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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EV 보급 속도 조절…현대차·기아, 현지 생산·판매 유연 대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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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규 기자

승인 : 2026. 09. 28.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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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기차 의무화 조항 없앨 것"
연비기준 완화…전동화 전환 속도 조절
현대차·기아, 수요 따라 유연한 전략 중요
현대차 싼타페..
현대차 싼타페./현대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바이든 행정부의 이른바 '전기차 의무화' 종료를 공식화하면서 현대자동차·기아의 미국 전략에 새로운 변수가 생겼다. 전기차 전환 속도가 늦어질 가능성이 커진 만큼, 현대차·기아는 이미 준비해 온 하이브리드와 내연기관을 포함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현지 생산을 확대해 정책 변화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28일 외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6일(현지시간) 자신의 트루스소셜을 통해 "무리한 전기차 의무화 조항을 없앤 새로운 연비 기준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조치로 자동차 생산 비용에 낀 거품이 빠지며 완성차 가격이 내려가고, 구매자들은 대당 수천 달러를 아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는 강화된 연비·배출 규제가 완성차 업체에 전기차 판매를 사실상 강제해 왔다고 보고 이를 '전기차 의무화'로 규정해 왔다. 이번 조치의 핵심은 기업평균연비(CAFE) 기준 완화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미 교통부는 2031년식 차량의 CAFE 기준을 갤런당 약 50마일에서 34.5마일로 낮추는 방안을 제시했다. 연비 규제가 완화되면 완성차 업체가 전기차나 하이브리드 등 고효율 차량 판매를 통해 평균 연비를 끌어올려야 하는 부담도 그만큼 줄어든다.

현대차·기아로서는 미국 시장에서 전기차 판매를 무리하게 확대하기보다 시장 수요에 따라 내연기관·하이브리드·전기차의 비중을 조절할 수 있는 제품 전략이 중요해진 셈이다. 가장 먼저 활용할 수 있는 카드가 하이브리드다. 현대차·기아는 이미 미국에서 하이브리드 판매를 빠르게 확대해 왔다. 지난해 양사의 미국 하이브리드 판매량은 33만대를 넘어 전년 대비 48.8% 증가했다.

하이브리드는 규제 대응을 위한 수단을 넘어 미국 소비자의 실제 수요에도 맞는 선택지다. 대형 SUV와 픽업 등 RV 선호가 강한 미국 시장에서 내연기관차보다 높은 연비와 긴 주행거리를 확보하면서도 순수전기차보다 충전 부담이 적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현대차·기아의 RV 중심 판매 구조도 이런 전략을 뒷받침한다. 양사의 미국 RV 누적 판매량은 1994년 미국 진출 이후 1506만7646대로 1500만대를 넘어섰다. 미국 판매에서 RV가 차지하는 비중 역시 2022년 이후 매년 70%를 웃돌고 있다.

올해 1~8월에도 현대차·기아는 미국에서 93만6789대의 RV를 판매했다. 지난해 연간 판매량인 138만7145대의 약 68%에 해당하는 규모다. 싼타페·투싼·팰리세이드 등 현대차 SUV와 스포티지·쏘렌토·텔루라이드 등 기아 RV가 미국 시장의 판매 기반 역할을 하고 있다. 여기에 같은 차급에서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전기차를 함께 선택할 수 있는 라인업을 구축한 것도 강점이다. 전기차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늘지 않더라도 기존 RV 판매 기반에 하이브리드와 내연기관 모델을 배치해 수요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생산 측면에서도 유연성이 확보되고 있다. 특히 연간 50만대 생산을 목표로 하는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는 시장 수요에 따라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생산 비중을 조정할 수 있는 혼류 생산체계를 갖추고 있다. 미국의 전동화 정책이나 소비자 수요가 예상과 다르게 움직이더라도 생산 차종을 탄력적으로 조정해 공장 가동률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미국 내 투자를 확대하며 현지 생산과 공급망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관세와 보조금, 연비 규제 등 미국 자동차 산업을 둘러싼 정책 변화가 잦아지는 상황에서 미국에서 판매할 차량을 미국에서 생산하는 구조를 강화해 외부 변수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다만 이번 정책 변화가 현대차·기아의 전동화 전략 자체를 후퇴시키는 것은 아니다. 미국 시장의 전기차 수요 변화에 맞춰 속도를 조절하면서도 전동화 라인업은 계속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는 내년 초 싼타페 기반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를 투입한다.

업계 관계자는 "하이브리드 판매 확대와 RV 중심의 제품 경쟁력, 현지 생산 유연성을 묶어 정책 변화에 대응하는 것이 향후 미국 사업의 핵심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정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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