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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성 잦아든 파리 거리…프랑스 ‘Z세대 분노’는 학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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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현빈 기자

승인 : 2026. 11. 08.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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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서 학교로 옮겨간 분노…학생·학부모·경찰 충돌
파리 외곽 청년들의 절규…취업 차별과 사회적 배제
사회 분열과 갈등을 지지세력 확장 수단 삼은 정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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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경찰관들이 7일(현지시간) 파리에서 교육 재정 부족에 항의하며 시위에 나선 학생들에게 최루 스프레이를 분사하고 있다. /AP·연합
프랑스 전역을 뒤흔든 대규모 시위가 한풀 꺾였지만 청년층의 분노는 여전하다. 거리에서 수십만명이 쏟아져 나오는 등 과격한 시위대 함성은 잦아들었지만 파리 외곽 고등학교에서는 봉쇄와 경찰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교육 여건 개선을 요구하며 시작된 학생들의 움직임이 생활고와 취업 차별, 사회적 소외에 대한 저항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프랑스 사회의 구조적 갈등을 드러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프랑스 내무부에 따르면 7일(현지시간) 전국에서 열린 집회에는 14만6000명이 모였다. 파리에서는 4만6000명이 거리로 나왔다. 지난달 17일 전국 참가자 55만명과 비교하면 시위 규모가 크게 줄었다. 그러나 거리의 열기와 분노는 프랑스 고등학교 곳곳으로 확산했다. 경찰의 봉쇄와 학생들의 저항이 이어지면서 격한 시위 분위기가 재확산할 조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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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전역에서 지난 5일(현지시간) 임금 인상과 교육 지원 확대 등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져 60만명 이상이 거리로 나섰다. /AP·연합
◇거리에서 학교로 옮겨간 분노…학생·학부모·경찰 충돌

파리에서는 전체 159개 고등학교 가운데 매일 약 30곳에서 봉쇄 또는 봉쇄 시도가 발생하고 있다. 시위가 한창이던 10월 초에 비하면 참여 학교는 줄었지만, 남아 있는 학교에서는 대립이 오히려 격해지고 있다. 시험과 대학 입시를 앞두고 수업 결손을 우려하는 학부모들이 등교를 요구하면서 학생들과 충돌하는 사례도 나왔다.

프랑스 당국은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전에는 봉쇄가 발생한 학교를 임시 폐쇄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경찰을 학교 앞에 배치해 봉쇄를 사전에 차단하거나 시위대를 해산시키고 있다. 파리 북동부 노아지르섹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경찰의 진압 과정에서 교사와 교직원들이 다쳤다는 주장이 현지 보도를 통해 나왔다. 교사들은 경찰의 과잉 대응으로 학생과 교직원들이 정신적 충격을 받았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시위의 출발점은 교육 환경이었다. 교사 부족과 과밀 학급, 낙후된 학교 시설, 대학 입학 지원제도인 파르쿠르수프(Parcoursup)의 불투명성 등이 학생들의 불만을 키웠다. 그러나 생활비 상승과 미래에 대한 불안이 더해지면서 요구는 교육 문제를 넘어 사회 전반을 다루는 시위 양상으로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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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17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레퓌블리크 광장에서 벌어진 시위 도중 자동차가 불타고 있다. /AP·연합
◇파리 외곽 청년들의 절규…취업 차별과 사회적 배제

이번 사태가 파리 외곽으로 확산하면서 이민자 밀집 지역의 청년들이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는 점도 '사회분열' 차원에서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르몽드가 6일 파리 외곽 청년들을 취재한 결과 이들은 교육과 취업에서의 차별뿐 아니라 일상적인 이동과 생활에서도 소외감을 호소했다.

파리 남부 에손 지역에 거주하는 22세 청년 모하메드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그는 컴퓨터공학 학사 학위를 취득했지만 1년 넘게 취업 연계 실습 자리를 구하지 못했다. 그는 북아프리카계 이름과 성 때문에 이력서를 제출해도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자신의 이름을 프랑스식 이름인 '플로리앙'으로 바꿔 지원하자 곧바로 여러 곳에서 연락이 왔다는 사례도 소개됐다. 이름과 출신 배경이 취업 기회에 영향을 미친다는 청년들의 인식이 단순한 불만을 넘어 사회적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자신들의 처지를 공유하고 정치·사회 문제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거리 시위에 나서도 바뀌는 것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고등학생들의 움직임을 계기로 직접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는 것이다. 교육 문제로 시작된 시위가 세대 간 불평등과 이민자 사회의 차별 문제까지 불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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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수도 파리에서 지난 달 15일(현지시간) 극우 정당에 반대하는 이들이 '새로운 인민 전선을 위한 행진'이라는 현수막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사회 분열과 갈등을 지지세력 확장 수단 삼은 정치권

프랑스의 정치권도 이번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2027년 4월 대선을 앞두고 청년층의 불만이 정치적 지형을 흔들 변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극우 국민연합(RN)은 치안과 공권력 강화를 강조하며 사회 불안을 지지층 결집에 활용하고 있다. 반면 급진좌파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FI)는 청년층의 교육·사회적 불평등 문제를 부각하며 지지 기반을 넓히려 하고 있다. 격한 시위 양상이 양갈래로 나뉘면서 사회 혼란이 더욱 극심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외교·국제정책 싱크탱크인 미국외교협회(CFR)는 이번 사태가 내년 대선을 앞두고 프랑스 극우와 급진좌파 등 정치적 양극단에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거리의 시위대가 줄어들었지만 오히려 잠재돼 있던 사회 갈등 요소가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는 설명이다.

교육 현장의 불만에서 시작된 프랑스 청년층의 불만이 사회 문제 전반으로 퍼지면서 프랑스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특히 이민계층이 결집하면서 기존 프랑스 기득권 세력에 적극 반발하자 정치도 양극단으로 치닫고 있어 제도권 차원에서 현재 사태를 수습하기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란 전망이다.
천현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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