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전문의칼럼] 재미로 따라 한 외계어, 마음도 소리도 망친다

기사듣기 기사듣기중지

공유하기

닫기

  • 카카오톡

  • 페이스북

  • 트위터 엑스

URL 복사

https://www.asiatoday.co.kr/kn/view.php?key=467424

글자크기

닫기

이순용 기자

승인 : 2011. 04. 06. 13:47

안철민 프라나이비인후과 원장
안철민 프라나이비인후과 원장
[아시아투데이=이순용 기자] 얼마 전, 국립국어원이 ‘국민 언어의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특별한 이유 없이 습관적으로 비속어나 인터넷 은어를 쓴다는 응답자가 5년 사이에 11배나 늘었다고 한다.

매년 한글날마다 잘못된 언어사용으로 ‘세종대왕이 무덤에서 벌떡 일어나실 판’이라며 자성을 하는데, 10월이 되려면 아직 멀었는데도 이런 발표가 나오는 걸 보니 올해는 세종대왕께서 좀 일찍 무덤을 헤치고 나와 통곡하셔야 할 판이다.

이러한 현상의 주범으로 TV 예능 프로그램과 드라마가 꼽혔는데, 인기와 재미를 위한 부적절한 방송언어가 어떠한 제재도 없이 전파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적절한 방송언어는 청소년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다. 이러한 방송 언어가 유행처럼 퍼지면서 언어 파괴를 즐기고 본인이 새로운 외계어를 만들어 내는 ‘언어 파괴 풍속도’를 만들고 있다.

‘언어는 사회의 정직한 생명’이라며, ‘천박한 언어를 계속 쓸 경우 정신적으로 매우 천박한 사회가 될 것’이라는 시인 문정희씨의 경고처럼, 정신적인 문제도 있지만 음성전문가의 입장에서 볼 때 청소년의 음성까지 망쳐버리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가 된다.

실제로 인기 있는 한 주말 예능 프로그램에는 ‘th’발음이 유행어 아닌 유행어처럼 쓰이고 있다. ‘디슷코(디스코)’, ‘쑷사슴(숫사슴)’, ‘콧쓰못뜨(코스모스)’ 등 그의 발음은 많은 사람에게 웃음을 선사했지만, 동시에 수많은 자의(自意) 발음장애 청소년을 키울 수도 있다.

‘그깟 유행어를 좀 쓴다고 큰일 나겠느냐’ 하겠지만 실제로 목소리의 기능적인 문제를 충분히 유발할 수 있다. 가령 위에서 언급한 번데기 발음은 혀끝이 이 사이로 나오면서 발음을 하게 되는 경우로,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서 이런 잘못된 발음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대부분 자신도 모르게 이미 질환화 된 것이다.

최근 10~20대를 중심으로 인터넷 언어가 일상 속에서 빠르게 확산되면서, 기존 발음체계에 없던 경음화(된소리되기)된 신조어와 축약어 등을 지속적으로 사용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성대에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이런 인터넷 언어는 자극적ㆍ축약적인 태생적 특징 때문에 대부분의 표현이 경음화된 구조를 띠고 있고 발음하기 꽤 까다로운 표현이 대부분이다. 이 같은 된소리 발음과 익숙하지 않은 발음을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지속적으로 사용하면 발음 발성습관이 변화돼 말소리가 이상하게 나가는 조음장애나 발음장애를 겪을 수도 있다. 또 지속적으로, 무리하게 낼 경우 성대와 목 주변 근육의 과도한 수축으로 인한 목소리 변성 또는 소통장애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안철민 프라나이비인후과 원장
이순용 기자

ⓒ 아시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제보 후원하기