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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 술값으로 샌 경로당 보조금…양산시 ‘돌려받으면 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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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 이철우 기자

승인 : 2026. 10. 20.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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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우
이철우 전국부 기자
경로당 운영에 쓰라고 지급한 보조금이 술값과 관광비로 나갔다. 산불 성금으로도 쓰였다. 성금의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정해진 용도를 벗어나 공금을 지출할 권한까지 생기는 것은 아니다. 회원들이 동의했다고 세금의 사용 목적을 바꿀 수는 없다.

경남 양산시의 경로당 보조금 집행 실태는 이 기본 원칙이 현장에서 얼마나 지켜지고 있는지 묻게 한다. 시의 '경로당 보조금 부적정사용(목적외지출) 반납현황'에 따르면 부적정 사용은 2024년 19건, 234만5420원에서 2025년 154건, 676만7330원으로 늘었다. 적발 건수는 약 8.1배, 금액은 약 2.9배다.

실제 반납액도 같은 기간 234만5420원에서 557만1260원으로 약 2.4배가 됐다. 2025년 부적정 사용 내역과 실제 반납 내역 사이에는 22건, 119만6070원의 차이가 남아 있다. 이 차이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떤 절차로 처리되고 있는지부터 분명히 밝혀야 한다. 반납현황에 잡힌 숫자만으로 환수가 끝났다고 볼 수는 없다.

적발 건수가 늘었다고 실제 위반 발생도 그만큼 증가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점검이 강화돼 이전에 드러나지 않았던 지출이 확인됐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행정이 답해야 할 질문은 같다. 왜 보조금이 목적을 벗어나 쓰였고, 집행 단계에서 이를 걸러내지 못했느냐는 것이다.

시가 내놓은 설명은 공문 안내와 교육, 사후 환수다. A노인복지팀장은 공문으로 사용 범위를 안내해 왔고, 지난해 말부터 경로당 분회별로 운영비와 냉난방비 사용 방법을 교육하고 있다고 밝혔다. 잘못된 지출은 정산 과정에서 확인해 환수한다는 입장이다.

안내와 교육은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관리 책임을 다했다고 할 수는 없다. 공문을 보냈다는 것은 행정이 절차를 밟았다는 뜻이다. 보조금이 제대로 쓰였다는 증거는 아니다.

더욱이 이번 사안을 모두 고령에 따른 혼동이나 회계 미숙으로 설명하기도 어렵다. A팀장은 일부 부적정 집행에 대해 "알면서도 그렇게 하시는 분들이 있고"라고 말했다. 금지된 지출인 줄 알면서 보조금을 썼다면 문제는 이해 부족을 넘어선다. 같은 내용을 다시 설명하는 것만으로 재발을 막을 수 있는지 따져야 한다.

시의 '경로당 운영보조금 사용매뉴얼(2026년 1월)'은 주류 구입비와 견학·야유회 비용, 경조사비·찬조금·이웃돕기성금 등을 금지 항목으로 명시하고 있다. 보조금 통장은 자체 회비 통장과 분리하고, 지출 방식과 증빙도 기준에 맞추도록 했다.

다만 올해 매뉴얼을 과거 집행의 판단 근거로 소급해 제시해서는 안 된다. 시는 2024·2025년 당시 적용한 기준과 안내 내용, 위반 유형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기준이 있었는지와 그 기준이 작동했는지는 각각 확인할 문제다.

경로당별로 몇만원 수준인 사례가 많고 환수에 큰 반발이 없다는 설명도 관리 성과가 될 수 없다. 금액이 작으면 잘못된 지출도 가벼워지는가. 돌려달라는 요구에 응하면 공금 사용의 책임까지 끝나는가. 사후 반납은 잘못 집행한 돈을 되돌리는 절차일 뿐, 적정하게 집행했다는 평가를 대신하지 못한다.

이제 시가 확인해야 할 것은 교육 횟수가 아니다. 같은 경로당에서 위반이 반복되는지, 환수 이후에도 같은 항목을 다시 지출했는지, 회장·총무가 바뀔 때 회계장부와 사용 기준이 제대로 인계되는지다. 기준을 몰랐던 곳에는 이해할 수 있는 교육을 하고, 알고도 어긴 곳에는 그에 맞는 점검과 후속 조치를 해야 한다.

회의 식사비 역시 카드 영수증만 확인하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 실제 회의 개최 여부와 참석 인원, 지출액을 증빙과 대조해야 한다. 반복 위반 경로당에 대한 점검은 강화하고, 반납 내역과 차이가 나는 금액의 처리 경과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경로당 보조금은 운영진의 쌈짓돈이 아니다. 어르신들의 공동생활과 경로당 운영을 지원하기 위해 맡긴 공적 재원이다. 일부의 목적 외 사용을 방치하면 기준을 지키는 경로당까지 불신을 떠안게 된다.

양산시는 '안내했다'는 말 대신 무엇이 달라졌는지 답해야 한다. 잘못 쓰면 돌려받는 행정이 반복되는 동안 예방의 책임은 비어 있게 된다. 세금을 지키는 행정의 성적표는 보낸 공문 수가 아니라 줄어든 위반 건수다.
이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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