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여 년 전 '민중의 적' 재해석… 다수의 논리가 만든 폭력 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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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14일까지 선보이는 '에너미'는 입센의 원작을 현대 스코틀랜드의 한 소도시로 옮겼다. 온천수 오염을 발견한 의사가 지역사회의 반대에 부딪히는 원작의 설정은 대형 리조트의 수질 오염 문제로 바뀌었다. 산업 쇠퇴와 인구 유출을 겪는 지역에서 리조트는 경제 회생의 마지막 기회다. 오염 사실을 공개하려는 커스틴과 사업을 지키려는 시장 보니의 대립은 환경과 경제, 공공선과 지역의 생존이 충돌하는 문제로 확장된다.
작품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여론이 움직이는 방식이다. 신문과 시민 집회가 중심이던 원작과 달리 '에너미'에서는 SNS와 라이브 방송, 실시간 댓글이 순식간에 비난과 낙인을 만들어낸다. 진실을 알리려던 커스틴은 하루 만에 지역사회의 적으로 몰리고, 그 여파는 딸에게까지 미친다. 사실 확인보다 빠르게 확산하는 여론과 온라인의 집단 공격을 통해 디지털 시대의 위험을 드러낸다.
이준우 연출은 SNS와 미디어가 진실을 더 쉽게 알리는 통로인 동시에 오히려 진실을 흐리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각자의 목소리가 서로를 찌르는 칼이 될 수도 있고, 서로 피해자라 부르지만 동시에 가해자가 되기도 하는 분열된 사회"를 작품에 담고자 했다고 밝혔다. 무대 위 스크린에는 유튜버의 라이브 방송과 실시간 댓글이 등장해 여론이 거세게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준다.
문소리와 이봉련이 커스틴 역에 더블 캐스팅됐으며 황영희, 강신구 등이 출연한다. 공연은 11월 14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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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에서 온천수 오염을 폭로한 스토크만 박사는 처음에는 지지를 받지만, 지역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언론과 시민들의 외면을 받는다. '안티피플'은 진실과 다수의 이익이 충돌할 때 민주주의와 여론이 어떤 얼굴을 드러내는지 살펴본다. 공동체의 안정을 내세워 개인을 배척하는 과정에서 시민들 역시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태도를 바꾼다. 각자의 욕망과 두려움이 얽히는 모습을 유머를 섞어 그려내는 것이 특징이다.
연출가 박지혜는 배우 손상규·양조아·양종욱 세 명이 시장과 언론인, 시민 등 여러 인물을 바꿔 연기하도록 해 원작의 갈등을 압축한다. 최소한의 무대 장치와 마주 보는 객석 배치 속에서 배우들의 움직임과 인물 전환만으로 한 개인을 둘러싼 사회의 움직임을 펼쳐낸다. 공연은 29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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