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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현실 부정’에 궤변까지…정동영 사퇴 마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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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 2026. 10. 13.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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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
한미 간 안보 분야의 불협화음이 커지며 '동맹 위기론'이 불거진 가운데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12일 예고 없이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결론은,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였다. 정 장관은 인사청문회 때부터 국민의 인식과 결이 다른 대북관으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헌법에 위배되는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에 대해 '평화적 두 국가론'을 강조하며 사실상 동조하는 입장을 보였다. 당연히 통일부 장관이 '통일'보다 '두 국가'를 강조하는 게 말이 되느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정 장관은 또 북한을 정식 국호로 부르자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나 '조선'이라고 불렀다. 지난 8월 대통령 업무보고에서도 북한 국호 호칭 문제를 정책 과제로 보고했다가 이재명 대통령으로부터 "신중을 기해 달라"는 주의를 들었다.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기정 사실화하는 행보를 강행하는데도 북한에 대한 경고나 제재는 통일부에서 금기가 됐다. 대북정책이 이처럼 국민의 통념이나 상식과 동떨어진 채 장관 개인의 편향에 좌지우지돼도 되느냐는 의구심이 커졌다.

이날 정 장관 발언에서 가장 황당한 것은 명백하게 현실로 나타난 사실도 받아들이지 않는 '현실 부정'이다. 각종 위기 신호에도 "한미동맹은 전혀 이상 없다"고 했다. 미국이 한국에 대한 일부 대북 정보 공유를 중단하고 국가정보원 직원의 미국 비자 발급을 보류하는, 극히 이례적인 사건이 잇따르는데도 "이상 없다"는 것이다. "동맹은 가치를 공유하지만, 이해관계는 같을 수도 있고 상충할 수도 있다"고 했다. 지금 미국의 이례적 행보는 한국 정부가 그 '가치'를 공유하지 않는 것 같다고 의심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말대로 동맹 간에 충돌할 수도 있고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지금 한미 관계가 위기라는 것은 이런 단계를 훨씬 넘어섰고, 기본적 신뢰까지 훼손됐기 때문 아닌가. 정 장관은 또 "문재인 정부 때도 엄청나게 한미동맹 위기론이 번졌는데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같이 손잡고 진행하지 않았나"며 이 프로젝트가 순조롭게 진행된 것처럼 말했다. 궤변이다. 당시 문 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파탄 뒤 급변한 외교 지형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대화"를 부르짖다 평화프로세스는커녕 사실상 국제적 고립에 빠졌다는 게 외교 당국자들의 공통된 증언이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통일부가 청와대 국가안보실, 외교부 등과 갈등하느라 안보에서 한목소리를 내지 못한다는 지적과 관련해서도 정 장관의 요지는 '자신 잘못은 없다'였다. 이번 사태 이전부터 정 장관의 행보는 국민감정과 대북정책 관행, 법체계 등의 한계선을 넘었다. 궤변과 자기변명, 현실 부정으로 가득 찬 이날 간담회는 정 장관의 부적격을 다시 확인시켰다. 의도했든 아니든 한미 간 신뢰를 훼손한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하는 게 공직자의 도리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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