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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판빙빙 “30년 연기했지만 여전히 새로워…AI는 배우 대체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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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혜 기자

승인 : 2026. 10. 12.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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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인 왕·신예 감독과 작업…낯선 환경에서 새로운 가능성 발견
이창동·박찬욱 작품 등도 자극 "사람이 쌓은 감정, AI가 할 수 없어"
판빙빙
'미친 노인의 일기'/BIFF
"새로운 영화에 도전할 때마다 새로운 창문이 열리는 것 같아요. 그 안에서 또 다른 재미와 가능성을 발견하게 됩니다."

배우 판빙빙이 배우로 살아온 30년과 앞으로의 선택에 대해 이야기했다. 제31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찾은 그는 신작 '미친 노인의 일기'와 '그녀가 말했다'를 비롯해 작품 선택 기준, 한국 영화와 인공지능(AI) 시대 배우의 역할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2023년 '녹야' 이후 3년 만에 다시 부산을 찾은 판빙빙에게 부산국제영화제는 새로운 영화인들과 만나는 자리이기도 하다. 그는 "영화제에 올 때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고 격려를 받는다"며 "여러 나라의 영화인들을 만날 수 있다는 점도 좋다. 이제는 부산에 올 때마다 익숙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이번 영화제에서는 두 편의 작품을 선보였다. 웨인 왕 감독의 '미친 노인의 일기'에서는 릴리 프랭키와 호흡을 맞췄고, 싱가포르 신예 아이번 탄 감독의 단편 '그녀가 말했다'에도 출연했다. '미친 노인의 일기'는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뇌졸중으로 몸이 불편해진 70대 노인 우츠기와 그를 돌보는 중국인 며느리 수수의 관계를 통해 나이와 질병, 죽음과 욕망을 바라본다.

판빙빙은 "나이가 들면 욕망이 줄어든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노인 역시 인간으로서 욕구와 욕망을 갖고 살아간다"며 "우리가 그런 부분을 무시해 온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평소 웨인 왕 감독의 팬이었다는 그는 감독이 먼저 자신을 찾아준 것도 특별한 인연으로 받아들였다고 했다.

판빙빙
'그녀가 말했다' 판빙빙/BIFF
이처럼 낯선 감독과 새로운 환경에서 작업하는 경험은 최근 판빙빙이 작품을 고르는 기준과도 맞닿아 있다. 좋은 캐릭터와 각본 못지않게 "현장에서 얼마나 즐겁게 놀 수 있는가"를 중요하게 본다는 것이다. 새로운 감독과 스태프를 만나 자유롭게 작업할 때 자신의 좋은 컨디션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판빙빙은 "저는 중국 배우지만 여러 나라의 영화인과 함께 작업해왔다"며 "나라마다 영화의 언어와 스타일이 다르다. 배우에게 그런 경험은 굉장히 소중하다"고 말했다. 새로운 작품에 도전할 때마다 "새로운 창문이 열리는 것 같다"는 표현도 덧붙였다.

다른 영화인의 작업을 보는 것도 그에게는 여전히 중요한 자극이다. 최근 가장 강한 인상을 받은 작품으로는 이창동 감독의 '가능한 사랑'을 꼽았다. 토론토국제영화제에서 작품을 관람했다는 판빙빙은 "배우들이 영화 안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는 모습을 보면서 부러웠다"고 털어놨다.

이어 "데뷔한 지 30년이 됐지만 배우들의 연기를 보면서 다시 한번 충격을 받았다"며 "감독과 배우가 서로를 잘 알기에 가능한 연기라고 생각했다. 관계와 삶의 고난을 보여주는 방식도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이창동 감독의 작품에서 받은 자극은 평소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으로도 이어졌다. 판빙빙은 한국 감독과 배우들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다양한 장르와 표현 방식을 꼽았다. '녹야'에서 함께한 이주영과의 작업 역시 자신에게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돌아봤다.

올해 영화제의 '까르뜨 블랑슈'에서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를 직접 고른 것도 같은 맥락이다. 판빙빙은 "박찬욱 감독의 카메라가 담아낸 여성들은 위험하면서도 자유롭다"며 "그 명료함과 담대함, 생명력이 깊이 인상에 남았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새로운 영화 언어에 대한 관심은 빠르게 변하는 기술 환경으로도 향했다. 다만 AI가 배우를 완전히 대체할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AI로 제작된 숏폼 드라마를 종종 본다는 그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이 비슷해 쉽게 기억에 남지 않는다는 점을 언급했다. 판빙빙은 "사람이 살아오면서 쌓은 감정과 경험, 연기의 노련함과 표현 방식은 AI가 대체하기 어렵다"며 "AI가 배우를 대체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30년 동안 배우로 활동했지만 판빙빙이 작품을 바라보는 기준은 완성된 답보다 새로운 경험이다. 익숙한 방식에 머무르기보다 다른 나라의 감독과 배우를 만나고 새로운 영화 언어 안으로 들어가는 일이 여전히 자신을 움직이게 하고 있다. "새로운 영화에 도전할 때마다 새로운 창문이 열립니다. 그 창문을 통해 아직 보지 못했던 재미와 가능성을 계속 발견하고 싶어요."
이다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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