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탈한 웃음과 묵직한 존재감으로 세대 초월한 사랑…어린이 돕기에도 헌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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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유족에 따르면 최불암(본명 최영한)은 전날 오후 10시께 서울 강서구의 한 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 별세했다. 향년 87세. 지난해 3월 허리디스크 수술을 받은 뒤 재활에 전념해온 고인은 건강이 악화하면서 14년간 진행한 KBS 1TV '한국인의 밥상'에서도 하차했다.
1939년 인천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 중앙고와 서라벌예대, 한양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했다. 연출가를 꿈꿨지만 연극 무대에서 연기자의 길을 시작했다. 1959년 극단 실험극회의 '햄릿'으로 데뷔했고 1965년 국립극단에 들어가 본격적인 연기 활동을 펼쳤다. 1967년에는 서울중앙방송(현 KBS) 특채 탤런트로 선발돼 TV 드라마에 진출했다.
대중에게 그의 이름을 각인시킨 작품은 MBC '수사반장'과 '전원일기'다. 1971년 시작해 1989년까지 이어진 '수사반장'에서 박영한 반장을 연기하며 한국형 수사 드라마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범죄자를 추적하는 강직한 형사이면서도 인간적인 면모를 잃지 않는 인물이었다. 드라마의 인기에 힘입어 경찰의 이미지를 높인 공로로 1972년 명예경찰에 위촉됐으며, 2024년에는 민간인 최초로 명예 국가수사본부장에 올랐다.
1980년부터 2002년까지 22년간 방송된 '전원일기'에서는 양촌리 김 회장으로 시청자들을 만났다. 농촌 마을의 대소사를 살피고 가족과 이웃을 품는 인물로, 한국 사회가 기억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만들어냈다. 아내 역을 맡은 김혜자와는 실제 부부 못지않은 호흡을 보여줬다. 두 사람은 '개구리 남편'을 시작으로 여러 작품에서 호흡을 맞췄으며, 특히 '전원일기'를 통해 오랜 세월 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다.
최불암의 연기는 특정한 이미지에 갇히지 않았다. '제1공화국'과 '제2공화국'에서는 이승만 전 대통령을 연기했고 '여명의 눈동자'와 '미망', '영웅시대', '궁', '식객' 등 다양한 작품에서 무게감 있는 존재감을 드러냈다. 서른 살 무렵부터 노역을 소화하며 나이와 역할의 경계를 넘나들었고, 주연과 조연을 가리지 않고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자신을 내놓았다.
영화에서도 활약은 이어졌다. '빛과 그림자'를 시작으로 '영자의 전성시대', '왕십리', '바람 불어 좋은 날', '기쁜 우리 젊은 날' 등 시대를 대표하는 작품에 출연했다. 2018년에는 연극 '바람 불어 별이 흔들릴 때'로 25년 만에 무대에 복귀했고, 같은 해 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와 2024년 '수사반장 1958'에도 특별 출연했다. 특히 '수사반장 1958'에서는 오랜 세월 함께한 박 반장의 기억을 다시 불러내며 시청자들에게 반가움을 안겼다.
그의 친근한 이미지는 작품 밖에서도 이어졌다. 고개를 젖히며 내뱉는 '파하∼' 하는 웃음은 그만의 상징이 됐고, 1990년대에는 이를 소재로 한 '최불암 시리즈'가 유행할 정도로 대중적 인기를 누렸다. 여러 배우와 방송인이 그의 웃음을 흉내 냈지만, 원조의 소탈하고 넉넉한 매력은 쉽게 대체할 수 없었다.
방송 진행자로서도 오랜 시간 시청자와 만났다. 1999년부터 2008년까지 KBS '좋은나라 운동본부'를 진행했고,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는 '한국인의 밥상'의 진행을 맡았다. 전국 곳곳을 찾아 음식에 담긴 사람들의 삶과 지역의 이야기를 전했다. 배우로서 쌓아온 신뢰와 친근함은 프로그램의 장수에도 힘을 보탰다. 올해 5월에는 60여년 연기 인생을 돌아보는 MBC 다큐멘터리 '파하, 최불암입니다'가 방송돼 다시 주목받았다.
정계에 진출해 국회의원을 지낸 이력도 있다.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권유로 1992년 통일국민당 비례대표로 제14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1996년 총선에서 낙선한 뒤에는 다시 연기 활동에 전념했다.
사회공헌 활동에도 꾸준히 힘을 쏟았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전국후원회장과 사단법인 제로캠프 이사장을 맡아 어린이와 청소년의 권익 증진에 앞장섰다. 미아 찾기와 희소병·난치병 어린이 돕기 특별 생방송에도 참여하는 등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위한 활동을 이어갔다. 생전 국민훈장 목련장과 은관문화훈장을 받았으며, 백상예술대상과 대종상영화제 등에서도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1970년 배우 김민자와 결혼한 고인은 평생 아내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보여준 것으로도 잘 알려졌다. 유족으로는 김민자와 아들 동녘, 딸 동비 씨가 있다.
장례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장으로 치러진다. 황영기 초록우산 회장이 장례위원장을 맡고 이수성·이낙연 전 국무총리 등이 장례위원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빈소는 30일 오전 9시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