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나라 물류 마비 시 식료품값 폭등·재난 구호 차질 불가피
|
아시아개발은행(ADB)이 최근 발간한 '2026 아시아·태평양 기후 보고서'에 따르면, 해수면이 약 1m 상승하는 고배출 시나리오 적용 시 2100년 필리핀 항만의 연간 피해액은 702억 달러(약 92조9097억 원)로 추산됐다. 해수면 상승 폭을 50~80㎝로 억제한 중간 배출 시나리오에서도 연 206억 달러(약 27조2723억 원)의 손실이 예상됐다. 이번 추산치는 침수·파손된 항만 시설 복구비와 해상 교역 차질로 발생하는 경제적 손실을 합산한 결과다.
피해 규모는 아시아·태평양 전체에서도 최상위권이다. 현지 경제지 비즈니스미러와 비즈니스월드 등에 따르면 필리핀의 추산 손실액은 절대 금액 기준 중국과 인도에 이어 아태 경제권 3위에 올랐다. 고배출 시나리오 기준 필리핀 국내총생산(GDP)의 0.44%에 해당하는 규모다. 동남아 주변국인 인도네시아(543억 달러·약 71조8877억 원)와 베트남(362억 달러·약 43조1721억 원)의 추산치를 크게 웃돌았다.
ADB는 항만 피해가 단순한 인프라 파손에 그치지 않고 민생 전반을 위협할 것이라고 짚었다. 보고서는 항만을 축으로 한 운송망이 농장과 시장, 어민과 소비재 유통, 가정과 의료·식량 공급망을 잇는 동맥인 만큼, 연결망이 끊어지면 주민들의 생계와 보건·영양 상태로 피해가 직결된다고 분석했다. 특히 무분별한 도시 개발로 취약 해안가에 주요 시설이 들어서면서 잠재적 피해 노출 면적도 갈수록 확대되는 추세다.
도서 국가인 필리핀의 구조적 취약성은 불안을 키우는 핵심 요인이다. 벤 파올로 발렌수엘라 싱가포르경영대(SMU) 통합학부 연구원은 26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필리핀은 항만 의존도가 절대적인 구조"라며 "항만이 멈추면 식료품 물가가 폭등하고 전국 공급망이 흔들리며, 태풍 피해를 본 도서·해안 마을에 구호물자가 가닿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루손섬에서 비사야 제도로 화물을 옮기는 과정 전체가 항만에 묶여 있다는 것이다. 마누엘 호세 카마가이 교통·물류 전문가는 필리핀이 동남아 대륙부 국가들보다 이미 높은 물류비를 지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해수면 상승은 다른 자연재해의 파괴력을 키우는 기폭제로도 꼽힌다. 해수면이 오르면 폭풍해일 침수 범위가 넓어지고 열대저기압의 강풍 피해와 해안 침식이 가속화된다. 연평균 20개 이상의 태풍이 상륙하는 필리핀으로선 치명적이다. 발렌수엘라 연구원은 "2013년 태풍 하이옌은 폭풍해일이 항만과 배후 도시를 한순간에 쓸어버릴 수 있음을 증명했다"며 "국내외 컨테이너 화물 대부분을 처리하는 수도 마닐라 항만 단지 역시 폭풍해일과 침수, 과도한 지하수 추출에 따른 지반 침하에 크게 노출돼 있다"고 경고했다.
위기감이 커지자 당국도 방재 강화에 나섰다. 필리핀항만청(PPA)은 지난달 태풍과 지진을 견디고 비상시에도 필수 물자를 차질 없이 처리할 수 있도록 방재 인프라 보강 작업에 착수했다. 제이 산티아고 PPA 청장은 "재난 상황에서도 항만이 국가의 안정적인 생명선 역할을 유지하도록 시설 개선과 대응 시나리오 점검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