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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고궁, 지역을 깨우다… 국가유산 야행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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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원 기자

승인 : 2026. 11. 02.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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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야행서 출발해 전국 55곳으로 확산… 지난해 343만명 찾아 4475억원 경제효과
국가유산 향유·지역경제 활성화 성과에도 내년 예산 79억→40억원으로 축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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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정동야행' 모습. /국가유산청
지난달 30일 밤 서울 중구 정동 일대.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청사초롱이 불을 밝히고, 근대문화유산 건물에는 화려한 조명이 입혀졌다. 평소 밤에는 문을 닫았던 역사문화시설이 관람객을 맞았고, 배재학당역사박물관에서는 건물을 배경으로 미디어파사드 공연이 펼쳐졌다. 국가유산을 밤의 공간으로 끌어내 시민들이 역사와 문화를 체험하도록 한 '정동야행' 현장이다.

정동야행은 2015년 서울 중구가 시작한 지역 축제에서 출발했다. 덕수궁과 배재학당, 옛 외국공관 등 근대문화유산이 밀집한 정동의 역사적 자원을 야간에도 개방해 시민들이 즐길 수 있도록 기획했다. 국가유산청은 이듬해 정동야행을 모델로 '문화재 야행' 사업을 시작했고, 전국 국가유산 밀집지역으로 확대했다. 올해는 전국 55개 지역에서 운영됐다.

국가유산 야행은 야경·야로·야사·야화·야설·야식·야시·야숙 등 이른바 '8야(夜)'를 중심으로 지역별 콘텐츠를 구성한다. 조명과 야간 개방, 해설 투어, 역사 강연, 미디어파사드, 공연, 지역 음식과 공예 장터, 고택 숙박 등을 국가유산과 연결하는 방식이다. 단순한 야간 관광이나 불빛 축제가 아니라 유산이 지닌 역사와 장소성을 체험하게 해 보존 가치를 알리는 데 목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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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정동야행' 모습. /국가유산청
성과도 수치로 확인된다.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국가유산 야행에서는 3214회의 프로그램이 운영됐고, 관람객은 343만명에 달했다. 국비와 지방비를 합쳐 160억원을 투입한 결과 경제적 파급효과는 약 4475억원, 고용 유발효과는 1166명으로 추산됐다. 특히 전체 사업의 81.8%인 45곳이 비수도권에서 열려 지역의 문화 향유 기회를 넓히고 원도심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도 했다.

국가유산청은 내년부터 지역 상권과의 연계를 강화하고 운영 기간도 기존 1박 2일에서 2박 3일로 확대할 계획이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지역화폐 등을 야행 프로그램과 연결해 방문객의 체류 시간을 늘리고 지역경제 효과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사업 확대 계획과 달리 예산은 크게 줄었다. 올해 79억원이었던 국가유산 야행 국비 예산은 2027년 정부안에서 40억원으로 삭감됐다. 사업 대상 지역도 55곳에서 28곳으로 줄었다. 국가유산청은 야행뿐 아니라 생생 국가유산 등 지역 국가유산 활용사업 전반의 예산이 우선순위 조정 과정에서 약 45%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국비 40%, 지방비 60%를 매칭하는 사업 구조상 국비 삭감은 지자체 예산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김기일 국가유산청 교육활용과 사무관은 "국비가 반영돼야 지자체에서도 예산을 확보할 수 있다"며 "국비가 줄면 지역 사업 규모도 그만큼 축소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가유산청은 국회 심의 과정에서 예산 증액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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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정동야행' 모습. /국가유산청
관광사업과의 차별성을 분명히 하는 것도 과제다. 지역 축제와 공연, 먹거리 등을 결합한 야행의 외형만 보면 관광객 유치 사업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김 사무관은 "우리는 기본적으로 관광을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 밤에도 국가유산의 문을 열어 국민이 그 가치를 알아가도록 하는 사업"이라며 "관광객 증가는 그에 따른 부수적인 효과"라고 강조했다.

허민 국가유산청장도 국가유산 활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보존해야 할 가치가 있는 것을 보존하면서도 국민과 시민에게 열린 마음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가유산을 닫아두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보고 경험하게 함으로써 지켜야 할 가치를 깨닫게 해야 한다는 취지다. 국가유산 야행이 지역 축제를 넘어 유산의 가치를 알리는 지속 가능한 사업으로 자리 잡으려면 성과에 걸맞은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전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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