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Advertisements

“6천원에 팔린 투표권”...당원 1000만 ‘정당의 나라’ 민낯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20261101010000142

글자크기

닫기

심준보 기자

승인 : 2026. 11. 01. 19:02

구글 검색 선호 출처 추가 Google 검색에서 아시아투데이 기사를 더 자주 볼 수 있습니다.

Advertisements

Advertisements

1128만 중 당비 내는 당원 251만명…나머지는 '잠자는 명부'
이중당적 금지해도 확인 수단 없어…개정안 국회 계류 상태
"규율 센 조직 몇만이면 판세 변동…특정 종교 문제만 문제 아냐"
PYH2026081505250001300_P4
더불어민주당 김민석·정청래·송영길 당 대표 후보가 지난 8월 15일 전남광주 나주시 나주종합스포츠파크 다목적체육관에서 열린 민주당 대표·최고위원 전남광주 합동연설회에 참석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
우리 국민 5명 중 1명꼴로 정당에 당원으로 등록돼 있다. 표면적으로는 당원 1000만명이 넘는 '정당의 나라'지만 정작 당비를 내는 비율은 20% 수준에 그친다. 명부에 이름만 올려둔 일반당원도 일정 기간 소액의 당비를 내면 경선 투표권을 얻을 수 있는 반면, 이중당적을 상시 검증할 체계는 없다. 특정 종교단체의 집단 입당 논란을 계기로 조직적 동원을 가능하게 하는 정당 운영 구조부터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정당 활동개황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국내 전체 당원은 1128만4730명으로 인구의 약 22%에 달한다. 이 가운데 당비를 낸 당원은 251만6506명(22.3%)이다. 나머지 약 877만명은 당비를 내지 않는 당원이다. 국회미래연구원에 따르면 영국 등 유럽 주요국의 인구 대비 당원 비율은 2~3% 수준으로, 한국과 격차가 크다.

'방대한 당원명부'가 실제 정치 참여 규모를 반영하는지도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국회미래연구원 보고서 '만들어진 당원'(2023)에 따르면 2019년 조사에서 자신이 당원이라고 인지한 응답자는 5.8%에 불과했다. 연구원은 이를 바탕으로 공식 당원 통계의 최소 3분의 2 이상이 허수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반면 경선 투표권을 얻는 문턱은 낮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최근 1년 중 6개월 이상, 국민의힘은 3개월 이상 당비를 내면 각각 권리당원과 책임당원이 된다. 월 최소 당비가 1000원인 만큼 당비 납부 요건만 놓고 보면 민주당은 6000원, 국민의힘은 3000원으로 충족할 수 있다.

선거를 앞두고 당원 수가 급증하는 현상도 반복됐다. 민주당이 2014년 지방선거 공천에 권리당원 투표를 30% 반영하기로 하자 그해 권리당원은 11만명에서 37만명으로 늘었다. 대선이 치러진 2017년에는 29만명에서 83만명으로 세 배 가까이 증가했다.

국회미래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을 지낸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당원 통계 자체가 당원의 정의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당규에 매년 전당원 조사를 한다고 돼 있지만 당비를 6개월 이상 안 냈다고 당적 유지 여부를 확인하고 정리한 적이 없다"며 "당적을 한 번 정리하면 복원하기 어렵고 재입당은 처음 가입보다 절차가 복잡하니, 일반당원으로 묶어 놓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3000~6000원을 누군가 대납해 주면 투표권을 갖는 것"이라며 "권리를 행사하고 나면 당비를 안 내니 다시 일반당원으로 돌아간다. 이것이 반복돼 만들어진 현상"이라고 말했다.

당원 명부 관리의 허점이 이어지는 사이 경선에서 당원 '한 표'의 영향력은 커지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8월 전당대회에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가치를 같게 하는 1인 1표제를 처음 적용했다. 권리당원 선거인 152만7261명 가운데 실제 투표자는 76만9051명으로 투표율은 50.35%였다. 충청권 순회경선에서는 1·2위 표차가 303표에 불과했다.

박 대표는 "종교 등 규율이 센 조직에서는 '우리 종교를 위해 자네 이름을 잠깐 빌려야겠네, 돈은 걱정하지 말고'라고 하면 아무 문제 없이 동원될 수 있다"며 "신천지나 통일교만의 문제겠느냐. 그런 단체에서 몇만명만 움직여도 판세가 달라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조직적 입당을 둘러싸고 재판에 넘겨진 사례도 있다.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신천지 신도 최소 5만6472명이 국민의힘에 입당한 것으로 보고 지난 6~7월 이만희 총회장 등 8명을 정당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했다. 통일교의 경우 특검 공소사실에 약 3100명이 국민의힘 당원으로 가입한 것으로 적시됐다.

정당들도 명부 정비에 나서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해 주소·전화번호 중복, 당비 대납 의심 등 이상사례 약 4만6000건을 선별해 조사에 착수했다. 김민석 대표도 당대표 후보 시절인 지난 7월 "이중 당적은 도의적으로도 법적으로도 정치적으로도 옳지 않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전부 의원총회를 열어 당원 정비 태스크포스(TF)의 신천지 관련 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그러나 개별 정당의 조사만으로 이중당적을 가려내기는 어렵다. 정당법은 2개 이상 정당의 당원이 되는 것을 금지하고 위반 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정당 간 당원 명부를 정기적으로 대조하는 검증 체계는 없다. 선관위의 당원 확인 권한도 이중당적을 상시 적발하는 체계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

최근 국회에서는 암호화한 정보를 대조해 이중당적을 확인하자는 입법이 추진되고 있다. 임문영 민주당 의원 등 12명은 지난달 14일 선관위가 당원의 신원을 알 수 없도록 암호화한 정보만 대조해 당적 중복을 확인하는 정당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당원 정비 TF 단장인 박선원 최고위원도 공동발의자로 참여했다. 법안은 제안이유에서 현행 이중당적 금지 조항에 대해 "확인할 수단이 없어 사실상 사문화돼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에서도 비슷한 제안이 나왔다.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 6월 선관위가 블록체인 등 암호화 기술을 활용해 이중당적을 검증하는 '당원주권보호 3법'을 제안했다. 국민의힘 책임당원들도 선관위가 암호화한 당원 정보를 대조한 뒤 각 정당에 중복 여부만 통보하도록 하자는 국민동의청원을 냈다. 다만 관련 법안들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머물러 있다.

당원 정보 보호와 정치 참여 위축에 대한 우려도 있다. 한 민주당 지도부 의원실 관계자는 상대 정당 당원 정보가 포섭이나 선거 문자 발송 등에 악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비 납부 기준 강화나 장기 미납 당원 정리가 정치 참여의 문턱을 높일 수 있다는 반론도 나온다.

박 대표는 "자기가 당원인지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면 그 당원 주권은 공허하거나 당원 주권을 악용해 무언가를 얻으려는 것이 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해법으로는 정당과 선관위가 암호화한 정보를 대조해 이중당적을 걸러내고, 장기 미납 당원의 자발적인 당적 정리를 유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 전제조건으로는 '정당 간 합의'와 '자정 의지'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준보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