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Advertisements

“이제는 내 집에서 나가줘”… 성인 자녀 ‘독립 지연’에 속타는 호주 중장년층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61021010006976

글자크기

닫기

이대원 시드니 통신원

승인 : 2026. 10. 21. 16:11

구글 검색 선호 출처 추가 Google 검색에서 아시아투데이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Advertisements

Advertisements

집값 폭등에 독립 못하는 캥거루족들
절약 차질 등 재정 부담에 갈등 심화
PEP20200712095001055_P2_20200712161724438 (1)
2020년 7월 12일 호주 빅토리아주 멜버른에 있는 앨버트 파크 호수 주변에서 시민들이 산책하고 있다./EPA 연합
호주에서 주거비 폭등 등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으로 부모의 품을 떠나지 못하는 성인이 늘면서 이로 인한 가정 내 갈등 및 재정적·심리적 부담이 새로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호주 SBS뉴스는 20일 성인 자녀를 부양하는 중장년층 사이에서 개인적인 삶을 누리기를 원하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며 이 같이 보도했다.

시드니의 한 아파트에서 18세 딸과 거주 중인 카르멘(가명)은 딸의 독립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그는 “어릴 때는 양육이 큰 기쁨이었지만 지금은 식모가 된 기분”이라며 “중년에 접어들면서 남은 삶마저 끝없이 희생하며 보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브리즈번의 아만다(가명) 역시 “내 성인 인생 전체가 자녀와 커리어 사이의 줄타기였다"며 "이제는 아이들의 방해 없이 파트너와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고 토로했다.

실제 청년층의 독립 시기는 점차 늦어지는 추세다. 호주가족연구소(AIFS)가 지난 8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호주인 중 19~20세의 약 77%, 23~24세의 약 48%가 여전히 부모와 거주하고 있으며, 이들 중 약 85%는 주택 비용 부담 때문에 독립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런 추세를 두고 사회학자 마크 맥크린들은 학업 기간 연장, 취업과 결혼 연령 상승과 더불어 이른바 '캥거루족'에 대한 사회적 낙인 완화가 결합돼 ‘청소년기의 제도화’가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청소년기의 의존적·유예적 삶의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호주 가계 소득과 노동 동향 연례 조사 공동 책임자인 로저 윌킨스 멜버른 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이런 현상에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성인이 된 자녀와 함께 한 집에서 사는 것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이들도 있다"며 "동거는 자녀가 성인이라는 다음 단계로 나아가려는 시기에 가족이라는 가장 중요한 유대감을 굳건히 지켜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동거 장기화가 가족 간 갈등과 재정적 압박으로 번질 수 있다는 점이다. 중장년층은 자녀들이 독립하지 못하면서 주택 규모를 줄이지 못해 생활비를 절약하는 다운사이징 계획을 미루게 된다는 것이다.

엘리자베스 쇼 뉴사우스웨일스주 관계상담소 대표는 “좋은 부모라면 성인 자녀를 끝까지 품어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에 많은 이들이 대화를 피한 채 분노와 원망을 쌓아간다”며 “성인 자녀를 밖으로 밀어내는 것은 죄책감을 가질 일이 아니라, 오히려 자녀의 완전한 자립을 돕는 건강한 양육의 일환”이라고 강조했다.
이대원 시드니 통신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