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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섦이 감동으로 바뀐 75분…서울시무용단 ‘미메시스’ 워싱턴서 해외 초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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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승인 : 2026. 09. 28.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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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층만 열려던 워너 씨어터, 관객 몰리자 2층까지 개방…전 좌석 채워
전통춤 8가지를 물·바람·불·빛으로 재구성…현대 무대 언어로 확장
잔잔한 초반서 화려한 피날레로…29일 국경일 기념행사 개막 무대
서울시무용단
서울시무용단이 2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워너 씨어터(Warner Theatre)에서 대표 레퍼토리 '미메시스(Mimesis)' 전막을 선보인 후 커튼콜 인사를 하고 있다./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기사 요약】
▲ 서울시무용단이 대표 레퍼토리 '미메시스' 전막을 워싱턴 D.C. 워너 씨어터에서 한국 밖 무대에 처음 올렸다.
▲ 주최 측은 1층 객석만 열려던 계획을 바꿔 2층까지 개방했고, 1900명 안팎의 관객이 전 좌석을 채웠다.
▲ 전통춤 8가지를 재해석한 75분 무대의 생경함은 공연이 흐를수록 몰입으로 바뀌어 마지막 장의 기립박수로 이어졌다.

서울시무용단이 27일 오후 8시(현지시간·한국시간 28일 오전 9시) 미국 워싱턴 D.C. 워너 씨어터(Warner Theatre)에서 대표 레퍼토리 '미메시스(Mimesis)' 전막을 한국 밖에서 처음 선보였다. 당초 1층 객석만 열 예정이었으나 관객이 몰리면서 2층 객석까지 개방됐다. 전통춤 8가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75분 무대는 초반의 생경함을 거쳐 마지막 장의 열광적인 기립박수로 이어졌다.

◇ 1층만 열려던 워너 씨어터, 2층 객석까지 개방…약 1900명 전 좌석 메워

공연 시작 전부터 13번가에 있는 워너 씨어터 입구에는 입장을 기다리는 관객이 길게 늘어섰다. 극장 대형 마키(marquee·극장 간판)에는 '미국 건국 250주년 기념(Celebrating America 250)'과 '서울무용단 미메시스(Seoul Dance Co. Mimesis)'가 나란히 내걸렸다. 주최 측은 당초 1층 객석만 개방할 계획이었으나 관객이 몰리면서 2층 객석까지 열었고, 결국 전 좌석이 채워졌다.

워너 씨어터 홈페이지에 따르면 객석 규모는 1947석이다. 1층과 2층이 모두 채워진 이날 현장 상황을 감안하면 관객은 1900명 안팎으로 추산된다. 이번 공연은 사전 등록을 거친 무료 공연으로 진행됐다.

서울시무용단
서울시무용단이 27일(현지시간) 대표 레퍼토리 '미메시스(Mimesis)' 전막을 선보인 미국 워싱턴 D.C. 워너 씨어터(Warner Theatre) 앞에 관객들이 모여 있다./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 정적인 호흡으로 연 75분…전통춤 재해석의 생경함, 잔잔한 몰입으로

객석이 다 찬 상태에서 막이 오르자, 무대는 익숙한 전통춤과는 다른 결로 전개됐다. 검은색과 흰색, 짙은 보라색 의상에 조형적인 머리 장식을 얹은 무용수들이 절제된 움직임과 정지를 반복했고, 군무는 빠른 자극보다 호흡과 선을 앞세웠다.

전통춤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의상과 몸짓, 음악의 결합은 처음에는 생경하게 다가왔다. 그러나 반복되는 호흡과 움직임의 흐름이 하나의 무대 언어를 이루면서 초반의 낯섦은 공연이 이어질수록 고요한 집중과 잔잔한 감동으로 바뀌었다.

◇ 흰색·붉은색 군무로 치달은 마지막 장…관객 기립박수

이 같은 정적인 흐름은 후반으로 갈수록 뚜렷하게 달라졌다. 흰색 의상 사이로 선명한 붉은색이 등장했고, 커다란 갓과 조형적인 머리 장식이 강한 조명 아래에서 움직였다. 무용수들이 무대를 넓게 가르며 펼친 군무는 초반의 절제된 동작과 대비를 이뤘다.

마지막 장에서 화려함과 역동성이 절정에 이르자 관객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초반 객석의 조용한 집중이 마지막 순간 환호와 기립박수로 바뀐 것이다.

미메시스
서울시무용단이 2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워너 씨어터(Warner Theatre)에서 선보인 '미메시스(Mimesis)' 공연 포스터.
◇ 전통춤 8가지, 물·바람·불·빛으로 재구성…움직임·호흡으로 본질 탐색

객석의 반응이 공연 초반과 후반에 갈린 배경에는 작품의 구성 방식이 있다. '미메시스'는 교방무·한량무·소고춤·장검무·살풀이춤·승무·무당춤·태평무 등 전통춤 8가지의 본질을 재구성한 75분 길이의 작품으로, 각 장은 물·바람·땅·번개·공기·하늘·불·빛의 이미지와 리듬으로 옮겨졌다.

작품은 전통춤의 외형을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움직임과 호흡, 리듬, 몸짓, 정서 표현을 통해 한국춤의 본질을 현대 무대에서 탐색한다. 현대 음악과 의상, 무대 연출도 전통춤을 현재의 무대 언어로 옮기는 데 쓰였다. 작품명은 현실과 자연을 예술로 모방·재현한다는 고대 그리스 미학 개념에서 따왔다.

예술감독과 안무는 서울시 무형문화재 제45호 한량무 이수자인 윤혜정 서울시무용단 단장이 맡았다. 윤 단장은 지난해 서울 초연 당시 프레스콜에서 "본질을 고민하다 보니 (춤들이) 우리의 자연과 매치됐다"며 "각각의 개성들이 레퍼토리에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 전통과 민속의 종합 선물 세트라고 생각해주시면 된다"고 강조했다.

오정윤 서울시무용단 부수석 단원은 "현대무용이 채워서 에너지를 전달한다면, 한국무용은 채워진 에너지를 넘어 비움을 경험한다"며 "무용수가 감정으로 춤을 추는 게 아니라, 비워진 상태로 경지에 다다를 때 관객들을 동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무용단
강경화 주미 한국대사·박종택 주워싱턴한국문화원 원장·윤혜정 서울시무용단 단장과 서울시무용단 단원 및 스태프들이 2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워너 씨어터(Warner Theatre)에서 대표 레퍼토리 '미메시스(Mimesis)'를 공연한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 서울시무용단, 한국 밖 첫 전막 무대…강경화 주미대사, 무용단 격려

이번 무대는 지난해 세종문화회관에서 초연된 '미메시스'가 한국 밖에서 전막으로 공연된 첫 사례다. 공연은 주워싱턴한국문화원(원장 박종택)과 주미 한국대사관이 주최하고 서울시무용단과 워너 씨어터가 협력했다. 주최 측은 미국 건국 250주년과 한·미 협력 관계를 기념하고 한국 공연예술의 예술적 가치를 현지에 소개하기 위해 이번 공연을 마련했다. 공연단은 서울시무용단 무용수 20명을 포함해 30명 규모로 워싱턴을 찾았다.

공연이 끝난 뒤 강경화 주미대사는 무대에서 윤혜정 단장에게 꽃다발을 증정하고, 단원·스태프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 서울시무용단은 29일 주미대사관 초청으로 스미스소니언 아메리칸 아트 뮤지엄에서 열리는 대한민국 국경일 기념행사 오프닝 무대에 올라 '미메시스' 주요 장면을 약 15분간 다시 선보인다.
하만주 워싱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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