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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 희망을 노래하다…신동훈 신작, 한국 무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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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6. 10. 27.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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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성지서 '오르페우스에게 바치는 소네트'·'겨울 소나타' 아시아 초연
카운터테너 이스틴 데이비스·바이올리니스트 김지연 협연
이스틴 데이비스 Iestyn Davies 4 ⓒPablo Strong Photography
카운터테너 이스틴 데이비스. /세종솔로이스츠
세계 클래식 음악계에서 주목받는 작곡가 신동훈의 신작 두 편이 한국 관객을 만난다. 죽음과 애도, 겨울을 지나 찾아오는 희망을 음악으로 풀어낸 작품들이다. 세계적인 카운터테너 이스틴 데이비스와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연이 함께해 고전과 현대를 넘나드는 실내악 무대를 꾸민다.

세종솔로이스츠는 오는 11월 28일 서울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콘솔레이션 홀에서 실내악 시리즈 '이스틴 데이비스와 김지연 그리고 신동훈'을 개최한다. 이번 공연에서는 신동훈의 '오르페우스에게 바치는 소네트'(2026)와 '겨울 소나타'(2025)가 아시아 초연된다. 두 작품 모두 유럽에서 먼저 공개된 뒤 국내에 소개되는 것으로, 국제 무대에서 탄생한 동시대 음악을 한국 관객에게 잇달아 선보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오르페우스에게 바치는 소네트'는 현악사중주와 카운터테너를 위한 작품이다. 오스트리아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동명 연작시에서 영감을 얻었으며, 시의 일부를 가사로 사용해 죽음을 마주한 인간의 감정을 다섯 악장에 걸쳐 펼쳐낸다. 슬픔과 분노에서 체념으로, 죽음과의 화해를 거쳐 삶을 넘어선 초월로 나아가는 정서적 흐름이 작품의 중심이다.

릴케의 시는 젊은 무용수 베라 오우카마 크누프의 죽음을 계기로 탄생했다. 시인은 그리스 신화 속 오르페우스의 이야기를 빌려 죽음을 단순한 소멸이 아닌 존재의 변용으로 바라봤다.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을 노래와 예술로 승화하려는 시적 사유가 신동훈의 음악과 만나는 셈이다. 작곡가는 원작에 담긴 감정의 변화와 초월의 과정을 음악적 서사로 구체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 작품은 지난 6월 이스탄불 뮤직 페스티벌에서 이스틴 데이비스와 베를린 필하모닉 단원들의 연주로 세계 초연됐다. 세종솔로이스츠와 영국 위그모어 홀, 이스탄불 뮤직 페스티벌, 미국 챔버 뮤직 노스웨스트가 공동 위촉한 작품으로, 데이비스에게 헌정됐다. 세계 초연에 이어 아시아 초연에도 참여하는 데이비스는 바로크 오페라부터 현대음악까지 폭넓은 레퍼토리를 소화하는 카운터테너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와 런던 로열 오페라 하우스 등 세계 주요 무대에서 활동했으며 그래미상 수상과 대영 제국 훈장 수훈 경력을 갖고 있다.

또 다른 아시아 초연작 '겨울 소나타'는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작품이다. 지난해 독일 슈파눙겐 페스티벌에서 바이올리니스트 크리스티안 테츨라프와 피아니스트 레이프 오베 안스네스의 연주로 처음 공개됐다. 이번에는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연과 피아니스트 조준영이 무대에 오른다.

신동훈 Donghoon Shin 3 ⓒMarco Loumiet
작곡가 신동훈. /세종솔로이스츠
작품은 겨울과 봄이라는 상반된 주제를 통해 긴장과 희망의 교차를 그린다. 신동훈은 베토벤의 소나타에서 드러나는 형식적 실험을 연구하고 오마주하는 동시에 조성과 무조성의 경계를 오가며 자신만의 음악적 언어를 구축했다. 불협화음이 고조되는 겨울 주제와 서정적인 봄 주제가 대비를 이루고, 음악은 여러 차례의 변주와 충돌을 거쳐 희망에 찬 종결부로 나아간다.

작곡의 출발점에는 런던의 어두운 겨울과 일상의 작은 풍경이 있었다. 작업실 창밖 나무에 둥지를 틀고 해마다 돌아와 보금자리를 손보는 까치들의 모습이다. 작곡가는 겨울의 우울과 당시 뉴스에서 접한 비극적인 소식에 영향을 받으면서도, 새들이 다시 돌아오는 모습에서 희망을 발견했다고 설명한다. 거대한 구원이나 극적인 반전이 아니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새로운 생명이 움트는 순간을 음악으로 옮긴 것이다.

공연은 두 신작을 과거의 명곡과 나란히 배치해 작품 간 대화를 시도한다. 전반부에는 톨스토이의 소설에서 영감을 얻은 야나체크의 현악사중주 제1번 '크로이처 소나타'와 신동훈의 '오르페우스에게 바치는 소네트'가 연주된다. 후반부에는 데이비스가 하이든의 '오, 아름다운 목소리', 베토벤의 '아델라이데', 헨델의 오페라 '리날도' 중 아리아 '사랑하는 신부여'를 들려준다. 마지막은 베토벤 현악사중주 제13번의 '카바티나'로 장식한다. 문학에서 출발한 음악과 고전 성악곡, 현대 작곡가의 신작을 연결해 인간의 상실과 사랑, 회복이라는 주제를 입체적으로 조명하는 구성이다.

공연 장소인 서소문성지 역사박물관 콘솔레이션 홀도 작품의 정서와 맞닿아 있다. 과거 참형이 이뤄졌던 서소문 밖 형장 일대에 자리한 이곳은 역사적 아픔과 추모의 의미를 품은 공간이다. 지하에 자리한 홀의 고요하고 경건한 분위기는 죽음과 애도, 초월을 다루는 릴케의 시와 신동훈의 음악에 또 다른 맥락을 부여한다. 전통적인 공연장을 벗어나 장소의 역사와 음악의 주제를 겹쳐 놓으려는 시도다.

1994년 창단한 세종솔로이스츠는 세계 120여 개 도시에서 700회 넘는 공연을 펼쳐온 앙상블이다. 세계적인 연주자들과의 협업뿐 아니라 동시대 작곡가의 작품을 위촉하고 초연하는 작업을 이어왔다. 이번 공연 역시 고전 레퍼토리를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의 작곡가가 던지는 질문을 국제적인 연주자들과 함께 국내 무대에 옮긴다는 데 초점이 있다.

강경원 세종솔로이스츠 총감독은 "클래식 음악의 역사는 새로운 작품의 탄생과 함께 이어져 왔다"며 "세계 음악계가 주목하는 작곡가 신동훈의 신작을 최고의 연주자들과 함께 한국 관객에게 소개하게 돼 뜻깊다"고 말했다.

세종프로필사진 (4)
세종솔로이스츠. /세종솔로이스츠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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