./AP·연합
◇ 1977·2018년 법원, 언론 출입제한 제동…23일 켈리 판사 심리

법적 공방의 핵심은 백악관이 보도 내용을 이유로 기자의 출입을 제한할 수 있는지다. WP는 과거 법원이 언론 보도에 근거한 출입 제한이나 명확한 절차 없는 자격 박탈에 여러 차례 제동을 걸었다고 전했다. 코넬대의 수정헌법 제1조 전문가 G.S. 한스 교수도 정부가 특정 메시지나 관점을 승인하거나 반대한다는 이유로 조치를 취하는 경우 법원이 회의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1977년 '셰릴 대 나이트(Sherrill v. Knight)' 사건에서 연방항소법원은 백악관 출입을 거부할 경우 이유를 알리고 당사자가 대응할 기회를 줘야 한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특히 기자증 발급에 보도 내용에 따른 기준(content-based criteria)을 적용할 수 없다고 했다.

트럼프 1기인 2018년에도 짐 아코스타 CNN 기자의 출입증이 사전 통지와 명확한 기준 없이 취소되자 티머시 켈리 연방지방법원 판사가 임시 복구를 명령했다. 2019년 브라이언 카렘 플레이보이 기자의 출입 제한 역시 적법절차 문제로 법원의 제동을 받았다.

이번 사건도 트럼프 대통령이 1기 때 임명한 켈리 판사에게 배당됐다. 그는 23일 세 언론사가 요구한 긴급 출입복구 신청을 심리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자신이 임명한 켈리 판사가 아코스타 사건에서 CNN의 손을 들어준 사실을 언급하면서 이번에도 불리한 결정이 나오면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은 백악관에 국한된 갈등도 아니다. 국방부(전쟁부)는 지난해 비인가 또는 통제된 정보를 토대로 보도하지 않겠다는 확약서 서명을 요구했고, 이를 거부한 언론사들의 출입을 제한해 법정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재무부도 최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서 블룸버그·NYT·WSJ 등의 기자를 취재에서 제외했다.

AP도 멕시코만을 '미국만'으로 부르라는 백악관 방침을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대통령 집무실과 일부 행사 취재에서 배제된 뒤 소송을 제기했다. WP에 따르면 1심 법원은 AP 측 손을 들어줬지만, 해당 결정의 효력은 항소심 심리가 진행되는 동안 정지돼 있다.

따라서 다음 분수령은 켈리 판사가 세 언론사의 긴급 출입복구 요구를 받아들일지 여부다. 법원의 결정과 별개로 트럼프 대통령은 불리한 판단에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이미 밝혀 백악관 출입권과 언론 자유를 둘러싼 법적 공방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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